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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전우형 Oct 01. 2024

9월 30일

가을비 내리는 아침

물방울 맺힌 창으로

상크름한 바람 불어온다


바람은

앞머리를 스쳐

코끝을 간지럽히고

휘어진 머리끝을 돌아

멀어져 간다


백일홍 흐드러진 거리를 걷던

8월의 마지막 날, 너는 물었다

8월은 내게 무엇이었느냐고

나는 답하지 못했다


정의 내리지 못하는 계절과

정의 내릴 수 없는 감정들 사이에서

9월이 됐고

9월이 지났고

우리는 또

시간 하나를 건넜다


9월 30일

나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나는 네게 무엇인지

너는 내게 무엇인지


채송화를 보며 건넨 말

초록으로 익어가던 감

웃음으로 환하던 밤

올려다보던 그믐달


그러나

알 수 없다는 건 어쩌면

알 필요 없는 것일지도

의미가 동행이 되고

동행은 격려가 되고

격려가 눈물이 된다면


계절이 흐르듯

인연은 이어지는 것

그러니 아프지 않았다

8월도, 9월도


너로 인해 나의 시간은

초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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