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돼도 못 먹는 음식은 있어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혹시 좋아하는 음식이 있으세요?

그럼 반대로 좋아하지 않거나 먹지 못하는 음식이 있나요?

오늘, 좋아하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드셨다면 행복한 삶을 살고 계신 겁니다.



음악

-티키틱(뭐 먹을지 고민될 때 부르는 노래)

(47) 뭐 먹을지 고민될 때 부르는 노래 - 티키틱ㅣ[Lyrics / 가사] - YouTube



사연

좋게 말하면 가리는 음식이 없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찾는 음식도 없습니다.

이제 저와 아이가 닮은 점입니다.

끼니가 되면 뭐든 상관없이 배만 채우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저희 엄마께서 저를 두고 “반찬투정 한번 하지 않고 주는 대로 잘 먹었다” 얘기는 지금도 칭찬처럼 해주십니다.

맞습니다. 저는 반찬 투정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반찬 투정을 해도 딱히 다른 반찬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너무 일찍 알아버렸거든요.

저의 반찬 투정에 엄마의 마음이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엄마가 되니 제 아이의 입에서 뭐가 먹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밥을 하기 귀찮거나 아이 핑계로 외식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물어보지만

아이는 “김치에 밥만 있으면 돼.”라고 합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먹는 것에 큰 흥미가 없는 아이는 그 흔한 피자, 햄버거, 치킨도 맛이 없다고 합니다.

라면은 사람들이 왜 먹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는 아이인데 제가 무얼 바라겠습니까?


어제는 아이와 함께 엘리베이터는 타고 올라오는데 옆집 아저씨께서 지하에서 타고 올라오고 계셨습니다.

카레 냄새가 맛있게 났습니다.

평소 잘 먹지도 않는 카레 냄새에 아이가 말했습니다.

“와~어느 집에서 카레를 하나 봐. 너무 맛있겠다. 냄새 진짜 좋다.”

하고 같은 층에서 내려 인사를 하고 들어 왔습니다.

냉장고에 있는 걸 확인하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우리 집 아저씨가 아이 좀 갖다 주라고 해서 조금만 가져왔어요. 맛은 없어도 반찬이다 생각하고 같이 드세요.”

라고 하시면서 수줍게 내민 그릇에 카레가 있었습니다.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아이가 무심코 한 말을 기억하고 아내에게 말하고, 그 말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 그릇 내어준 카레는

요즘 이 시대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렇게 따뜻한 카레가 있어 밥과 김치만 꺼내서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어느 누구도 카레가 최애 음식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제저녁을 먹는 모습만 보면 매주 2~3번 정도의 카레를 해 먹는 가족인 마냥

정말 행복하고 맛있게 먹는 모습이었습니다.

먹다 보니 당근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살며시 휴지에 뱉었습니다.

당근을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물에 끓여서 푹 익은 당근은 삼키지를 못합니다.

가리는 음식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못 먹는 게 없는 저인데 카레에 들어 있는 당근은 못 먹습니다.

생으로도 잘 먹고, 볶은 당근도 잘 먹는데 물에서 익힌 당근은 못 먹네요.


엄마가 해주신 카레에서 당근을 빼고 먹는다고 아빠한테 혼난 적이 있었던 걸 기억하면 어렸을 때부터 못 먹었던 거였습니다. 먹으면 몸에서 반응을 하는 것도 아닌데 물에 빠져서 끓여 나오는 당근은 아직도 삼키지를 못합니다.


어릴 적에 먹지 못하는 음식도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먹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가 봅니다.

엄마가 된 지금도 물에 빠진 당근을 먹지 못하는 걸 보면.

당근 빼고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내가 한 음식이 아니라서 더 맛있게 느껴져서 그런지 제가 제일 많이 먹었습니다.

옆집에서 우리 가족이 카레를 먹은 모습을 보면 주기를 잘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음악

-노라조 (카레)

(47) Norazo - Curry, 노라조 - 카레, Music Core 20100724 YouTube



클로징

카레 한 접시가 가름할 수 없는 큰 행복을 만들었습니다. 옆집에서 주신 사랑이 우리 가족에게는 행복을 만들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 보다 더 많은 행복을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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