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에서 전업 엄마가 된 둘째 날
아침 6시 30분, 알람이 울린다. 몸이 잠에서 깨지지 않아 알람을 20분 더 연장시키고는 눈을 감았다. 어제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피곤한 거지? 그 바람에 아침 준비가 늦었다. 부리나케 아이들 아침을 냉동식품 데우기와 주먹밥으로 먹이고 옷을 챙기고 가방을 싸주었다. 아침마다 전날 옷을 챙기게 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전날 저녁은 그 저녁대로 바쁘다. 큰애들 등교부터 시키고 1학년인 막내의 준비물 짐을 챙겨 학교로 향했다. 1학년 두 번째 날, 우리 막내가 잘하고 오겠지? 걱정스러운 마음 한가득이다. 등교시키고 집으로 돌아오니 8시50분, 그제야 나는 일도 하지 않고, 아이들도 없는 자유로운 몸이란 걸 체감하며 우아하게 커피를 한잔 내렸다.
3월 3일, 학교에서 동분서주하고 있을 이 시간에 봄 햇살 맞으며 커피를 내리다니… 커피에 햇살이 담긴다. 아! 진짜 좋다.
그것도 잠시, 그동안 버려둔 집이 눈에 보인다. 1년 치 먼지 무게를 겨우 견디고 있는 우드 블라인드와 가구 아래 뽀얗다 못해 서로 엉켜 한 몸이 된 먼지 괴물들이 보인다. 그것들을 그대로 둘 수 없다. 오전 내 나는 먼지 괴물 퇴치 작전을 수행했다. 나의 움직임에 리듬감을 더해 줄 음악과 함께! 그리고 점심은 주꾸미 볶음을 테이크 아웃해서 맛있게 비벼먹고 막내 하교시간에 맞추어 학교로 향했다. 1학년 엄마들이 아이들을 맞이하러 많이들 나와 있었다. 5반이 나오고 1반이 나오고 2반, 4반 친구들이 차례로 나왔는데 우리 아이 반인 3반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1시간 정도를 더 기다렸다. 그 사이 선생님에게 전화를 드려볼까 란 마음이 생겼지만, 뭔가를 하나보다 싶어 기다렸다. 1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줄을 지어 웃으며 내려온다
선생님께서 시간을 착각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전해 온 선생님의 문자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1-3반 학부모님 오늘 오래 기다리셨죠?
죄송합니다. 첫날인데 아이들이 활동을 참 잘했습니다. 기다리시면 제게 전화 주실만도 한데
배려해주셔서 감사해요. 시간 약속 잘 지키는데 큰 실수를 했어요. 다음부턴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함께 기다리던 엄마들이 선생님을 믿고 전화를 하지 않고 나와 같은 마음으로 기다려준 거다.
1학년의 둘째 날, 아이들을 빨리 보내고 싶을 법도 한데 착각이었지만 한시간을 더 데리고 있었을 선생님의 마인드와 에너지가 느껴진다. 내 아이의 일 년이 풍요로울 것 같다는 생각에 안심이 된다.
학교에서 돌아온 우리 일 학년은 소파 배치가 바뀐 것을 보고 함성을 지른다 “엄마 누가 바꾼 거야? 엄마가 언제 바꾼 거야?” 낮시간에 엄마의 부재가 익숙했기에 낯선 상황이 반갑고 편안한 것일 거다.
아이들이 학원을 가고, 나는 딸의 공부를 봐주고 있다.
해가 높이 떠 있는 시간, 따사롭게 웃으며 문제집을 함께 보는 것, 갑작스러운 전업 엄마의 하루가 낯설지만 행복하다. 딸의 예쁜 옆모습 , 엄마와 깔깔 웃는 모든 장면들이 소중한 워킹맘에서 전업 엄마가 된 둘째날의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