대출, 그 두려운 돈으로 첫 집 사기

내 집 마련기 - 첫 대출과 두려움 극복하기


대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20대에 첫 대출로 고급차를 사지 않고, 아파트를 사다.



20대 막바지, 직장생활 7년 차 대출로 아파트를 구입했다. 요즘 영끌 하는 사람들에 비해서는 비할 바가 안 되는 적은 돈의 대출이었지만, 난생처음 은행 대출을 받았을 때의 기분은 썩 좋진 않았다. 아니 솔직히 무서웠다. 이미 대출을 신청하기 전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하며 상환 계획을 짰지만, 대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여전히 마음속에 깊숙이 남아있었다. 생각해보면 첫 대출은 정말 기억에 남는다. 그 뒤로 했던 몇 건의 대출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축축하던 수요일 오후 대출을 하러 갔던 은행은 삭막했고, 어색했다.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했고, 걱정되었다.




평생 갚아야 하는 것 아니야?


대출을 생각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대출기간이었다. 10년, 15년, 20년, 30년의 선택지가 있었다. 지금 고른다면 당연히 30년이다. 묻고 따지지도 않고 30년이다. 그렇지만 대출을 처음 접한 나에게는 '이걸 언제 갚지?'라는 공포가 있었다.


그 집에 평생 산다면, 평생 갚겠지만 우리나라 주택 평균 이사 년수는 5년이라고 한다. 5년만 산다고 생각하면 5년 동안만 이자 내면 되는 것이다. 그럼 이자 계산과 가치 상승과의 계산에서 최소한의 손해금액을 계산해볼 수 있다. 실제로 나는 첫 집에서 3년을 거주했다. 평균보다 앞당겨서 이사했다. 야호.


내가 선택한 대출기간은 20년이었다. 그 당시에는 나름대로 고민을 해서 한 선택이었지만 화폐가치와 인플레이션을 생각했다면 잘못된 선택이었다


10년, 15년, 20년, 30년의 원금과 이자, 그리고 월마다 내는 원리금을 계산했을 때 나의 월급에서 저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생각해서 결정했다.

그리고 15년 이상의 주택대출(공시 가격 5억 이하)은 1900만 원까지 이자에 관한 소득공제를 연말정산에서 해준다. 실제로 연말정산에서 미혼인 나에게 연말정산에서 상당히 컸다. 이때까지 연말 정산하면 항상 토해냈었는데, 주담대를 받은 이후부터는 항상 받게 되었다. 정확히 계산해보고 사람마다 케이스가 다 다르겠지만, 소득공제에 도움을 상당히 준다는 것은 나에게는 맞았다.


또한 선택해야 하는 것은 상환방법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원금균등분할상환이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원리금 균등분할상환은 전체 이자와 원금을 미리 계산해 월마다 비슷한 금액을 상환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월상환액이 원금균등보다 적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자를 원금균등상환보다 더 많이 내게 된다.


원금균등상환은 전체 원금을 월마다 똑같은 금액으로 갚아 나간다. 이 방법의 장점은 원금을 갚아 나갈수록 이자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월 상환액이 일정하지 않고 처음엔 크다는 것이 단점이다.


내가 선택한 것은 원금균등이었다. 원금을 갚아 나가서 이자가 줄어든다는 것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이 부분은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에 케이스별로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무주택자 첫 집 마련에 좋은 주택도시 기금


‘주택도시 기금’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 상품을 안내하고 지원해 주는 곳이다. 은행 대출보다 이 주택도시 기금을 이용하면 대출이자가 가장 싸다.


지금도 마찬가지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할 때는 디딤돌 대출이 이자가 가장 저렴했다. 나는 이 사이트에서 빼곡한 설명을 여러 번 읽어보고, 이해가 안 되면 검색해가며 공부했다. 그리고 전화해서 물어보기도 하고 첫 대출을 위해 꽤나 노력을 했다.

(주택금융공사 사이트에도 같은 내용이 안내가 된다. 두 사이트가 뭐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디딤돌 대출은 조건이 있다.


부부합산 연소득 6천만 원 이하(생애최초 주택구입자, 2자녀 이상 가구 또는 신혼가구는 연소득 7천만 원 이하), 순자산가액 3.91억 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


그 당시 난 미혼이기에 연봉이 7천 이하였고, 사려던 주택이 금액에 맞았다. 대출 한도는 그 당시 2억 원가량이었다. 그래서 모자라는 돈을 보금자리론을 더 받았었다.


현재 대출 한도는 최대 2.6억 원 이내(LTV 70%, DTI 60% 이내)이다.

