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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기로 결심한 아이

- 나도 사랑 타고 싶어

by 까를로스 안 Feb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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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훈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꽤 진지하게 고민해서, 가훈을 어떤 액자에 담아 집 어디에 걸지 생각한 시간이 있었다.

첫번째 가훈은 정했는 데, 정확한 워딩을 아직까지도 고민 중이다.


1안 : (단순화) 남과의 비교를 금지합니다.

2안 : (길지만 교훈적으로) 남과의 비교는 불행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이 하는 행동입니다.

3안 : (캠페인 형식으로) 비교는 불행의 씨앗


결론적으로 아직까지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으나, 올해(25년)에는 반드시 해낼 거다.

가훈은 아내와 아이들의 동의도 필요하니, 조금 더 Common Sense를 만들어야 한다.

“비교 금지”를 포함해서, 미래 지향적인 두번째 “가훈”도 필요하다.


“비교 금지” 가훈을 만들고 싶었던 이유는 둘째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이다.

마치 불행하기로 결심한 사람(아이)처럼, 언니와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아이를 보면서 말이다.

모든 둘째가 가진 본능이거나 둘째가 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성격 중의 일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태어나봤더니, 자신보다 먼저 태어나 부모에게 한껏 사랑을 받으면서 무엇이든 자신보다 잘하는 슈퍼 울트라 경쟁자가 있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언니는 온 가족의 사랑을 BASE로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문화센터에 2년을 다니면서 온갖 종류의 놀이를 섭렵해서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뛰어나다. 초등학교 장기자랑이 있으면 아이돌 댄스의 센터(센터를 주장한다)를 맞고, 3학년 때는 반장이 되어 체육대회 때 여자 대표로 개회 선서도 한다. 교회 피아노 반주를 하는 아내의 전통을 이어받기 위해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워서 콩쿠르에 나가면 매번 상을 받는다. 그 상을 받는 날이면 둘째는 자신도 상을 받고 싶다고 하루종일 울고 삐진다.


이렇게 내용을 적어보니, 둘째가 삐질 만도 하고, 억울한만도 하다. 둘째에게 잘해줘야겠다.


그러다 동에서 하는 미술대회에서 둘째는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창작 미술대회로 ”놀이터“라는 주제로 언니와 둘째는 함께 참여했고, 둘째는 당당히 동상을 수여하고 아주 기뻐했다. 아내와 나는 둘째가 아주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둘째가 어지간히 언니를 이기고 싶구나 생각했다.


그랬는 데 말이다. 그렇게 끝났어야 했는 데 말이다.


공교롭게 첫째가 대상을 받으면서 사고는 터졌다.

아내는 첫째의 그림이 그리 특별한 게 없다 생각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둘째 아이는 동상을 타는 쾌거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돌아와 하루종일 울었다.

울면서의 외침은 “나도 대상 받고 싶어 “ 였다. 미술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는 것만으로 충분히 잘한 일이라고 아이에게 타일러봤지만, ”나도 대상 타고 싶어 “의 울음은 작아지지 않았다. 모든 일의 잘하고 못함이, 더 나아가 언니를 이기고 싶은 마음이 아이의 삶의 기준이 되었다. 비록 이 비교본능이 둘째 아이가 갖는 구조적 본능이라고 할지라도, 그 본능이 둘째 아이의 삶에 장애물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마치 우리 삶의 기준의 근거가 “세상이 원하는 버젓한 그 무엇이 될 때”, 우리는 마치 ”불행하기로 결심한 사람의 운명“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경쟁”과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 사람들이 지독한 불행감과 외로움에 취약한 이유는 삶의 근거와 기준이 나의 내면이 아니라, 부모와 사회에서 온 것이고, 그 기준과 근거는 살벌하게 높고, 지속적으로 진화하여 업그레이드되고 있기 때문인 거 같다.


둘째 아이의 그림을 보며, “놀이터”라는 주제로 “아이의 상상과 창조의 세계”를 보고 싶었으나, “경쟁과 비교“의 세계를 정면하고 있다.

“경쟁과 비교”가 만든 아이의 울음소리가 “나도 사랑 타고 싶어, 나도 사랑 받고 싶어”라고 들린다. 


이제 대상과 동상이라는 타이틀은 집어던져버리고, 아이에게 ”경쟁과 비교“의 프레임을 제거할 방법들을 연구하자.


“경쟁과 비교”의 프레임을 제거할 첫 번째는 바로 “경쟁과 비교“가 만드는 불행에 대한 경고에서부터 시작한다.


올해는 꼭 가훈을 만들어 집에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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