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상, 꿈을 찾아 떠나는 방랑자는 고단함보다는 행복한 꿈을 꾸었듯 우리 가족에게 울릉도는 어린아이의 값진 보물처럼 오래도록 기억될 쉼터를 내어주었고 추억 속 시간은 섬에서 멈추었다.”
사람들마다 마음속 깊은 곳엔 저마다 다른 버킷리스트 하나 혹은 여러 개를 묻고 하루의 고단한 삶을 달래 가며 바쁜 현대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은 남에게 상처를 남기고 아물기도 전에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난, 그렇게 하루하루 버텨 내듯 살아가며 가쁜 숨이라도 틜 수 있도록 버킷리스트를 하나하나 꺼내려한다.
#로망, 울릉도를 가다
관음도 일출
20년 8월 늦은 여름날
나는 이번 8월에 늘 동경하던 로망 하나를 채우려 한다. 2020년 1월에 우리 사회에 찾아온 유례없는 펜데믹의 공포는 오랜 시간 계속되고 있었고 더불어 유난히 긴 장마는 끝을 보여주지 않아 우리 가족은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핑계이고 내 자신이 더 지쳐가고 있었는지 모른다."
기대가 컸던 8월의 여름, 더 늦기 전에 가족의 지친 맘을 달래주고 오랫동안 쉼터가 되어줄 수 있는 곳이 절실했던 나는 울릉도행을 결정했다.
"이틀이나 되는 먼 길을 떠난다."
울릉도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가까운 길은 후포에서 가는 길이지만 우리 가족은 포항항과 강릉항을 이용하기로 했다. 포항항을 이용한 이유는 유일하게 화물선 카페리가 가능하기 때문인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 선택의 결과로 심각한 문제점가 따른다. 화물선 카페리는 울릉도까지 11시간이 소요된다 것을 참고하기 바란다. 따라서 나는 포항항으로 아내와 아이들은 다음날 강릉항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울릉도까지는 포항항에서 화물카페리는 11시간, 강릉항에서 페리는 3시간이 소요된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여행의 시작부터 이산가족이라는 이야기를 가지고 울릉도로 향하게 되었다.
#1. 포항항, 여행이 시작되었다.
울릉도행 포항 화물카페리(2020.8) 울릉도로 들어가는 가장 먼 바닷길. 나는 카페리를 이용하기 위해 포항항을 목표로 새벽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달려왔을까! 점심도 건너뛰고 모르는 길을 찾아 장시간 운전한 탓에 힘들 법도한데 정신은 멀쩡하다. 쌩쌩하구나, 스스로 위로해 본다. 하지만 그것은 긴장이 풀리지 않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바로 들어 냉정을 찾는다. 그러던 사이 이윽고 포항시, 목적지였던 화물여객선에 도착했다.
"이 배를 타면 10시간 이상 꼬박 달려야 해." 내면 깊은 곳에서 비장함이 터져 나온다.
보통은 강릉, 동해, 포항 등에서 여객선을 타면 2시 30분~3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다. 그런데 포항항에서 화물선여객선으로 출발하니! 앞으로 10시간가량 배를 타고 가야 한다(생각만 해도 휴~ 한숨부터 터져 나온다). 캠핑카를 선적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현재 포항의 시간은 저녁 5시 반 울릉도는 다음날 아침 7시 정도 되어야 도착한다. 이쯤 이야기했으니 누군가 물을 것이다. 왜 여객선이 아니고 화물선을 선택했냐고?... 이유는 울릉도에 도착하면 알게 된다.
그렇게 컵라면과 빵을 간단히 사들고 맘을 단단히 하고 화물선 카페리에 걸어 올랐다.
그런데 엉~ 이건 뭐지? 침상이...닷!
2020년 8월. 화물 카페리 여객선 12명 선실 누구들 그러지 않았을까? 배에 오르기 직전 암담했던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안도의 한숨이... 개인 침상이 있을 줄이야.. 내가 걱정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싶다.
