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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로나 Aug 31. 2023

기회는 아무나 잡을 수 없다

폭락론자 지인의 이야기


최근 지인이 우여곡절 끝에 송파구의 어엿한 국평 아파트 매수에 성공했습니다. 제 것이 아닌데도 같이 기뻐했습니다. 이 친구를 보고 정말 기회는 아무나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느꼈습니다.





폭락론자 지인의 이야기


그는 폭락론자였습니다.


우연히 저랑 인연이 닿았을 시기는 지인의 결혼 직전이었습니다. 가볍게 대화하다가 집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그때도 전 여전히 결혼 전에 대출해서 아파트를 사야 한다는 입장이었기에 그냥 가볍게 전세보다는 매매가 낫지 않겠느냐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첫 번째 집

그 뒤로 재밌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지인이 당시 제가 살던 아파트, 같은 평형을 덜컥 계약했습니다. 그러고는 저한테 와서


“전세랑 매매, 가격도 별로 차이 없고 형님이 산 데니까 그냥 샀어요.”


저는 속으로 뜨악했습니다. 아파트 값 떨어진다는 사람이 집을 산 것이니까요. 그때만 해도 폭락론자였던 이 친구는 서울 아파트 값이 반값은 되어야 정상 아니냐는 말을 했었습니다. 걱정도 되고, 마음이 참 쓰였습니다. 2년 정도 거주하다가 저는 매도 후 이사 가고, 이 친구는 그 이후로도 1년 더 보유하다가 직장을 옮기게 되면서 결국 매도했습니다.


이 친구는 양도 차익으로 3년 만에 3억 이상을 얻었습니다.



두 번째 집

20대 때 영끌해서 첫 매수한 집으로 양도 차익을 3억 이상 남기게 되고 이 친구의 생각은 폭락론자에서 중간쯤으로 바뀝니다. 하지만 역시 아직도 한국 아파트 값에 믿음을 확실히 갖지 못했기에 매도한 돈으로 서울 강동구에 전세를 택합니다.


저한테도 당연히 물어봤죠. 뭐라고 했겠습니까?


“전세하기로 결정한 그 아파트를 매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충분히 대출 여력이 있었지만 대출을 줄이고 싶다며 결국 전세를 택합니다. 당시 대출 금리는 2%대였죠.



세 번째 집

그로부터 딱 2년 뒤, 문재인 정권 시절 집값은 폭등하고 전세로 택한 그 집의 매매가는 달나라로 갑니다. 처음 그 집을 알아봤을 때 매매가가 전세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친구는 그제야 서울 아파트 매수를 하게 됩니다. FOMO가 한창일 때 조급한 선택을 합니다. 그때는 왜 조언을 안했냐고요? 그때는 매수 계약 후에 저에게 알려주더라고요. 안타까웠지만 많이 표현하지 않고 그래도 잘 샀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네 번째 집

그리고 현재, 결국 그 집을 손절하고 송파구의 어엿한 국평을 매수하게 됩니다. 대출을 많이 이용해서요. 갈아탄 이유는 보유했던 집의 하락보다 현재 매수할 아파트의 하락폭이 더 컸습니다. 때문에 손절해도 금액적으로 따지면 오히려 매수할 집을 싸게 산 게 되는 겁니다. 자기가 놓치고 놓쳤던 그 기회를 또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합니다.


연초에 둔촌주공 청약도 안 하고 집값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회복하는 것을 보니 이제 가성비와 타이밍 맞추기는 자신이 없다고 합니다. 그저 가족이 편하게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곳을 오랜 시간 함께 골랐습니다. 많은 대화를 하면서 그 친구의 생각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출을 이용해야만 일반 서민들은 한 칸 한 칸 부의 계단을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가성비와 타이밍 타령하지 않고 가족이 좋아하고 편하며 오래 살 수 있는 집. 이게 기준이라는 것을 함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지인의 스토리를 보며 생각한 점




첫째, 20대 때 집을 매수한 것은 정말 좋은 선택이다.

당시 1~2%대 이자로 3억 얼마 짜리를 1억 도 안 되는 돈으로 매수했습니다. 빚이라는 게 있으니 지출, 사치가 자연스럽게 절제됩니다. 가계부 따위 안 써도 됩니다. 고정으로 원리금이 나가기 때문에 남는 돈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리금을 저축이라고 생각하고 따박 따박 갚아나가는 겁니다.



둘째, 젊었을 때 매매가 가능한데 전세를 선택한 것은 가장 잘못된 선택이다.

