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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수록 웃는 고수들

어른이 슬픔을 감당하는 법

by 서이담

알고 지내던 사촌언니가 세상을 떠났다. 그럴만한 나이가 아니었기에 어벙벙했다. 불과 한 달 전 즈음에 만났던 사람이기에 더 믿기지 않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만났을 때 더 반갑게 대해줄 걸, 더 잘해줄 걸 하는 생각도 하고 내 인생에 대해 짧게나마 돌아보며 남편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집과 그리 멀지 않았던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유가족과 인사를 하고 어설프게 위로의 말을 나누었다. 절도 이상하게 한 것 같다. 그나마 남편이 옆에 있었기에 대강 구색을 갖추었던 것 같다. 남편과 아이와 함께 조문객들이 모여 있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는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가까운 친척들과 합석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자리에는 슬픔만 있진 않았다. 오랜만에 아는 사람들을 몰아서 만나는 반가운 마음도 있었고, 아이들이 천진하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 짓는 웃음도 있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다들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장례식장에 도착했지만 사람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옆자리에 있던 사촌 승민오빠가 나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지난번 모이기로 약속했던 걸 상기시켜 주었다.


“우리 약속 잊지 않았지?”


지난번 모임 때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던 약속이었다. 그 모임 자리에 함께했었던 언니의 장례식이 있었기에 자연스레 모임은 어렵겠거니 생각했는데 말이다.


“아…. 네네! 그럼요.”


며칠 뒤, 음식과 술 등등 나름대로 모임을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하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뭐 하니?”


“응 엄마. 지난번에 승민오빠가 장례식장에서 한 번 모이자고 하셔서 준비하고 있어요.”


“응 그렇구나.”


“사실 그때 장례식 전에 약속을 잡아둔 거라 취소될 줄 알았는데, 모이자고 하시네. “


“그래야지. 그럴수록 더 모여야지.”


엄마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듣고 나니 이런저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모임을 추진한 사촌오빠의 의중이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다행히 아니 당연하게도 모임은 즐거웠다. 어떤 시간에는 이런저런 농담을 하면서 수다를 떨고, 또 어떤 시간은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죽음 전의 만남을 다행스러워했다.


그럴수록 더 모여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나는 알게 되었다. 웃음과 농담도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우리 어른들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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