그렇게 걱정을 뒤로하고 준비한 컵라면과 빵을 간단히 먹고 자리에 누워 있으려니 배가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출항시간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저녁 8시경에 출항했을 것이다.
참! 화물선의 운행일은 매일 출항하지 않고 요일마다 다르니 카페리의 사전 확인과 예약은 필수다.
2018년까지 묵호항 등 지역에서 울릉도로 운행했던 여객선 카페리는 폐선이 되어 지금은 과거로 얘기되었고 현재는 새로운 여객선 카페리를 도입 예정이라고 하니 참고 바란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하루를 그렇게 보내고 다음날 새벽을 맞았다. 저 멀리 보이는 울릉도는 나의 상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만큼 해무에 가린 섬이 그저 신비할 뿐이다.
#2. 울릉도, 킹콩이 사는 섬과 닮았다?
다음날 아침 5시경 갑판에서 본 울릉도 긴장이 풀리지 않은 탓일까! 에어컨을 사랑하는 한 사람 때문에 더운 여름날 추위로 호강했다. 그렇게 잠깐 잠을 잤을까! 밤샘 자는 둥 마는 둥 뒤척였다. 그래도 크게 피곤함이 없다. 몸은 아직도 긴장한 상태를 놓지 못하고 있는듯 싶어, 잠깐 숙연해진다. 그렇게 뒤척이다 화물선 갑판에 나갔다. 시간은 대략 아침 5시경으로 생각된다.
드디어 저 멀리 울릉도가 보인다. 화물선의 엔진 소리는 크고 작은 북소리처럼 내 귓가에 맴돌기 시작한다. 희미한 기억 속에선 옛날, 영화에서 본 킹콩이 살던 섬을 떠 올리고 있었다. 섬의 모습이 기억과 닮았다. 영화 킹콩은 낡은 화물선을 타고 누구도 쉽게 범접할 수 없고 지도에도 나타나지 않은 미지의 섬을 보여주며 영화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전개한다. 지금 갑판에서 보이는 울릉도가 내게 그렇게만 느껴진다.
#3. 울릉도, 어디로 가야 할까?
울릉도 저동항 촛대바위 추우리 만큼 시원한 배에서 밤을 보내고 세수하고 이를 닦고... 그렇게 보낸 선상에서의 10시간 이상, 드디어 울릉도에 도착했다. 멀리서 섬을 보자 어린아이처럼 들떴다. 그렇게 아침 8시경에 배에서 내렸다.
섬에 발이 닿는 순간 감격은 잠깐. 그런데 어디로 가지?
울릉도로 출발 전에 무엇을 할지 계획은 너무 많았으나 막상 닥치니 막연하다. 일단 그냥 자자. 그렇게 한참을 잤다 싶었는데 1시간밖에 지나질 않은 아침 9시쯤이다. 어린아이처럼 들뜬 가슴은 아직 진행 중인가 보다.
가족은 다음날 도착 예정이다. 아직 가족을 만나기까지 하루가 남은 셈이다. 무엇을~해야 할까?
무작정 작은 배낭에 물과 빵 등 간단히 간식을 챙기고 관광지도를 가지고 걷기로 했다. 걷다 보니 시내버스가 온다. 무작성 손을 들었는데 세워준다. "여기는 울릉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시내버스 차창 사이로 들어온 풍경 그렇게 버스를 타고 기사님께 묻는다. 울릉도 한 바퀴 돌고 싶은데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했더니.."계산하고 앉으세요."라고 한다. 교통카드로 결제를 하고 앉으니 바로 출발한다. 시내버스는 그렇게 한 바퀴 돌아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제자리에 돌아왔다. 이번에는 반대방향으로 버스를 탔다. 캠핑하기 좋은 장소를 찾기 위해서다. 일주도로를 따라 달리는 버스는 기암괴석을 깎아 길을 내고 짙푸른 바다 위에 돌을 쌓아 만든 도로, 그 사이를 유유히 가로질러 달리는 버스의 차창 사이로 들어오는 풍경은 그냥 감탄사만 나온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오가며 캠핑할 장소도 찾았고 생각지 못한 눈호강에 더없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울릉도 시내버스는 바다가 보이는 쪽에 자리 잡고 시내버스 일주를 강추하고 싶다.
