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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상명 Jul 13. 2020

나만의 아리아

My core competence

많은 사람이 즐기는 대표적인 문화활동 중에 하나가 오페라 감상이다. 오페라가 생겨난지는 대략 400년 정도로 보니 그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다. 하지만,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음에도 오페라 감상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인기 있는 문화 활동 중에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전 세계인이 즐기는 오페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서곡, 간주곡, 아리아, 레치타티보, 중창, 합창으로 구성되는데, 남녀의 사랑을 주제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 세계인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오페라 작곡가인 베르디, 푸치니, 바그너의 작품을 보자. '아이다'는 이집트의 노예로 잡혀온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의 장군 라다메스와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거기에 이집트 공주인 암네리스의 짝사랑이 더해진다. '나비부인'은 나가사키에 주둔한 미국 해군 대위 핀커턴과 현지 조초상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추후에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탄호이저'는 바르트부르크 성의 기사인 탄호이저와 영주의 조카딸인 엘리자베트와의 사랑 이야기를 노래한다. 이와 같이 많은 오페라가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지금 보면 이런 이야기 구성은 진부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이와 같은 내용의 영화나 드라마가 지금 제작된다고 하면 인기를 얻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오페라들은 지금도 꾸준하게 인기를 끌면서 전 세계에서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진부한 이야기가 어떻게 오페라로 전 세계인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스케일이 큰 무대장치, 많은 등장인물, 오케스트라의 반주 등이 오페라를 구성하는 요소들과 함께 오페라 인기를 유지하는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이렇듯 많은 요소들이 작용을 하면서 오페라의 인기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그중에 으뜸은 '아리아'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녀 주인공이 부르는 '아리아'는 그 노래 자체로도 인기가 많다. '청아한 아이다', '어떤 개인 날', '저녁 별의 노래' 외에 '축배의 노래',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등 누구나 즐겨 듣는 유명한 '아리아'는 너무 많다.


우리의 조직 생활 일상은 진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되는 오페라와 같다. 진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꾸준하게 인기를 구가하는 오페라가 있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오페라도 있다. 똑같은 조직에서 일하면서도 성과가 남다른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똑같은 조직에 몸 담으면서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조직에 짐이 되는 사람이 있다. 일류 기업에 근무하면서도 그 조직에 짐이 되는 사람이 있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나만의 '아리아'가 없기 때문이다. 나만의 '아리아'가 있어야 한다. 오페라를 감상하는 관객의 감동을 이끌고, 공감을 불러 마음에 울림을 주는 '아리아'가 있어야 한다. 무대장치가 장엄하고, 등장인물이 아무리 많아도, 오케스트라가 아무리 훌륭해도 '아리아'가 없다면 감동을 완성할 수가 없다. 조직에서 성실하고, 책임감 있고, 부여된 일은 어려워도 해내는 근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김 아무개'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없다고 하면 나만의 '아리아'가 없는 것이다.


S/W 개발자가 S/W 코드를 보고 문제를 귀신 같이 발견하는 능력, 누가 보더라도 한눈에 쏙 들어오는 보고서 작성 능력, 누구에게나 어떤 것도 설득할 수 있는 PT 능력, 타협과 협상, 조정을 잘하는 능력, 숫자를 보고 그 의미를 읽어 내는 탁월한 능력, 회식에서 사회를 잘 보는 능력 등 이런 것들이 조직 생활에서 나만의 '아리아'가 될 것이다. 물론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부분도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내가 생각이 있다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일 것이다. 


모 방송국에서 방영하는 '서민 갑부'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출연자들의 업종과 사업 규모는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모든 출연자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나만의 비법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탁소를 하는 사람은 나만의 얼룩을 빼는 기술, 음식점을 하는 사람은 나만의 요리 재료, 양념이 있고, 빵집을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나만의 반죽을 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무수한 시행착오,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서 터득한 비법이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나만의 '아리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조직 생활을 하는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비법, 비결은 서민 갑부에 출연하는 사람들만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 생활을 하는 우리도 프로로 불리는 만큼 나만의 비법, 비결을 가질 수 있고, 가져야 한다. 똑같이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서 나만의 '아리아'를 가질 수 있다. 누구에게나 감동을 줄 수 있는 '아리아'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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