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 어느덧 실밥을 뽑으러 가는 날이 다가왔다. 절개 부위는 엄마 복부의 제왕절개 흉터와 동일했으며 맹장수술 흉터보다 훨씬 크기가 크고 표면은 지렁이처럼 울퉁불퉁 거려 징그러웠다. 의사가 왜 복강경을 권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의사는 그동안 몸 상태가 어땠는지를 물었다.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크게 이상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의사는 수술할 때 내 복부에 지방이 많아 걷어내느라 고생했다며 농담도 했다. 엄마는 향후 나의 임신 가능 여부를 궁금해했다. 의사는 수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오른쪽 나팔관에 손상이 있을 수밖에 없었으나 왼쪽이 정상이기에 임신은 문제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뜸 나에게 “또 와”라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왈칵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진료실에서 펑펑 울었다. 너무나 크게 울었기에 의사가 많이 당황해하며 왜 우냐고 물었다.
“다시는 병원에 오고 싶지 않아요.”
의사는 웃으면서 수술을 또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 질환은 재발이 될 확률이 크기 때문에 추적하는 개념으로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서러워서 더 크게 울었다. 병실에 입원했을 때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보고 산부인과가 어떤 곳인지를 알게 되었는데 앞으로 6개월에 한 번씩 학생 신분으로 여기에 드나드는 게 너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는 병실에서 누가 안 좋게 말했을지 안 봐도 뻔하다고 말했다. 그 말에 조금 발끈했다.
“의사 선생님도 저를 믿지 않으시잖아요.”
그는 조금 당황한 것 같았으나 이제는 나를 믿는다고 말했다.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자 그는 수술 전 마취상태에서 내가 성경험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것도 있단다.”
그러더니 갑자기 우리 엄마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혼내기 시작했다.
아이가 많이 예민한 것 같으니 스트레스받게 하지 말고 애가 보는 앞에서 싸우지 말라며 병원이 떠나가게 호통을 쳤다. 의사가 보기에도 나의 부모는 자식에게 관심이 전혀 없어 보였던 것 같다. 엄마가 혼나는 것을 보면서 골똘히 생각해보았다.
“아무래도 그게 원인이 아닌 것 같아요. 똑같은 걸 보면서 같이 스트레스받는데 저희 언니는 멀쩡하거든요. 제가 이상한 것 같아요.”
그러자 의사가 어두운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사람마다 외부 자극에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와 예민함이 다른데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란다.”
의사는 6개월에 한 번씩 산부인과에 학생이 드나드는 건 심리적으로 힘들 수 있으니 원하지 않으면 굳이 병원에 올 필요는 없지만 그 대신 조금이라도 아프거나 수술 부위가 이상한 것 같으면 바로 내원해서 검사를 받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또 오라는 것은 성인이 되어서 임신을 하게 되면 애 낳으러 병원에 오라는 말이었다며 다시 한번 내가 임신이 가능한 몸 상태라는 것을 되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