울릉도는 일주도로가 잘되어 있다. 동쪽, 서쪽 2개의 시내버스가 있어 버스 노선은 두 개로 운행되는데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택시도 전화로 부르면 바로 온다. 굳이 자가용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가족과 합류를 했다.
#4. 관음도, 일출이 시작되는 곳
가족들과 간단히 항구를 둘러보고 버스투어 때 봐 두었던 장소로 이동했고 자리를 잡았다.
"바닷가 바로 붙은 작은 선착장, 핀을 차고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있는 프리다이버, 상상만으로도 멋진 이곳은 울릉도 관음도다."
관음도에 붙은 작은 선착장 우리 가족은 이곳, 관음도에 붙은 작은 선착장에 자리를 잡았다. 섬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이 없다. 소수의 울릉도 주민들로 보이는 사람들과 우리 가족만 있었다. 물론 가끔은 행락객들이 물놀이를 했고 백 패킹하는 나그네들도 들리곤 했다. 유명 관광지를 선호하지 않는 우리 가족만의 캠핑 스타일로는 이곳이 딱이다.
관음도 독수리 바위 우리 가족은 이곳에서 며칠간 캠핑할 계획이다. 자리를 잡고 바다로 풍덩...
맑은 바닷물은 수정을 비유해도 어색함이 없겠고 햇볕에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은 보석을 깔아놓은 듯 반짝이고 투명하게 보이는 바닥은 유리알을 뿌려놓은 듯 빛나고 있었으며 조금 멀리 보이는 짙푸른 바다는 경건함마저 들어 들떠있는 어린아이의 흥분을 가리 앉히기 충분하다.
관음도에서 자전거 투어 오후 바다는 노을로 물들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고 관음도 주변을 달렸다. 삼선암을 지나 천부리로 가는 길에서 노을 지는 풍경을 가슴에 담았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선 그 모습을 딸아이가 그리기 시작했다.
#5. 성인봉, 태고의 원시림이 숨 쉬는 곳
다음날 아침 7시경, 역시 일찍 일어났다. 어떤 형태로든 흥분을 감출 수 없는, 이곳. 참 멋지다.
날씨가 좋으면 무조건 성인봉으로 먼저 가라.
누구의 말이 아니다. 내 속에서 들려오는 말이었다. 더운 여름날 우리 가족은 나리분지행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천부리로 향했고 천부리에서 나리분지행 버스를 탔다.
천부리는 우리처럼 휴가 온 사람이 많다. 나리분지로 향하는 버스 안에 사람은 만원이다. 버스는 급경사를 오르기 위해 거친 엔진 소리를 토해냈지만 사람들 표정엔 즐거움이 컸다.
그렇게 버스 탄 우리는 나리분지에 도착했고 이내 우리를 쏟아낸 버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무엇엔가 쫓기듯 사정없니 내달린다. 서둘렀건만 정오가 다되어 나리분지에 도착했다. 여기가 울릉도 나리분지구나 싶은 순간 햇볕이 너무 뜨겁다. 긴 장마 끝내고 맞닥 드린 햇볕은 녹록잖게 세다. 주변을 들러보기엔 너무 더운 정오였고 아들아이와 딸아이의 눈치를 보니 왜 이 고생을 하는 거지, 불만이 나올 것 같은 표정이라 나리분지를 둘러보는 건 접는다.
