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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쌤 Jan 01. 2023

감정이입이 왜 그리 잘 될까요? 함께 풀어 봐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 2화

이 글은 ‘캘리심리상담연구소’에서 2년간 운영하던 감정일기방의 사연입니다. 회원의 감정일기와 상담전문가의 감정 일기 피드백을 순차적으로 다듬어서 내놓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사연이라 생각하시고 편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유영님의 첫 번째 감정일기입니다.


유영님께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람이었어… 유행가 가사처럼 유영과 캘리의 '만남'이 우리의 바람이었나요? 좋습니다. 2년 전 공심(공대생의 심야서재)님과 함께 저의 전문성을 살려 감정일기방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공심님이 '매일일기'를 한 달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완주하는 사람에게 모임방 한 달간 무료 참여혜택을 주었어요. 그때 몇 개의 모임방 리스트 중에 감정일기방도 있었답니다. 저는 두근두근 기다렸고 유영님은 제일 비싼 모임이라 생각하시고 선택하셨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3개월의 금액이라 컸던 것이고 실제로는 가장 착한 가격이었지요. 히히. 얼마나 황당하셨을까.


<첫 번째, 감정 일기 피드백>

감정일기에서 자살소동이 일어났다 해서 깜짝 놀랐어요. 저도 직장에서 학생이 자살 관련 일로 갑자기 사라져서 그 아이 찾으러 다닌다고 진땀을 뺐거든요. 유영님과 같은 일로 시달렸다는 것에 전율이 올랐어요. 장소는 다르지만 내용은 비슷하니 공감이 확 되네요.


쓰레기를 버리면서 문득 정체 모를 봉다리들이 궁금해지는 순간 5층 옥상에 시선이 갔네요. 거기서 한 아이가 서성이는 것을 보고 아무래도 무슨 일이 일어날 거 같아 유영님도 폰을 꺼냈는데 마침 경찰차가 삐용삐용 거리면서 도착했군요. 웅성웅성하는 소리에 알고 보니 옥상에 올라갈 때 스스로 신고를 하고 자살소동을 벌렸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합니다. “죽을 거니까 나 좀 봐주세요.” “나 너무 외로워요.”라는 메시지일까요?


경찰이 옥상으로 바로 올라가 아이를 설득해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니 맨발이었고, 옷차림도 남루한 상태로 지쳐 있었고 그때 유영님이 감정이입이 되어 버렸군요. 유영님이 어렸을 때 아버지한테 대들다가 따귀 한 대 맞고 맨발로 도망가던 그때가 잠시 스쳐 지나갈 때 그것을 붙잡으셨네요. 그 당시 마음이 아팠을까요? 아버지가 죽도록 미웠을까요. 아니면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라면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했을까요?


감정이입에 대한 솔루션

감정이입이 잘 된다는 것은 두 가지로 볼 수 있어요. 하나는 나의 경험치에서 투사가 되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빨리 이루어질 수 있고요. 또 하나는 자신의 내면 상태가 말랑말랑하여 스펀지처럼 흡수되기 때문에 일어날 수도 있어요. 유영님께서는 어느 쪽이실까요? 제가 아는 상담사분도 감정이입이 너무 잘되어 좋은 줄 알았는데 결국 자신의 몸이 아프더라고요. 이럴 때는 상담자 내면이 건강하지 못하여, 내담자의 아픔이 전이되어 버린 거죠. 그래서 감정이입도 나와 상대를 객관화시킬 수 있을 때 이루어져야 한답니다.


유영님께서 스스로 생각할 때 건강한 감정이입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면 현재를 떠 올려 보시면 되어요.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찬찬히 떠올려보세요. 유영님이 그때 아버지를 용서해 주셨는지, 아니면 한 번씩 부정적 감정이 불쑥 올라오는지? 현재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은 아직 치유가 덜 되었다는 증거고요. 반대로 아버지의 그 따귀가 지금의 유영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면 말 그대로 건강한 감정이입이죠.


저도 사실 아버지에 대한 아픔이 있었어요. 아버지가 툭하면 엄마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부분에서 아버지를 용서할 수가 없었어요. 상담 공부를 하면서 많이 울고 퍼내도 완전히 용서되지 않았어요. 10년이 지나서야 아버지를 용서하고 내 맘도 편해졌답니다.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은 나를 위한 것이지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더라고요. 유영님의 마음속은 어떠셨을까요? 제가 보기에 유영님의 특장점이 있다면 프로이트의 방어기제 중 긍정적인 합리화를 잘하신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어렸을 때 친구들과 싸움을 너무 잘했어요. 부모님이 엄청 걱정을 했는데 걱정과는 달리 아이가 잘 커 줬어요. 아이의 싸움이 권투선수로 승화되면서 “난 역시 권투선수가 적성에 맞아.”라고  합리화를 한 거죠.


유영님이 자연스럽게 잘 되는 것이 감정이입과 승화, 합리화 이 세 개의 단어네요. 삶을 살다 보면 우연한 만남이라도 나의 경험치에서 맞아떨어지면 좋은 감정이입이 되고, 그로 인하여 승화와 합리화로 삶을 업그레이드시킬 수가 있죠. 눈앞에 벌어지는 현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예전에 일어났던 일과 비슷하게 엮어지면서 어떤 의미창출을 하게 됩니다. 이번 사건도 아마 유영님을 성장시켜주기 위해 생긴 사건이고 고마운 등장인물들이죠. 


유영님께서 대단한 것은 한 사건을 통해서 30년 전의 일을  떠 올렸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그때 자신의 아픔을 찾아내고 현재에 삶에서 힘든 게 어떤 것인지, 인간관계에서 불편한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게 되었지요. 앞으로 계속 “아하!” 하는 통찰이 일어날 텐데 그때마다 기록으로 남겨 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궁금증 tip

1. <감정이란?>
외부 자극에 대한 주관적 느낌과 관찰,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 거울로 자신을 바라보며 생기는 그 무엇, 공감의 새로운 심리 용어다. 

2. <감정이입>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옮기는 과정. 감정도 전염된다, 전염된 감정으로 미해결 된 감정도 치유가 될 수 있다.  

3. <프로이트 방어기제중> 방어기제 10가지 중 승화와 합리화
승화: 성 에너지 또는 공격 에너지를 좋은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합리화: 상처받은 자아를 달래기 위해 ‘좋은 이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참고자료: <심리상담과 치료의 이론과 실제> 도서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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