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을 더 이상 구독하지 않고,
새 글 알림도 받아볼 수 없습니다.
겨울 억새
무슨 대단한 할 일이 남았는지
한 생명 다 한 것 같은
백발의 억새들이
한 겨울에도 남아있습니다.
바람에 씨앗들이 많이 날아가
성긴 머리칼이
영락없이 속알머리, 주변머리 없어진
노인들 같지만,
눈이 내리면
백발로 염색한 젊은이들을 잠시 흉내 냅니다.
'그래 이 겨울에
어차피 찍을 꽃도 없는데,
너라도 꽃처럼 피어주니 고맙다'
한마디 건네며
셔터를 눌렀습니다.
춥지만 눈이 있어 아름다운 겨울입니다.
겨울 억새/ 김순선
고향 가는 길
늙으신 어머니 마중 나와 손을 흔들듯
광목수건 머리에 쓰고
길가에 마른 억새
서걱 서걱
심술궂은 된바람
멱살 잡고 흔들어도
꺾일 듯 꺾일 듯
쉽게 뿌리 뽑히지 않아
빈집 같은
휑한 겨울 들판
지키려고
바람에게
몸을 맡긴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https://500px.com/photo/1108520597/winter-story-10-by-yong-ki-park
#겨울_이야기 #눈_내리는_날 #겨울_억새 #겨울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