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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루일을 하다 보면 나의 음을 슬프게 하는 모습들이 있다.


할아버지는 전동휠체어에 앉아 방향을 잡고 할머니는 눈이 보이지 않아 전동휠체어 손잡이를 둘이서 같이 다니는 노부부가 있다.

서로의 발이 되어주고 손이 되어주는 두 사람,

둘 중의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나머지 한분은 어떻게 될까!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가사도우미가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워 생활비를 찾으러 가끔 같이 오신다.

겨울이라 추울까 봐 할머니가 앉아 있는 휠체어에 담요를 칭칭 덮고 오시는 게 안타까워 내가 직접 나서서 돈을 찾아 집에 가져다 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얼마 전에는 그 할머니의 아들로 보이는 남자가 모시고 와서 자식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할머니 자필로 해서 카드를 만들어 그나마 얼마 있던 돈을 찾아간 것이었다.

며칠 후 도우미가 다시 모시고 와서 카드를 해지하고 비밀번호도 바꿨다.

아들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다시는 그런 가슴 아픈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초 연금이 나오는 매달 25일이 되면 영업점이 바쁘다.

한 달에 한번 이날만 기다리시는 어르신들이 의외로 많다.

은행에 오시기가 무섭게 꼭 필요한 세금 빠질 돈만 남겨두고 모두 현금으로 찾아가서 한 달을 생활하신.

그나마 통장정리만 하여 입금된 돈만 확인하고 뿌듯해하시며 돌아가시는 여유 있는 어르신도 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연금이 나오면 한 번에 돈을 찾아가는데 가끔 연금이 들어와도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셔서 5만 원씩, 10만 원씩 조금씩 돈을 찾아가는 할머니가 있다. 그날도 5만 원만 나한테 찾아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는데 돈을 다 찾고 나서 의자에 앉아서 5만 원짜리 돈을 한 장 한 장 얼마나 차곡차곡 챙겨 넣는그리고 주머니에 있던 천 원짜리까지 꺼내서 얼마나 차곡차곡 잘 다듬어서 정리해 가져가시는지 ' 할머니의 손에 돈이 좀 더 많이 쥐어지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어느 날인가 할머니 한 분이 들어오시더니 입금된 돈 찾아가겠다고 통장을 정리해 달라고 하셨다.

정리를 해보았는데 입금된 돈이 없다.

딸이 돈을 입금해 주기로 했는데 왜 안 들어왔지 하는 것이다.

할머니 따님이 바빠서 아직 안 넣었겠죠, 뭐 급한 사정이 있겠죠, 조금 기다려 보세요.

시무룩해서 나가시는 할머니의 표정이 하루 종일 내 마음속에 남아 있.


또 어떤 날엔 은행에 오신 할아버지가 돈을 찾으러 왔다며 20만 원만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통장에 돈도 입금됐는지 확인해 보지도 않고 바로 출금하는 것을 도와드렸다.

할아버지께 비밀번호를 누르라하고 마지막 현금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잔액 부족으로 거래가 처리되지 않았다.

확인해 보니 통장에 27,000원 정도만 남아 있었다.

"할아버지 통장에 돈이 2만 원 밖에 없는데요."

"그래, 돈이 안 들어왔어?"

할아버지 혹시 오늘이 연금 나온 줄 알고 잘못 착각해서 오신 거 아니세요. 

연금은 내일 나오는 날이니 내일 다시 오세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돌아서 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찡하다.


이런 모습들이 장래 내 모습이 절대 될 수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돈이 많은 사람들, 돈이 적은 사람들,

내가 그들의 젊은 날은 알 수 없지만 열심히들 살았겠지!


내가 생각하기에 그나마 우리나라는 노인복지가 어느 정도는 잘 돼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력으로 소득을 창출할 수 없는 사람이 그나마 나라에서 주는 기초연금으로 어느 정도 기초생활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가끔 나이 드신 어르신들 중에 공공근로를 하고 통장으로 돈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

그 나이에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몸이 힘들어도 할 수 있는 데까지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으려는 생각이었지 않나 생각을 하니 고마운 어르신들이다.


이런저런 일상들로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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