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다움 Dec 12. 2023

운동을 해도 아프고, 안 해도 아프다

운동을 안 하면 골골, 운동을 하면 끙끙

 평생 운동의 필요성을 딱히 못 느끼고 살았다. 워낙 운동신경이 마이너스였는데, 사지가 바삐 움직이며 심장이 활발히 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정이 더해져 나의 운동능력은 더 퇴화되었다. 게다가 보통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 중 많이 꼽는 게 다이어트인데, 난 감사하게도(?) 엄마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일평생 저체중으로 살고 있다. 배고픔도 불쾌하지만 움직이는 게 더 싫고, 침대와 물아일체가 취미인 나는 얼마 전부터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인 불혹이 곧 다가오고 있음을 흐느적거리는 온몸으로 느끼는 중이다.  

몇년전 캐틀벨 운동한다고 샀는데, 원래의 목적과 달리 구겨진 책 펴기위한 목적으로 잘 썼던 기억이 난다.

  


  그동안 내가 운동을 아예 안 한 건 아니다. 새로운 것을 체험해 보는 탐구심과 남들 한다는 건 또 다 해보고 싶은 지적 허영심이 맞물려서 또 이것저것 단타로 많이 했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나에게 알맞은, 그래! 이거다, 하는 운동은 찾지 못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요 근래에는 집에 있는 계단 몇 개 오르락거리는 게 운동의 전부였는데, 그마저 다리가 후들거린다. 이제는 몸이 말한다. 살기 위해서 뭐가 됐든 운동을 해야 한다고.

  내 무릎관절은 언제 비가 올지를 일기예보보다 먼저 시큰거림으로 알려주며, 쭈그리고 앉았다가 일어서면 그대로 굳어 한 10초간은 ㄱ자로 상체가 꺾여서 절로 공손한 자세가 된다. 심각한 병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본값이 어릴 때부터 건강함과는 거리가 먼 '골골'한 체력이었기에 특별히 불편한 것을 못 느꼈는데, 며칠 전 두 아들이 동시에 매달리는데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리고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물론 아들들이 갓 태어난 신생아가 아닌, 20kg가 훌쩍 넘어버린 아들이지만 그전에는 할 수 있었던 활동, 즉 아이들을 한 번에 안아 올려 줄 수 없다는 게 나에겐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렇다, 아이들이 훌쩍 급성장 구간에 들어간 만큼 난 폭삭 급노화 구간을 빠르게 통과 중이었다.    

 

   주변에 한 50대 인생선배님이 운동의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왜 아무리 바빠도 매일 운동하는지, 하다못해 아파트 단지 10분이라도  뛰는지 알아? 나도 그랬어. 20대? 운동 안 해도 체력 좋지. 30대? 좀 힘들지만 그래도 며칠 쉬면 버틸만해. 근데 40대가 넘어가잖아? 아무리 잘 쉬고 잘 먹어도 예전 같지 않고, 한번 아프면 오래 앓다가 50대가 되면 본격적으로 여기저기가 고장이 나. 내가 왜 운동하냐고? 살려고 하는 거야, 살려고."

  그땐 그럴 수도 있구나, 하고 넘겼는데 '살려고 운동한다'는 말의 의미를 내 관절들이 절실히 공감한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제라도 나의 인생운동을 찾아보겠다고. 먼저 그동안 내가 해왔던 운동을 하나둘씩 되짚어가며 왜 그만두게 되었는지를 떠올려보고, 어떤 운동이 왜 좋았는지 복기하며 다시 한번 나의 인생운동을 찾아보겠다고.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옷을 입듯이 눈뜨면 자연스레 운동을 생활화하겠노라고.

운동 중인 해골인형이 힘들어보이는건, 나의 과도한 감정이입인가?하하하.



   수많은 운동 독려 영상과 글들은 있지만, 운동을 하다 때려치운 허무한 결말을 담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래서 써보겠다. 대단한 운동을 많이 한건 아니지만, 부단히 시도하고 수없이 때려치운 극사실주의 운동이야기들을 풀어가보고 싶다. 특히 어떤 운동을 시작할지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대한민국 평균이하의 저질체력의 소유자가 솔직하게 들려주는 살아있는 후기를 전하고 싶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이 글의 끝은 동화에서처럼 '그래서 000 운동으로 그 후로도 행복하게 계속 운동을 했답니다'로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운동을 안 해서 저질 체력으로 '골골'대지 않고, 반대로 운동 과다로 근육이 놀래서 '끙끙'대는 앓아눕는 일도 없기를 바라본다. 둘 중 하나만 해야 한다면, 그래도 아파서 '골골' 보단 '끙끙' 대며 잠시 쉬어가길 기대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