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잃은 게 결코 나쁜 일은 아니야

새롭게 채워가는 시간

by yung


매일의 평범한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은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우리는 때로, 그저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한다


포기하는 것들이 하나, 둘, 셋, 넷…

헤아릴 수 없이 늘어나다 보면

빗물에 바짓단이 젖어들듯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의지로 이겨내지 못할 무기력함을 맞닥뜨리게 된다


요즘 쉴 틈 없이 일에 파묻혀 지내다 보니,

몸과 마음이 많이 상했던 3-4년 전과

비슷한 마음 상태를 알아채게 되었다


무기력에서 시작해 기쁨과 슬픔 등 모든 감정을 잃고

오직 분노만 가득했던 그때,

꽤 오래간 기계처럼 지내온 시간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 경험이 있었기에 이제는 나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되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바빠지기 시작할 무렵

식물을 하나둘씩 들이기 시작했다

거의 매일 사다시피 하다가

약 2달 만에 3종에서 35종의 식물을 가진

식물 집사가 되었다



2025.8월/10월 식물뷰



새로운 식물을 만나고,

집에 데려와서 케어해 주면서

바빠서 지쳐있던 마음이 스르륵 녹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매일 식쇼리스트에

새로운 식물들이 쌓여갔고,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식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처음엔 아프리카 식물, 괴근 식물에 퐁당 빠졌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돼서

초보자들이 키우기 좋은 식물이기도 하고,

웅장하게 자라나는 모습이 참 멋있다

처음 아프리카 식물을 만났던 앤식깡을 비롯해,

광프리카, 웨트룸 등 다양한

아프리카 식물 농장, 가게를 찾아다녔다


용산역 도파민스테이션에 위치한 <웨트룸>



마치 참새가 방앗간을 드나들듯 틈만 나면

“살아있어 아름다운” 식물들을 보러 갔다


광주에 하나밖에 없는 아프리카 식물 농장 <광프리카>




그러다 갑자기 푸릇푸릇한

관엽식물에 꽂히기 시작했다

알로카시아를 순차적으로 6종 정도 들였다





가장 최근엔 초록숲이라는 곳에서

무늬 보스턴 고사리도 들였다

햇빛에 비추면 영롱해서 더 예쁜 아이!


정글 같았던 식물가게 <초록숲>



이 식물 가게에서

아스파라거스 미디오 클라두스를 처음 봤는데

잎이 뾰족뾰족하지만 부드럽고,

연둣빛 새순이 귀엽고 싱그러워서

한눈에 반했다

큰 아이들은 꼭 나무 같아서,

언젠간 꼭 집에 들여서 대품으로 키워보고 싶다!






쭉쭉 신엽을 뽑아내는 식물들을 볼 때

마치 내가 낳은 아이가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흐뭇한 마음이 가득했다


분갈이 후 신엽과 꽃을 내어준 오렌지 쟈스민
씨앗을 심어 덩굴을 이룬 나팔꽃 잎
쉴틈없이 신엽을 뽑아내던 알로카시아 그린벨벳



어떤 식물은

물을 주면 축 쳐져 있던 고개를

스윽 들어 올리기도 한다


토끼 귀 같은 모양의 모닐라리아 모닐리포메






늘 좋았던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잎이 갈변하거나 타기도 하고,

곰팡이가 피고,

과습에 뿌리가 녹기도 하며,

환경에 적응하느라 성장이 멈춰 애가 타기도 했다


알로카시아 잎이 자꾸 줄어들어

무슨 일인가 싶어서 들여다보니

응애라는 벌레가 점령하고 있어서

분갈이를 해주기도 했다


자세히 살펴보려다가

화분을 엎지르기도 두어 차례,,




그럼에도 행복을 주는 식물들!






쌀쌀한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어오는 가을,

추석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많은 일들이 있었던

두어 달의 시간을 기록하면서

차가운 바람에 움츠러들지 않고,

나만의 방법을 찾아가며

모든 일들을 에너지 있게 받아들이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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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