그 당시에도 LTV는 70%가 나왔다. 현재의 규제 상황에도 이 디딤돌 대출은 70%를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대출 상담사


처음에 대출에 대한 지식의 부재로 인터넷에서 디딤돌 대출을 상담해주시는 대출 상담사를 알게 되었다. 인터넷 카페에서 여러 가지 소통을 통해, 그분을 통해 진행하였다. 법무사 비용까지 연계하여 상당히 싸게 등기비용을 지불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도 한 은행에 소속된(?) 세일즈맨이었고, 법무사 연계를 통해 등기비용 수수료를 나누어서 이익으로 챙겼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첫 대출의 세계는 그 분과 시작되었고, 돌이켜보면 처음에 아무것도 몰랐는데 상담사가 많이 가르쳐주고 안내해줘서 서류라든지 대출 시스템을 잘 알게 되었다.



등기와 법무사 비용


대출을 받게 되면 은행에선 집을 담보로 근저당을 잡기 위한 등기 작업을 위해 은행 법무사를 파견한다. 그런데 내 집에 대한 등기 등록 업무는 원칙적으로는 따로 해야 한다. 하지만 난 그때 대출 상담사와 연계된 분이 법무사의 등기 비용까지 싸게 해 줘서 은행에서 나온 분이 등기 절차까지 마무리를 해주셨다. 그 이후 1~2주가 지난 뒤 등기권리증을 우편으로 받게 되었다.


이때 이 등기를 위한 법무사 비용이 또 발생한다. 수수료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요즘엔 '법무통'이라는 업체가 저렴하게 해준다고 한다. 그러면 법무사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이 법무사 비용을 아끼려고 셀프 등기를 하기도 한다. 난 아직 셀프 등기를 못해봤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해보고 싶다. 방법은 인터넷에 아주 친절하게 사람들이 소개를 해놓았기 때문에 두려워 말고 도전해보려 한다.



현재 지역에 따른 대출 제한


현재는 정부의 다주택자 강력 규제책으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제한이 아주 심하다. 특히 서울 수도권 중심의 조정지역, 투기과열지구는 2 주택 이상은 아예 주담대가 금지된다. 또한 무주택자와 1 주택자도 주담대를 받으면 6개월 내 기존주택을 처분하고 입주하여야 한다.


또한 조정지역은 LTV가 9억 이하는 50%, 9억 초과는 30%만 나온다. 투기과열지구는 LTV 9억 이하 40%, 9억 초과 20%, 15억 초과 0%이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싶어도 대출 한도가 많이 안 나와 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부의 본능>에 나온 영토 본능의 오류


브라운스톤의 <부의 본능>이라는 책에서는 9가지 인간의 본능 때문에 부자가 되기 어렵다고 한다. 그중에 두 번째 본능인 '영토 본능의 오류'는 한 곳에서 오래 살고 거주를 편하게 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의 오류를 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이사를 귀찮아하고 그만큼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내 집 마련이 우선이다.


"들개처럼 돌아다녀라. 이사를 많이 할수록 부자가 된다."

"돈을 모아 집을 사지 마라."


돈을 모으는 속도보다 나라에서 일으키는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더 빠르다. 더욱 가파르게 돈의 가치는 떨어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이다. 앞으로 기준금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을 참고하면 된다. 미국의 금리는 현재의 저금리 기조를 향후 몇 년간 계속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은 건전한 대출이며, 감당할 수 있는 대출은 자본 증식의 효과적인 수단이다. 책에서는 월소득의 30%의 주택대출 이자는 괜찮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1년 이자를 계산해보고 집의 상승 가격이 그것보다 적을 것 같으면 집을 사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그럴 일이 일어날 확률은 낮을 것이다. 내가 대출을 받을 때 항상 생각하는 것은 1년 대출이자만큼만 가치가 상승하면 손해는 안 본다는 생각이다.





왜 대출이 두려울까?


우선 나를 생각해보면 첫째로 무의식 속 부자에 대한 묘한 이질감이 있다. 따라서 대출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따르는 것 같다. 옛 우리 전래동화를 생각해보면 부자는 늘 심술 맞고, 뚱뚱하고, 욕심이 많다. 나쁜 이미지로 꾸며진 전래동화가 대부분이다. 부자가 착하게 나오는 이야기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홍길동전만 봐도 부자의 재산으로 서민들에게 나눠주고는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다. 지금 돌이켜보면 도둑질을 하고 칭송을 받다니.. 이런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유교사상 때문이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의 유교사상은 사농공상으로 선비, 농민, 장인(공인), 상인의 순으로 돈을 버는 장사꾼을 제일 낮은 계급으로 여겼다. 이러한 생각이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현대인들조차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주변 어른들에게 "돈을 밝히면 안 된다.", "돈돈돈 거리면 안 된다." 등의 이야기들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한번 생각해본다. 그러한 무의식적인 생각이 자본주의의 기본 룰을 익히는데 방해를 했던 것 같다. 부자가 되는 것은 만들어진 게 아니라 그렇게 태어난 사람들만 되는 운명적인 특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금수저, 은수저 등의 부모의 자산을 평가하는 말들이 흔하다. 이러한 말들은 전부 내가 노력하지 않고 애초에 포기해버리게 되는 요즘의 흐름과 일치한다.



