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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그래 Oct 23. 2021

에필로그. 우리 모두 잘 살아봐요

작가의 말

작가의 말


사실 목차도 구성하지 않고 퇴사 후의 상황들을 적어냈던 글 하나가 얼떨결에 브런치 작가 등단이 되고, 글을 연재할 기회를 갖게 되어 여기까지 끌고 오게 됐습니다. 브런치 등단뿐만 아니라 처음 올렸던 글에 블로그 이웃분들과 정말 몇 안 되는 브런치 구독자님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이렇게 마무리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직 추가하고 빼거나 다듬어야 할 것이 천지인 글이지만 일단은 여기서 하나의 매듭을 지어보려 합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건 갑자기 퇴사를 당해 정말 “찐”으로 당황한 부분도 있지만 이를 계기로 제 생각을 정리하고 그동안의 감정들을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아 시작했습니다. 그게 이렇게 1년이 넘게 걸렸네요. 취준생 시절에는 취업이 가장 큰 문제 같았지만, 취업을 하니 취업은 문제도 아니었다는 듯이 다른 고민과 새로운 문제들이 절 환히 반기고 있더라고요. 이러한 고민들부터 시작한 글은 ‘잘 살아간다는 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사실 이 에피소드의 끝은 이미 지어놨었습니다. 원래는 8화를 기점으로 마무리해가는 단계였습니다. 더 이상 쓸 이야기도, 쓰고 싶은 이야기도 없었기 때문에 약간은 싱겁더라도 마무리 에피소드만 추가하여 이야기의 매듭을 지으려 했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열린 결말처럼 보이게끔 후다닥 정리하고 싶었어요. 오랜 기간 끝맺음을 짓지 못하고 있는 글이 내내 신경 쓰이기도 했고요.  


그러나 저에게 진부하더라도 해피엔딩과 같은 결말을 선물하고 싶어 글의 끝맺음을 짓지 않고 계속 참고 기다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1년이 넘게 걸렸네요. 물론 이게 행복한 결말이란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지금 행복하지 않단 것도 아니고요.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취업 준비 당시 너무 불안하고 막막해서 그때는 '취업만 하면 좋아지겠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취업 이후 또 새로운 고민들이 전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걸 느끼고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거든요. 이렇게 되면 사실 내가 그렇게 원하는 사회적 또는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이루더라도 그때도 똑같이 다른 고민들 때문에 힘들어할 텐데 이게 과연 잘 살아가는 걸까라는 생각과 함께요.  


분명히 '지금도 잘 살아왔고 또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작게라도 괴로워하고 만족하지 못하는 건 그냥 내 욕심 때문인 걸까?’ 이런 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을 버리기보단 채우기 위해 저를 채찍질하며 불안해하는 성격은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지금은 발전을 위한 동력 또는 평생 가지고 가는 숙제라 생각하고 조금은 마음을 편히 먹어보려 합니다.


어찌 보면 갑작스러운 비자발적 퇴사, 이별, 여전히 어려웠던 재취업 도전 등에도 그래도 잘 살고 있다는 제목은 반어법처럼 느껴졌겠지만 그럼에도 정말 잘 지내고 있다는 표현이었습니다.

글들이 너무 우울한 톤으로 쓰여 걱정하는 분들도 혹은 반갑지 않은 분들도 계셨겠지만 실제로 저는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치열하고 혼란스러운 과정 속에서도 많은 좌절과 행복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한 번 더 속아보자는 생각으로 앞으로 펼쳐질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며 올해도 더디지만, 꾸준히 나아가려는 사람이 되려합니다.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건 건강한 거라고 생각하려고요. 말은 이렇게 해도 지금도 여전히 현재의 만족보다는 이상을 좇으며 살아가는 중이지만 이걸 느끼게 된 순간부터 조급함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시간이 가는 것을 후회하지 않기로 했어요. 앞을 내다볼 수 없기에 항상 불안한 삶이었고 이는 앞으로도 비슷하겠지요. 그래서 이제는 그냥 폭풍 속에서 고요를 느끼는 법을 배우고자 합니다.

 

"그래도  살고 있습니다" 써내려가는 내용들과는 상반되는 역설적인 제목처럼 보이지만 저는 정말 나름대로  살고 있음을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냥 사는 것도 귀찮고 어려운데  살아 보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이제는 계절이 바뀜에 따라 그 계절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아닌 새로운 계절을 온전히 맞이하며 행복해할 줄 아는 사람이 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처럼 겨울이 오고 눈이 오는 것을 그저 다시 낭만적으로만 바라보고 싶어요.


앞으로 더 바빠지더라도 여전히 지나가는 꽃을 보며 감탄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이처럼 지금까지 연재했던 글들은 사소한 것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앞으로도 잘 살고 싶은 그런 마음으로 엮은 글들입니다.


그동안 많이 부족한 글 재밌게 읽어주시고 사랑해주시며 블로그에도 응원의 댓글들 많이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블로그 이웃님들의 댓글이 아니었다면 1화를 써놓고도 끝까지 연재를 마치지는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왕 이렇게 글을 쓰게 됐으니 다른 주제로 이번에는 밝고 유쾌한 글을 연재해볼까 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주시고, 우리 모두 잘 살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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