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3
언젠가 생긴 이명이 사라지질 않고 있습니다.
지난주 결국 병원에 가서 처방전을 받았는데, 스테로이드제라고 하더라구요. 스테로이드라는 말을 듣고 부작용이 많은 약인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적시에 필요한 양만 먹으면 효과가 좋은 약이라고 의사가 말하더군요. 그래도 스테로이드라는 말 만으로도 다소 우려가 되는 데다 백신 2차 접종 후 며칠 지나지 않은 때라 아직 약을 먹지 않았습니다. 이런 거에 정말 소심합니다. 아마, 다음 주쯤 1주일치 약을 먹고 다시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낮에는 들리지 않지만 밤에 이명 때문에 잘 못 자니까... 힘들더라구요. 잠이 보약인데.ㅎ
오늘은 아는 동생이 작년 김장김치로 김치찜을 해준다 하여 외출을 했습니다. 마지막 김치라며 저를 위해 남겨두었다가 드디어!
OMG! 너무 맛있었어요. 집에서 김치찜을 해 먹는다는 것도, 이렇게 맛있다는 것도 저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난번에는 생물 오징어를 데쳐서 오징어샐러드를 해줬지 뭡니까.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뚝딱뚝딱해내는 요리가 얼마나 신기하고 어른스러운 일인가 싶습니다. 하하.
어른스럽다는 것은 무얼까요.
예전에는 대학생이 되면 어른이라고 생각했고,
학교에 간 이후에는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어른이라고 생각했고,
20대일 때는 30대는 어른이라고 생각했고,
30대가 되어서는 결혼을 하면 어른이라고, 그리고 아이를 낳으면 어른이라고 생각했고,
어느 때는 굴을 먹으면 어른이라고 생각했고... 심지어 파를 먹으면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제가 어디 있느냐, 어느 시기에 있느냐에 따라 어른이라는 기준이 꾸준히 달라졌고,
사실 부끄럽지만 지금도 꾸준히 달라지고 있고,
어른이어야 하는 때를 훌쩍 넘긴 지금은 어른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니 좋은 어른, 어른다운 어른이 어렵다는 말이 맞는 거겠지요.
저의 기준이 달라진 것처럼 절대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어른은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상을 파악하는 기준과 방향성이 다 다르니까요. 그게 다양성의 시대인 건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공감할 만한 그 어떤 지점은 있겠지요? 과연 있기는 한 걸까요?
한 인물이 그 지점, 좋은 점만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젊은이들에게 부끄러운 어른들의 모습이 많습니다. 작든 크든.
오늘은 날이 너무 추워서, 드디어 보일러를 틀었습니다.
어젯밤, 여름에 덮는 작은 조각이불을 덮고 자는데 어깨를 덮자니 발목이 나오고, 발을 덮자니 어깨가 드러나 너무 추워서, 자다 일어나 카디건을 어깨에 두르고 이불을 아래쪽으로 해서 잤습니다. 웃긴 건 바로 머리 옆에 가을에 덮는 이불이 잘 개어져 있었다는 겁니다. 근데 무슨 고집인지 그걸 펴기는 싫더라구요.
어마어마한 규모의 태풍 영향으로 갑자기 한파가 불어닥친 거라는데, 9-10월의 무더위만큼이나 10월의 한파는 이상하기가 매한가지입니다. 지구를 살아가는 인간생명이 자초한 일이겠지만, 어쩌면 원래 그래야만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그렇게 지구를 덮어버린 가장 강력한 생명체가 사라져야만 하는 주기가 다가온 것이지요. 하하하, 종말론적이고 음모론적인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이 아닌 조카의 미래를 위해 노력합니다.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