성인봉 정상에서 바라본 나리분지. 저 멀리 동해바다가 보인다. 하차 후 우리 가족은 바로 성인봉을 오르기 위해 등산로를 잡았다. 울릉도는 참 물이 풍부한 곳이다. 성인봉 가는 길에 약수는 두 곳인데 수량이 많고 참 시원하다. 한참을 오르는 동안 우리 가족은 경치에 감탄하는 사람, 아랑곳없이 투덜대는 사람, 힘들어 주져 앉고 싶은 사람, 빨리 정상에 오르고 싶은 사람으로 나누어졌고 두어 시간을 노래도 부르고 웃고 싶지 않은 농담을 하며 정상을 향해 올랐다. 드디어 마주한 성인봉 정상이다. 그런데 감탄보다는 이게 뭐야! 아직 더 남았나! 아쉬움이 한껏 담긴 말투다. 우리 일행 말고도 2~3명의 등산객이 더 보인다. 누군지 몰라도 기대했던 정상의 모습이 아닌가 보다. 자! 모여봐 사진 찍고 내려가자.
그렇게 성인봉을 뒤로하고 우리 가족은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은 도동항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한참을 내려오다 보니 고사리 군락이 계속되고 있다. 아내는 고사리 광경을 보고 이쁘고 새롭다, 인상적이다라는 식으로 감상평을 이어간다. 그렇게 1시간 이상을 내려온 듯싶다. 하산길 막바지에서 만난 도동항의 안개는 설명이 필요 없는 그림 그 자체다. 갑자기 생긴 안개는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이 마치 신선이 사는 곳인 듯 황홀경을 보여준다.
성인봉 하산 길에 만난 풍경, 도동항이 한눈에 보인다. 하산길에 가슴 벅찬 선물을 한 아름 가득 안고서 성인봉 등산을 마쳤다.
그렇게 되돌아온 보금자리에서 쉴 틈 없이 카약킹을 준비한다. 카약을 타고 관음도로 달려간다.
짙푸른 바닷물, 아이들 손에 한껏 힘이 실린 패들링은 카약을 내달리게 하고 멀리서 길을 가던 나그네의 부러움을 한껏 느껴본다. 그러는 사이 바다에 떠있는 관음도를 한 바퀴 돌고 멋진 세월의 흔적을 남긴 주상절리와 해식동굴을 살펴보고 세 선녀의 슬픈 전설을 찾아 카약의 방향을 바꾼다.
#6. 세선녀의 전설을 간직한 삼선암
풀 한 포기 없이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막내 선녀바위 그 앞에 서로 기대듯 서있는 언니 선녀바위(20년 늦은 8월) 낙조로 붉게 물든 수평선 사이로 우뚝 솟은 삼선암은 막내 선녀의 순고 지순한 사랑이 나은 슬픔 결과로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그런 연유인가! 4시, 5시 저녁시간, 낮게 깔린 낙조를 붙들고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 시간 사이로 우리 가족은 카약을 타고 삼선암으로 내달린다. 검푸른 바다와 물결이는 파도 그리고 나지막이 깔린 낙조는 뉘엿뉘엿 가던 걸음을 멈추고 정신줄 놓고 카약킹을 즐기는 우리 가족을 내려보는 듯 비추고 있었다. 어디에서 보았을까! 숨 죽이게 만드는 경치는 우리 가족의 시간을 새롭게 쓰게 했다.
"아침이 시작되는 동해 끝, 태평양을 마당 삼은 삼선암에 우리 가족이 있었다."
#7. 통구미, 우리 가족의 시간이 멈춘 곳
통구미에서 광복절 행사로 태권도 시범을 주체(20년 늦은 8월) 그렇게 삼선암까지 섭렵한 우리 가족은 관음도를 뒤로하고 통구미로 간다.
이곳은 일주도로를 따라 버스여행 때 우리 가족이 두 번째 캠핑 장소로 정한 통구미다.
