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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Apr 21. 2024

별들이 일직선으로 떠 있을 때

2024.4.21.


"와, 저기 봐요. 별들이 진짜 많아요."

"그래, 정말 많구나. 어떠냐, 내 말이 맞지?

"네, 여기가 별들을 보기 딱 좋은 곳이네요."


P의 입가에 함박웃음이 걸렸다.

얼마 만이었던가. 조그만 입술을 달싹이며

'엄마'를 할 듯 말 듯 옹알이하던 아기였는데,

서툰 걸음을 떼며 아장아장 손짓 발짓하던

귀여운 장난꾸러기였는데.

이제 말도 곧잘 재잘거리고

좋다 싫다가 분명한 꼬마 박사님이 되었구나.

호기심 대장 U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즐거운 감탄을 뽀얀 입김에 담아

뭉게뭉게 쏟아냈다.


"할아버지, 별자리 잘 아세요?

 여기에서 어떤 별자리를 볼 수 있나요?"

"별자리라, 국제적으로 공인된 별자리는

 88개가 있단다. 어떤 별자리는

 '과연 그런 모양이 맞는 걸까'

 생각이 들 정도이기도 하지.

 뭐, 누구나 마음대로 자기만의 별자리를

 그려볼 수 있지. 별자리라는 게

 별과 별을 잇는 선을 중심으로

 옛날부터 사람들이 상상력을 덧붙여

 지어낸 이야기니까."

"그럼 저도 별자리 하나 만들어 볼래요."

"그래, 좋은 생각이다.

 멋진 별자리 하나 만들어 보자꾸나."


U는 조그마한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별밤을 살피다가 소리쳤다.

"와, 할아버지 저기 봐요.

 별들이 일직선으로 떠 있어요"

U는 남쪽 밤하늘 어딘가를

고사리손으로 찔러댔다.

"어디, 보자. 아, 저건 오리온자리란다.

 3개의 별, 삼태성은

 오리온의 허리띠 부분이야."

"오리온이라면 3개의 과자인가요?"

"하하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이건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따온 이름이란다. 거인 사냥꾼 오리온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었지.

 그는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를 사랑했단다.

 하지만 그 대가는 사랑하는 사람이 쏜

 화살에 맞는 죽음이었지."

"아, 너무 불쌍해요.

 사랑하는 사람을 왜 죽여요?"

"아르테미스와 쌍둥이 남매인 아폴론이

 두 사람의 만남을 반대했단다.

 오리온의 난폭한 성격 때문에, 또는

 그가 완전한 신이 아니라서

 그랬다는 말도 있지.

 화살이 아니라 전갈 독침에 찔려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어.

 신화는 다양한 버전이 있단다.

 아무튼 죽은 오리온을

 신들은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단다."


U는 맑은 눈을 깜빡이며

P의 말을 듣고 있었다.

별들이 일직선으로 떠 있을 때,

그리고 그 별들을 찾았을 때

U의 마음속에는 즐거운 꿈이

반짝, 춤을 추었다.

별과 신화를 더 잘 알고 싶다는,

그리고 사랑하리라는 꿈이

별똥별처럼 쏟아 내렸다.


https://youtu.be/J62OJkDAs2A?si=NucXByujTZg64B59

별들이 일직선으로 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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