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7 - 애드워드 애슈턴
내 손을 거치면 대부분의 식물은 잘 못 자란다. 선물 받은 다육이도 얼마 전 생명을 다했다. 화분을 채우는 정도 흙도 관리를 못해 신비로운 생명들을 놓치고 있자니 식물에게 송구하다. 식물을 키워내는 모든 사람들을 존경한다. 내 흙보다 수만 배 많은 흙을 비옥하게 만들어 큰 과수원을 하시던 큰아버지
" 가지치기를 제 때 잘해줘야 실하게 자라지.:"
실로 자잘한 가지들은 자주 튼실한 사과를 가리곤 했다. 작은 화분이야 잡초가 자랄 일 없지만 밭이면 이야기가 다르다. 바람에 실려오는 씨앗들을 막을 수 없으니 잡초가 자란다. 잡초가 자라면 농작물을 수확할 수 없으니 부지런히 솎아내야 한다. 뭐든 튼실하게 자라려면 수시로 자잘한 것들을 신경 써야 한다. 존재를 길러낸다는 것은 자고로 정성이다. 정성이 전부라 할 수 있다.
소설 미키 7의 미키 반스는 소모품이다. 즉 하루가 멀다 하고 다른 존재로 갈아치워 진다. 왜 사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꿈은 무엇인지 아무도 묻지 않는다. 그저 매정한 상관 마샬은 몇 번째 미키인가를 묻고 손익을 따진다. 이유를 물을 이유가 없다. 묻기도 전에 쓸모가 사라지면 또 새로운 미키가 생산된다. 탄생이 아닌 그저 생산이다. 탄생은 어미로부터 기인한다. 생산은 물질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탄생한 존재들은 어미를 배경으로 해서인지 쭉 신비롭다. 미키 7에서 미키는 몇 번째 생산된 물건인지가 중요하다.
다행히 아이들은 나에게 몇 번째 나인지 묻지 않고 희망찬(?) 질문을 한다.
특히 요즘 부쩍 어떡하지를 묻는 아이가 있다. 정말 매일 나는 그 아이를 신비롭게 바라본다.
"선생님 오늘은 광고홍보를 전공하고 싶었는데 내일 마음이 바뀌면 어떡하죠?"
"선생님 대학 못 가면 어떡하죠?"
"저 중간고사 망치면 어떡하죠?"
" 선생님, 잘 되겠죠?"
하루가 매일 불안하고 갑갑한가 보다. 얼굴 잊을만하면 와서 또 묻고 또 묻는다. 그 모습이 기특해서 나는 정성껏 질문의 가지를 친다.
" 음.. 그럼 잘 되지.. 시험만 생각하자."
" 중간고사 치고 선생님하고 다시 이야기하자."
" 마음 바뀌면 자율전공학부 가서 또 고민하면 되지."
아이는 갸웃하지만 씩 웃는다. 시험 끝나고 질문하러 온다는 말을 하며 애틋한 뒷모습을 남긴다. 질문하는 존재는 다시 탄생한다. 어떡하지를 묻는다는 것은 나 스스로 길을 찾고 있음을 반증한다. 어떡하지를 묻는 아이는 결정 장애가 아니라 결정의 파도를 즐기는 중이다.
꿈이라는 긴 여행에서 어떡하지라는 질문이 나를 비집고 꾸역꾸엮 나올 땐 마음을 정리하고 새롭게 가다듬을 일이다. 질문 자체는 모두 내다 버리면 안 된다. 여행 짐을 싸다가 옷 몇 가지가 비집고 나온다고 트렁크를 버리진 않는다. 그렇다고 비죽 비죽 나온 옷가지, 물건을 대책 없이 쑤셔 박아 여행을 가버리면 새로운 여행지의 선물을 담을 수 없다.
나는 오늘도 그 아이의 질문을 가다듬어 주고 진로라는 새로운 여행을 가뿐하게 떠날 수 있기를 도운다. 정성껏 가지를 치고 열매 하나하나 햇살이 가득하길 소원한다.
미키 7. 327쪽
시간 시간이 열쇠다.
우리에게 시간이 필요한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