통구미는 이미 백패킹, 차박 캠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곳에서 장사 중인 주민께 주차장에서 캠핑할 수 있는지 물었더니 괜찮다고 한다. 우리는 이곳 통구미에서 두 번째 캠핑을 시작하였다.
통구미는 울릉도에서 서쪽에 위치한다.
이곳의 일출은 산 봉우리에서 시작되고 낙조는 바다로 떨어져 그 풍광은 형언하기에 부족함이 많고 숨이 멎을 것 같은 경치 앞에서 "눈에 담으니 가슴이 시리고 가슴에 담으니 머리가 숙연해진다."
울릉도에서 며칠을 몇 달인 양 꾹꾹 눌러 담는다. 눈에서 멀어지면 맘도 멀어진다는 누구의 말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며 항상 이곳에 있기를 희망하면서 그렇게 하루하루 울릉도를 채우려 하였으나 아쉬운 시간들을 채우기보다는 더 크게 비워가며 시간은 더욱더 빠르게 흘렸다.
통구미 카약킹 #8. 독도, 역사를 그리다
외로운 섬, 독도 "왜, 그런 것일까? 내 자신에게 물어본다. 하지만 되돌아오는 건, 뭐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작은 섬에 구경하러 가는데 누구와 싸울듯한 비장함이 뭐냐고? 다시 물었는데..! 역시 답을 못한다.
울릉도에서 남동쪽으로 60여 km를 여객선 타고 3시간 정도 달리다 보면 생각들때 마다 내 자신도 모르는 이유로 잔잔히 감정을 흔들어대는 섬, 독도가 있다."
오늘은 우리 아이들 현장학습을 하기 위해 독도로 길을 나섰다.
사람으로 매어 터진다는 말은 아무래도 이럴 때 쓰는가 보다. 말이 무색할 만큼 사람이 많다. 나그네라면 들리는 곳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합실은 명절을 앞둔 서울 강남역 터미널이 연상될 만큼 분비고 울릉도라는 사실이 무색하기까지 하다.
우리가 캠핑하던 곳과 사뭇 다르고 좀처럼 낯설다.
가는 동안 발을 펴고 졸기보다는 바르게 앉아야 할 것 같은 조금은 경직되어 여유 없는 맘은 울릉도와 다르다. 이런 감정 나만 그런가 싶어 주변을 살핀다. 지긋한 연세에 조금은 흥분이 고조된듯한 상기된 표정을 한 어르신들로 독도행 여객선 내부엔 사림들로 빈자리를 찾을 수 없는 만원이다. 그렇게 주변을 의식하는 사이 여객선은 항구를 벗어나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망망대해로 사정없이 내달리고 짙푸른 바다는 저항 없이 여객선을 받아주는 듯싶다. 그러는 사이 내 자신에게 던진 질문 하나, 독도는 왜, 허가를 받아야 내릴 수 있는가? 이내 다른 질문이 우리 땅에 우리들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그때는 언제쯤 될 수 있을까? 아쉽다. 그리고 왜 , 주민의 이주를 막는 것일까? 등의 온갖 생각이 내 자신에게 질문을 퍼붓고 있을 때쯤 선상 안내방송이 나온다. "여러분은 행운아입니다. 독도에 접안이 가능하니 30분가량 내릴 수 있습니다"라는 멘트에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환호성을 부른다. 이윽고 창 너머로 감정을 흔들던 그곳, 경계를 서는 듯 보이는 군인들과 함께 독도 선착장이 눈에 들어온다. 여객선 안은 술렁였고 잠시 뒤 버킷리스트 하나를 채우듯 도독에 내렸다.
지긋한 연세, 흥분으로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않는 어르신들의 왁자지껄하며 서로를 불러 세우기에 바빠 주변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곳이 독도다.
그런가 하는 사이 걸음이 삐른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포토존 쟁탈전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하지만 내 감정은 무엇 때문인지 하선하고도 숙연해 있었고 아내가 부르면 찾아가는 시늉만 할 뿐 꿔다 놓은 보리짝 마냥 서성이고 있었다. 그렇게 조용히 흔들리던 감정은 울릉도에 돌아와서 사라졌다.
