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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상명 Sep 14. 2020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2)

필작어세(必作於細)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우공이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티끌 모아 태산' 이는 모두 작은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우리에게 깨우쳐 주는 격언인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종종 후회하거나 뉘우치게 되는 일들은 이 작은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서 비롯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돌이켜 보면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도 그렇고,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에도 그렇다.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일은 물론이고, 재산을 모으고, 지키는 일도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노자의 도덕경 63장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천하난사(天下難事) 필작어이(必作於易), 천하대사(天下大事) 필작어세(必作於細)' 천하의 어려운 일이라도 반드시 쉬운 일에서 생겨나고, 천하의 큰 일도 반드시 세세함에서 비롯된다는 뜻이다.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사건도 작고, 우연한 일로부터 시작된 것들이 많다. 아이작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했다는 유명한 일화로부터, 포도상구균을 배양하다 생긴 실수로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해 인류 질병 치료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한 것, 실 생활에 유용하게 쓰이는 포스트잇 발명 등 얼마나 많은 사례가 우리 생활에 스며들어 있는가? 옛 성현의 말씀이나, 우리 생활 속에 스며 있는 사례를 통해 배우는 '세상의 모든 일은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가르침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가 다시 한번 잘 새겨야 하는 진리인 것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고 교육을 받으면서 자란다. 그것은 꿈을 크게 가져야 그 꿈이 백 프로 달성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크기를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에 따른 것인데 당연히 맞는 말이다. 꿈을 처음부터 작게 갖는다고 한다면, 그 꿈을 이루더라도 그 크기가 작기 때문일 게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에서는 경영목표를 세울 때 대부분 BHAG(Big Hairy Audacious Goal)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려고 도전한다. 그래야 BHAG으로 수립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일정한 수준 이상은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꿈과 목표를 크게 갖는 것은 멀리 가고, 높이 갈 수 있는 시작이기 때문에 우리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차원에서 또, 조직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는 것을 교육받지만, 그 꿈을 어떻게 시작해서 실현해 나갈지에 대해서 배울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도전적인 의식이 형성될 시기에 우리는 학교에서 대학 입시를 위한 수능 준비를 하는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이 수능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같은 반 학생들끼리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같은 반 학생들끼리 서로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또, 수능에서 한 문제를 틀리는 것은 수능 등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이러한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같은 문제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것을 반복한다. 이는 학교 수업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 수입이 끝나더라도 계속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성장하게 되는 우리는 세상을 넓게 보고, 크게 보는 것이 상당히 제한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또, 학교를 졸해서도 어떻게 꿈을 크게 가질 수 있고, 어떻게 그것을 시작하고, 실현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가르침을 접을 기회도 별로 없다. 우리는 보통 이러한 상태로 사회에 진출하게 되고, 조직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우리는 어찌 됐든 꿈을 가지고 사회로 진출하게 된다. 그 꿈이 작든, 크든 말이다. 그 꿈을 어떻게 시작하고, 실현해 나가야 하나? 그 답은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이다. 꿈을 가지는 것만이 아니라, 꿈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조직생활을 시작하면서 갖게 되는 조직에서의 꿈은 각자가 다를 것이다. 누구는 CEO를 꿈꾸고, 누구는 창업, 글로벌 인재 성장, 전문가로 성장하기를 꿈꿀 것이다. 그런데, 이 꿈을 실현했느냐, 실현하지 못했느냐가 우리의 조직생활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실천했는가가 우리의 조직생활을 평가하는 것이다. 꿈의 실현을 위해 실천하는 첫 단계는 내가 세운 꿈, 목표가 요구하는 자격 요건이 무엇인지를 결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을 체계화하는 것이다. 어떤 것은 달성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있을 것이고, 어떤 것은 어느 시기에 달성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체계화하고, 하나씩 하나씩 달성해 나가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작은 것을 준비하지 않고, 큰 것을 바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그것을 바라는 것은 허망한 일이고, 오히려 그러한 꿈은 차라리 없는 것이 나을 것이다.


세계 최고봉인 8,848M의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일도 한 발자국을 는 일부터 시작된다. 도전의식이 형성되는 시기에 수능 준비로 꿈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실현해 나갈지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 하더라도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일도 한 발자국에서 시작되듯이 꿈을 만들고, 실현해 나가는 일이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만 알면 지금도 늦지 않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꿈을 향한 도전을 하기에 늦은 때란 없는 법이다.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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