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감기에 걸렸다. 일어나려고 몸을 일으켰는데 몸이 무겁다.
몸살이다.
티 안 나는 여러 일을 한꺼번에 해서 그런가,
생각이 복잡해서 그런가
그것도 아니면 환절기나 그런가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면 시어머니는 감기의 이유를 찾았다.
나는 그것이 싫었다. 감기의 이유를 찾는것
감기에게 너 어디서 부터 왔니? 하고 물으면 환절기에서 부터 왔어요. 하고 대답하진 않을테니까
감기는 손님처럼 찾아가는 것이 아닌 찾아오는 것 아닌가?
습관적으로 감기의 윈인를 찾는 것을 의지적으로 포기한다.
손님을 맞듯 마음을 열고 찾아온 감기에 대해서 왜 내게 왔는지 사유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모든 것을 멈춘다.
생각하기를 연상하기를 일하기를 말하기를
떠들대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사라진다.
눈을 뜨니 침대가 걷는다. 침대와 손을 맞잡고 한참을 뛴다. 뜨거워지는 뺨
뜨거워지는 심장. 온몸을 땀으로 적신다. 침대는 엄마 같은 손으로 식은 내 땀을 닦아준다.
침대라는 네모난 세상에 양팔과 다리를 벌리고 아이처럼 몸을 비빈다.
포근해
미소 짓는다.
침대에게 말한다. “ 언젠가 꼭 네 이야기를 써줄게”
눈을 뜨니 “이제 좀 괜찮아?” 하고 남편이 묻는다.
집안을 휙 둘러본다.
엄마가 없으니 아이들은 저마다 잘 쉰 것 같다.
코와 머리를 가리키며 ”여기랑 여기가 아파. 비염인지 감기인지 머리도 아프고 “
의사도 아닌 남편에게 증상을 자세하게 말한다.
오늘 하루는 그렇게 흘러간다.
흘러가는 하루가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