왜, 그런 것인지 돌아온 지금도 답을 찾지 못했다.
#9. 섬, 낙조가 되어 멈추었다
울릉도는 오래전 다녀간 기억이 있다. 물론 지금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에 비교는 어울리지 않아 하지 않는다. 다만 울릉도를 상기하면 생각나는 것이 도동항 약수와 호박엿이다. 옛날 기억을 더듬어 길을 잡았다. 옛날 도동항 약수는 철분이 많기로 소문났었는데 지금도 그런지 알 수 없으나 철분과 탄산의 톡 쏘는 물맛은 변함이 없었다. 하산길에 독도박물관에 들러 강치도 보고 일본과의 몰랐던 과거를 숙연하게 들었다. 그렇게 관람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울릉도 호박엿도 맛을 본다.
어제 왔던가 싶던 울릉도 일정이 벌써 끝을 향해 달렸을 줄 여행의 막바지가 되니 실감과 함께 아쉬움으로 밀려온다. 하루를 더 보내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
다시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끝으로 울릉도 짬뽕 맛을 보고 울릉도가 내어준 너른 쉼터에서 잠시 쉬어 본다.
"한여름 더위속 그늘을 찾은 나그네는 땡볕에 더위보다 그늘 속 한가함이 지루해 쉬 오래도록 쉬지 못하고 무더운 땡볕을 다시 찾는다. 했듯이 잠깐 쉬고 우리 가족은 온 길을 되돌아 가려한다."
이제 우리 가족은 되돌아온 것으로 돌아간다. 올 때와 같이 포항으로 강릉으로 이산가족이 되어 울릉도를 떠난다. 우리 가족이 다녀간 흔적은 하나 없이 모두 지우고 우리들 가슴 너른 쉼터로 차곡차곡 울릉도를 눌러 담는다.
" 발 닿은 울릉도의 시간은 아쉬움 조차 느끼지 못하게 빠르게 흘렀고, 짐 꾸리고 울릉도를 떠날 때 우리 가족에게 울릉도의 시간은 떨어지는 낙조와 함께 멈췄다."
울릉도 캠핑카 여행 Tip!
1. 화물 카페리는 포항항에서 출발하고, 금액은 차만 대략 왕복 50만 원선. 차와 사람 요금은 별도. 차를 가져갈 경우 교통비가 비싸다. 따라서 긴 여행을 계획할때 더 유리하다. 소요시간은 11시간.
2. 카페리는 울릉도 지역주민을 우선으로 자리를 배정하므로 예약은 필수! 화물선의 운행일은 매일 출항하지 않고 요일마다 다르니 카페리의 사전 확인과 예약은 필수다. 차 자리와 사람 자리를 구분한다. 그래서 사람과 차 모두를 예약해야 한다. 나는 돌아오는 배의 사람 자리를 예약하지 않아 차는 따로, 사람은 따로 포항으로 돌아오는 일이 생겼다.
3. 울릉도는 선착장이 많아 비교적 캠핑카를 주차하기 편하지만 산간 도로가 험하기 때문에 캠핑카 주차 후 관광을 원한다면 편리한 울릉도 일주 버스를 추천한다. 캠핑카 주차 장소 물색을 원한다면 일주 버스를 타고 섬을 먼저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일주 버스를 타려면 시간표 확인은 필수!
4. 독도에 가려면 미리 배편을 예약하는 것이 좋다. 현지에서 오래 머물다 독도를 둘러본다면 날씨가 맑고 파도가 적은 날을 택하면 독도 접안이 가능하다. 독도 접안을 매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날씨를 잘 확인하자.
통구미에서 관음도 카약킹 캠핑의 밤. 관음도(마카, 볼펜으로 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