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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디너리페이퍼 Dec 29. 2024

시간에 종속되어

2021년 10월 #1

지난 9월 맥북이 먹통이 되었습니다. 갑자기 생긴 증상에 좀 쉬면 괜찮겠거니(엥? 사람인가) 했는데 여전히 같은 화면에서 멈춰 터치패드가 활성화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개인적인 기록이 다 들어있는 건데... 지금까지 발송한 편지 내용도 하나의 파일로 정리되어 있는데... 절대 고장 나지 않는다는 맥북이... 7년 만에 배신을! 아마도 재택근무를 시작한 이후 집에서도 업무용 노트북을 사용하고, 맥북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상황이 돼서 그런 것 같습니다물건은 손이 안 닿으면 확실히 망가지는 것 같습니다. 빈 집이 그러한 것과 같이. 그런데 컴퓨터가 이런 소외감, 맞나요? 


그나저나 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5일이 꽤 긴 시간이었는데, 저는 이틀을 거의 풀로 출근하고 하루 반 조카랑 놀고 나니 금세 지나갔습니다. 언제나처럼 골치 아픈 일들도 있었고, 이제는 하루라도 골치 아픈 일이 있지 않으면 일상 같지 않습니다. 어떤 것들은 해결되고, 정리되고, 이어지고 그러고 있습니다.

요즘은 서로의 정서와 일상에 대한 대화가 별로 없어 다소 힘든 것 같습니다. 왜인지 체력도 많이 떨어져서 지난 토요일은 거의 하루종일 자다깨다 자다깨다를 반복했습니다. 스치듯 듣게 된 요즘 일 하기가 싫다, 일이 안된다... 는 직원들의 말이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아름다운 가을 하늘입니다. 

하늘과 구름, 색도 모양도 각양각색의 구름이 큰 위안이 됩니다.

이리도 아름다운 자연에 어찌 보답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이었습니다.

이산화탄소라도 조금 덜 배출하기 위해 한숨을 좀 줄여보려 합니다.

그렇지만, 사실, 여행을 너무나 너무나 떠나고 싶은 요즘입니다. 




한 주가 지났습니다. 

그저께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부터 밤까지 진행되는 공연이 막을 내리고, 오늘은 대체공휴일이라는 이름으로 월요일을 보냈습니다. 내일은 출근 전 운동이 없는 화요일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오늘 밤을 마무리합니다. 실은 매주 일요일 밤이면 다음날 아침 운동을 가야 한다는 사실에 살짝은 부담을 느끼거든요. 


사실 오늘은 꽤 슬픈 날입니다. 제가 아는 분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거든요. 2018년 경인가... 대장암 진단을 받았는데, 늦게 발견을 해서 수술을 하지 못하고 항암치료를 하며 투병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배우 활동을 지속해 왔고, 그래서 안정적이다 했는데, 몇 달 전부터 다시 빠르게 진행이 되었던지 결국 오늘 새벽 세상을 떠났습니다. 방송이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강한 캐릭터와 달리 호탕한 웃음소리에, 밝은 미소, 툴툴대지만 정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평양냉면 한 그릇 하자는 약속이 몇 번 엇갈리면서 결국 못했는데, 그렇게 떠났습니다.

무엇이 그리 바빴던 걸까요, 시간에 밀리고 코로나에 밀리면서 보내버린 또는 보내진 시간이 안타깝습니다.

이런 순간을 맞이하게 되면 다시 정신을 차리지요. 일이 전부가 아니야,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연락해야 해, 마음만으로 다 되는 것이 아니야, 만나고 눈을 마주치고 시간과 공간을 공유해야 해... 라구요. 직장생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온전히 시간과 공간을, 그리고 감정을 공유하지 못한 채 지내는 것이 힘들지요. 


요 며칠 지지난 주 추석에 만난 조카가 벌써 보고 싶습니다. 아마 웃고 싶은가 봅니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연락하십시오.

목소리를 듣고, 직접 만나고, 시간을 공유하십시오.

언제 세상은 우리에게서 그 시간을 아예 거두어갈지 모릅니다.

저도 그래야겠습니다.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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