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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정 Feb 08. 2021

실밥

예민

  시간이 흘러 어느덧 실밥을 뽑으러 가는 날이 다가왔다. 절개 부위는 엄마 복부의 제왕절개 흉터와 동일했으며 맹장수술 흉터보다 훨씬 크기가 크고 표면은 지렁이처럼 울퉁불퉁 거려 징그러웠다. 의사가 왜 복강경을 권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의사는 그동안 몸 상태가 어땠는지를 물었다.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크게 이상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의사는 수술할 때 내 복부에 지방이 많아 걷어내느라 고생했다며 농담도 했다. 엄마는 향후 나의 임신 가능 여부를 궁금해했다. 의사는 수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오른쪽 나팔관에 손상이 있을 수밖에 없었으나 왼쪽이 정상이기에 임신은 문제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뜸 나에게 “또 와”라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왈칵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진료실에서 펑펑 울었다. 너무나 크게 울었기에 의사가 많이 당황해하며 왜 우냐고 물었다.

  “다시는 병원에 오고 싶지 않아요.”

  의사는 웃으면서 수술을 또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 질환은 재발이 될 확률이 크기 때문에 추적하는 개념으로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서러워서 더 크게 울었다. 병실에 입원했을 때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보고 산부인과가 어떤 곳인지를 알게 되었는데 앞으로 6개월에 한 번씩 학생 신분으로 여기에 드나드는 게 너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는 병실에서 누가 안 좋게 말했을지 안 봐도 뻔하다고 말했다. 그 말에 조금 발끈했다.

  “의사 선생님도 저를 믿지 않으시잖아요.”

  그는 조금 당황한 것 같았으나 이제는 나를 믿는다고 말했다.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자 그는 수술 전 마취상태에서 내가 성경험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것도 있단다.”

  그러더니 갑자기 우리 엄마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혼내기 시작했다.

  아이가 많이 예민한 것 같으니 스트레스받게 하지 말고 애가 보는 앞에서 싸우지 말라며 병원이 떠나가게 호통을 쳤다. 의사가 보기에도 나의 부모는 자식에게 관심이 전혀 없어 보였던 것 같다. 엄마가 혼나는 것을 보면서 골똘히 생각해보았다.

  “아무래도 그게 원인이 아닌 것 같아요. 똑같은 걸 보면서 같이 스트레스받는데 저희 언니는 멀쩡하거든요. 제가 이상한 것 같아요.”

  그러자 의사가 어두운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사람마다 외부 자극에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와 예민함이 다른데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란다.”

  의사는 6개월에 한 번씩 산부인과에 학생이 드나드는 건 심리적으로 힘들 수 있으니 원하지 않으면 굳이 병원에 올 필요는 없지만 그 대신 조금이라도 아프거나 수술 부위가 이상한 것 같으면 바로 내원해서 검사를 받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또 오라는 것은 성인이 되어서 임신을 하게 되면 애 낳으러 병원에 오라는 말이었다며 다시 한번 내가 임신이 가능한 몸 상태라는 것을 되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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