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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Nov 13. 2024

각성에 대해 써라

2024.11.13.


"잘 때가 됐는데 안 자네..."

"그러게. 정신이 번쩍 든 것 같아."

"아까 낮에는 잘 잤는데..."

"낮에 잘 자면 밤에도 잘 잔다던데."


고요가 내려앉은 시간,

그들의 집은 분주하다.

세상에 나온 지 3주 된 신생아가

아빠 품에 안겨 있다.

이 시간에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면

곧잘 잠들었는데 오늘은 아니다.

방금까지 졸린 눈을 감았다 뜨며

엄마 품에서 분유를 흡입했기에

오늘도 잘 잘까 했는데...


식사를 마친 아기는

눈을 번쩍 뜨고

두 사람을 요리조리 살폈다.

아직 눈의 초점이 잘 안 맞을 텐데

마치 자신의 양육자들을 치하하듯

눈을 맞추고 배냇짓을 했다.

그들은 덩달아 웃음이 났다.

"각성했네."

"그러네 ㅎㅎ"

"배불러서 기분이 좋아졌나?"

"글쎄, 그럴 수도 있지."


이맘때쯤의 아기는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떤 감정과 느낌을 갖고 있을까.

우리 모두 거쳐왔겠지만

기억할 수 없는 그것.

그들은 아기 눈을 바라보았다.

티 하나 없이 맑고 밝은 눈동자.

그 눈으로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보고 누리면서 잘 자라렴.

아름다움이란 미(美)를 말하는데

미학이라는 학문이 있다더군.

자연이나 인생 및 예술 따위에 담긴

미의 본질과 구조를 해명하는 학문이래.

미학을 공부해서 아내와 함께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다.

사랑스러운 아기야.

큰 복은 하늘이 주고

작은 복은 스스로 만든다고 하네.

넌 하늘이 주신 축복이자 선물,

아주아주 큰 복이란다.

감사하고 행복하고 사랑해.


"나도 각성이 되었나 봐."

"오, 그래?"

"짧은 순간에 여러 생각이 스쳐 갔거든."

"아들이랑 아빠랑 동시 각성했나 봐."

아이는 어떻게 자라날까.

무슨 꿈을 꾸고 어떤 삶을 살까.

그게 어떤 모습이든

엄마와 아빠는

언제나 너를 믿고

아주 많이 사랑한단다.


각성에 대해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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