둘째로 손실 회피 본능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잘 모르는 것은 두렵고 경계한다. 또한 그것으로 인해 손해를 볼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크다. 이것은 '손실 회피 본능'인데 이 것은 얻은 것보다 잃어버린 것의 가치를 크게 평가하는 인간의 심리를 말한다. 로버트 해그스트롬의 <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 책에 나온 부분으로 이 내용을 설명한다.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연구는 대안들이 어떤 방식으로 제시되는 가에 따라 개인들이 내리는 결론에 큰 차이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여러 사람들에게 600명의 생명이 걸린 두 가지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를 제시했다.


처음에는

1안) 200명의 사람을 확실히 살리는 것

2안) 600명의 사람들을 살릴 확률이 1/3, 모두 사망할 확률이 2/3인 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응답자들은 압도적으로 1안을 선택했다.


다음에는

1안) 400명의 사람들이 확실히 죽는 것

2안) 600명의 사람들이 사망할 확률이 2/3, 아무도 죽지 않을 확률이 1/3인 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제시했다. 이번에도 압도적으로 2안을 선택하였다.


수학적으로 두 문제는 동일하다.

요컨대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사람들이 이득이 기대되는 의사결정에서는 일반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는 반면, 명백한 손실이 보이는 의사결정에서는 위험을 추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효용 이론에서는 가치가 최종적으로 얻게 되는 자산에 매겨진다. 반면 손실회피라는 개념이 핵심적인 전망 이론에서 가치는 이득과 손실에 매겨진다. 사람들이 단지 부의 마지막 크기만 보지 않고, 부에 기여한 이득의 증가분과 손실의 증가분을 함께 본다는 것을 증명했다.


전망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은 사람들이 실제로 손실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정확히 같은 크기의 손실과 이득에 대해, 이득을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손실을 보았을 때 느끼는 고통이 두배에서 두배 반 이상 더 크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어떻게 두려움을 극복할까?


대출을 해서 혹여나 잃게 되는 손실의 두려움 때문에 쉽게 대출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의 요지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공부다. 경제, 부동산, 금융 등 공부를 시작하고 자신의 가계 자금 계획부터 살펴보는 것이 첫 번째이다. 그 이후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실한 근거와 원칙을 세운다. 이것은 확실하게 말하지만 내가 모르니까 두려운 것이다. 공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독서와 뉴스 보기이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아직 잘 모른다. 우리나라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정착된 것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짧다.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자본주의에 대해서 무지하다. 잘 알지 못해서 공부하고, 발품 팔고, 실행한다. 그래서 실행의 근거를 나 스스로 만든다.


목표를 가지고 책 읽기를 통해 자본주의의 규칙을 익히고, 나 스스로의 원칙을 만들어 내자. 남들이나 언론에서 어떤 말을 해도 내가 한 판단이 옳고 확실하다면 휘둘릴 필요가 없지 않은가? 부자가 되기를 막는 인간의 본능을 알고 극복한다면 우리도 내 집 마련을 하고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무리 짓는 본능을 억제하자. 나의 이전 글에도 적었던 파레토의 법칙에서처럼 우리 사회는 소수의 20의 원인이 80의 결과를 만든다. 나와 별 관계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결정이나 말은 사실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소수의 생각과 의견이 나중에 큰 결과를 만들어 낼 때가 많다. 쉽게 예를 들어 서울, 수도권에서 가장 욕을 먹었던 지역인 집창촌 지역들의 현재 모습을 생각해보자. 아파트가 분양할 당시 고분양가 논란에 아무도 살지 않을 거라던 원색적인 비난까지 모든 욕을 먹었지만, 현재의 위상은 말할 필요가 없다. 용산, 청량리, 영등포, 구성남 등 많은 사람들의 욕을 먹었던 곳은 오히려 흥한다. 자신의 원칙으로 소수의 선택을 한 사람들은 굉장히 큰 부를 얻었다.


나에게도 첫 대출은 무척 막연하고 무지해 두려웠지만, 그 뒤의 대출은 공부를 통해 어느 정도 스스로의 손실 공포 본능을 이겼다. 아무도 집을 사지 않고 심지어 떨어지는 상황에서 입지에 대한 확신이 들어 나는 첫 집을 샀었다. 그리고 3년 뒤 이사할 때 그동안의 대출 이자에 대한 손실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시세차익을 얻게 되었다.


소수의 편에서 생각하고 고민해보자. 그곳에 멀리 보이는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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