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맞이

소소하고 작은 존재가 울리는 팡파르

by yung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하늘은 높아졌고 어둠은 빨리 찾아온다


요 며칠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시원해진 것은 느꼈지만,

뜻하지 않게, 아주 갑작스레

마주한 것 같은 가을 아침





기분 좋은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사복사복 걸어가다가

8시가 넘어가니,

역시나 가을 햇살은

여름보다 더 뜨거운 맛을 보여준다


새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찜통에서

찜 쪄지는 것 같은 여름의 뜨거움과는 달리,

사막 한가운데에서

오로지 나를 향한 햇살 스포트라이트가

내리쬐는, 아니 내리꽂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뜨거운 가을 햇살을 받으며 걸어가다 보니,

다리가 연결된 작은 틈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고 있다


때때로 나에게 영감을 주는

작고 사소한 생명체들





가-끔 나에게 주어지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작은 변주가

딱딱하게 굳은 마음을 말랑하게 한다






따뜻할 때 깨어난 식물들도

겨울잠 잘 준비를 한다


지난 7월, 우리 집에 온 소노라에는

매일 잎을 부지런히, 예쁘게도 내서

지지대를 세워주었는데,

8월 말이 되어가니

지지대를 타고 자라지 못하고

성장을 멈추었다

그리고 이제 잎을 노란빛, 갈색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잎을 다 떨구고

몸집을 키워 늠름해질 그날이 기대되는

인삼 같은 아이


겨울잠 잘 준비를 하고 성장을 멈춘 소노라에




며칠 전엔

바리에가타 유묘들을 들였다

유묘는 처음이라 아직도 걱정이 많지만,

상상 이상의 귀여움을 매일 선사하고 있다


유묘는 처음이라,, 그런데 신엽을 내주었다!



어떤 식물은 성장을 멈추고,

“곧 다시 만나요!“라고 조용히 말한다

또 다른 식물은 새로운 잎을 내며

“나는 지금 자라고 있어요!”라며 발랄하게 외친다


식물과 함께하면 매일매일이 새롭다






날이 선선해지니

때때로 밤산책을 한다


나는 개, 고양이를 무서워 하지만,

멀리서는 귀여워하는 겁 많고 소심한 타입이다

그래서 보일 때마다

열심히 사진을 찍어서 수집해 둔다

*겁+소심+휴식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나름의 배려로

멀리서 확대해서 찍은 거라 화질이 좋지 않은 점

양해를 부탁하며..



일주일 전이었나?

본격적으로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전

우연히 산책길에 아깽이들을 마주쳤다


검은냥이와 치즈냥이었는데,

아가들만 있는 줄 알고 배고플까 봐

츄르를 사 왔다가

엄마냥이에게 하악질을 당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작고 작은 아이들의 영역을

무자비로 침범해 버린 듯하여 미안했다

정말 정말 귀여웠는데

멀리서만 바라보아야 해서 아쉬웠던 기억


미안해 냥이가족들..




야생과

사람의 손길이 닿는 곳은

확연히 다르다


아파트 단지 안에도 고양이들이 사는데

(누가 밥을 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통통하고, 여유롭고, 곁에 가면 살가운 소리를 낸다


볼 때마다 철푸덕 누워있는 냥이는

사람이 지나가도,

지나가는 차량 헤드라이트에 눈을 쏘여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눈만 깜빡거릴 뿐,


철푸덕 냥이 첫 발견



며칠 전엔 이렇게 추욱 늘어뜨린 뒷모습을 보고

살아있는 게 맞는지 조심히 살펴봤는데

다행히 살아있었다.. 휴


철푸덕 냥이 두번째 발견




검은 고양이는 더 무서워하는데,

옆으로 지나가면서

예쁜 목소리를 들려주어 놀랐다

배트맨 같은 비주얼에

요정 같은 목소리의 소유냥


배트맨 냥이






2025년의 남은 3달 동안,

분주함에 속아

곁에서 환하게 비춰주는

존재의 힘을 잊지 않기를


자연이 주는 청량함을 느끼며

때로는 단단하게, 때로는 말랑하게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낼 수 있기를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21화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