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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10

겨울 억새

by 박용기 Feb 10. 2025


무슨 대단한 할 일이 남았는지

한 생명 다 한 것 같은 

백발의 억새들이

한 겨울에도 남아있습니다. 


바람에 씨앗들이 많이 날아가

성긴 머리칼이

영락없이 속알머리, 주변머리 없어진

노인들 같지만,

눈이 내리면 

백발로 염색한 젊은이들을 잠시 흉내 냅니다. 


'그래 이 겨울에

어차피 찍을 꽃도 없는데,

너라도 꽃처럼 피어주니 고맙다'

한마디 건네며

셔터를 눌렀습니다. 


춥지만 눈이 있어 아름다운 겨울입니다. 




겨울 억새김순선


고향 가는 길

늙으신 어머니 마중 나와 손을 흔들듯

광목수건 머리에 쓰고

길가에 마른 억새

서걱 서걱


심술궂은 된바람

멱살 잡고 흔들어도

꺾일 듯 꺾일 듯

쉽게 뿌리 뽑히지 않아


빈집 같은

휑한 겨울 들판

지키려고

바람에게

몸을 맡긴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https://500px.com/photo/1108520597/winter-story-10-by-yong-ki-park


#겨울_이야기 #눈_내리는_날 #겨울_억새 #겨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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