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내리는 아침
물방울 맺힌 창으로
상크름한 바람 불어온다
바람은
앞머리를 스쳐
코끝을 간지럽히고
휘어진 머리끝을 돌아
멀어져 간다
백일홍 흐드러진 거리를 걷던
8월의 마지막 날, 너는 물었다
8월은 내게 무엇이었느냐고
나는 답하지 못했다
정의 내리지 못하는 계절과
정의 내릴 수 없는 감정들 사이에서
9월이 됐고
9월이 지났고
우리는 또
시간 하나를 건넜다
9월 30일
나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나는 네게 무엇인지
너는 내게 무엇인지
채송화를 보며 건넨 말
초록으로 익어가던 감
웃음으로 환하던 밤
올려다보던 그믐달
그러나
알 수 없다는 건 어쩌면
알 필요 없는 것일지도
의미가 동행이 되고
동행은 격려가 되고
격려가 눈물이 된다면
계절이 흐르듯
인연은 이어지는 것
그러니 아프지 않았다
8월도, 9월도
너로 인해 나의 시간은
초록이었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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