매수가 가능한데도, 대출 여력이 충분히 있는데도 타이밍이 아니라고 가성비 떨어진다고 전세를 택하면 임대인에게 빌려준 현금이 줄줄 녹아내리는 것은 둘째치고 그다음 스텝을 헛발질하게 됩니다.


전세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빌려주면 대출이 적거나 없으니 예전보다 고정지출이 많이 줄죠? 그때 벌어들이는 돈은요? 벌어오는 족족 쓰게 됩니다. 아니라고요? 실제로 지인은 그때 생긴 지출 습관을 현재 줄이기 어려워 고생하고 있습니다. 그때 현금 수입이 많았는데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현금은 모래알입니다. 많이 가지면 많이 쓰게 됩니다. 쓸 궁리를 하게 됩니다. 빚도 없고 마음이 편하거든요. 젊은 시절 여력이 되는데도 전세 사는 것은 이렇게 안 좋은 점이 훨씬 많습니다.



셋째, 매수할 집을 오랜 시간 모니터링 해야 한다.

미리 매수할 집을 오랜 시간 함께 찾고 임장하고 모니터링했습니다. 그러니 주변 아파트와의 환경, 상태, 가격 비교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눈이 생겼습니다. 현재 가격이 비싼지 싼 지 주변의 아파트를 서열을 매겨 상대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매물이 나오면서 급매 가격이라고 생각하고 바로 계약을 한 거죠. 실제로 매도인도 갈아타기를 위해 빨리 처리를 해야 해서 급매로 내놓은 것이었고요.


오랜 시간 지켜보지 않으면 급매인지 아닌지도 모른 채로 기회를 넘기게 됩니다. 기회가 기회인지도 모르고 넘어가는 건 남탓 할 일이 아닙니다. 오로지 자기 잘못입니다.



넷째, 후회를 딛고 생각을 바꾸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폭락론자였던 지인이 송파구의 국평을 살 때까지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까? 자기 생각 중심이 아닌 세상 돌아가는 판때기 중심으로 눈을 돌리기까지 얼마나 힘들었겠나요. 자기 생각대로 안 되는 세상이 미웠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 극복해 냅니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변화시킵니다.


평생 고인 물에서 사는 사람은 결코 생각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인은 사는 곳을 바꾸었고, 직장을 옮기게 되어 만나는 사람도 바뀌었습니다. 쓰는 시간도 더 생산적인 것으로 바꾸고 그로부터 돈을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인간을 바꾸는 세 가지가 달라지니 생각이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다섯째, 가장 좋은 아파트 투자법은 가족이다.

가족이 행복한 선택. 아파트를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타이밍도 가성비도 아닌 바로 가족입니다. 가족이 행복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게 가장 좋은 아파트 투자법이라는 거죠.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적절한 대출을 이용해야 함은 필수입니다. 항상 애 둘을 가진 젊은 엄마의 입장에서 아파트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결코 실패할 일이 없습니다.


가격 차트가 어떻고, 금리가 어떻고, 물량이 어떻고, 타이밍이 어떻고...


그래서 타이밍 정확하게 맞추는 사람이 주변에 있었나요? 집값 오르고 내림은 아무도 못 맞춥니다. 복잡계의 문제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사람 말은 결코 믿지 마세요. 그 사람 그렇게 부자 되었으면 그런 거 말 안 해도 되죠.


가족의 생애주기에 맞추어서 집을 사고 파는 게 최고 좋은 투자법입니다.



Image by Arek Socha from Pixabay



기회는 아무나 잡을 수 없다


인간은 누구나 같은 24시간을 부여받는 것이 기본 출발점은 같습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 어떤 곳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바로 달라지는 점이죠. 대한민국은 이 세 가지에 대한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 않습니까?


위의 지인이 상승기 때는 집값이 속절없이 올라 포기하고, 하락기 때는 보유한 집이 물려서 포기했다면 과연 기회가 있었을까요? 다른 사람, 장소들을 보고 배우며 고통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개선하면서 얻은 기회입니다.


기회는 아무에게나 오지 않습니다. 같은 생각과 행동을 늘 하면서 삶이 바뀌는 것을 원하는 것은 정신병입니다. 다른 사람과 달라져야 하며, 내가 어떤 점이 부족한지를 끊임없이 살펴봐야 합니다.



기존과 달라져야 변화하고, 변화해야 기회가 옵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기회가 와도 기회인지도 모른 채 삶의 관성에 의해 넘어갑니다.


저도 오는 기회를 알아보기 위해 열심히 독서하고 글로 생각을 정리합니다. 생각을 글로 정리하면 명확해지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부족하지만 글로 표현해 보는 것은 정말 좋은 변화의 방법입니다.


오늘은 지인의 사례로 제 생각을 정리해 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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