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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전우형 Jul 12. 2024

아이는 초승달을 닮았다

하나둘 빛이 저물고

밤은 대답하지 않는다


아이는 내게 과자를 내밀며 말한다

이거, 초승달 같지 않아?

이로 곱게 다듬은 초승달을 받아 들며

나는 묻는다

어젯밤 초승달을 보았느냐고

아이는 고개를 젓는다

그렇구나, 먹어도 돼?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아이의 이마를 쓰다듬는다

찰박한 냉기가 맴도는 살결

머리에 스민 푸근한 냄새

고마워

나는 먹지 못하고

그저 받아 든 채로


아이는 초승달을 닮았다

초승달 닮은 눈과

초승달 닮은 눈썹과

초승달 닮은 미소로

나를 보며 해사하게 웃는다


우린 해 질 무렵 만나

초승달을 보며 헤어졌다

그 순간이 찬란해서

다시 밤을 기다렸다


그러나 밤은 대답하지 않는다

하나둘 빛이 저물고

아이는 초승달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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