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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겐 들리지 않는 흥

2023년 5월 #1

by 올디너리페이퍼

월요일입니다.

토요일 출근으로 요일 감각이 사라졌다든가 공휴일이 있었다든가 하는 몇몇 이유로 인해 메일 발송이 24시간 늦춰졌습니다.

그렇게 좋은 봄날의 하루하루가 지나갔습니다.

좋은 봄날이라고는 하지만

운이 좋은 날을 제외하고는 아시다시피 공기가 맑은 날이 별로 없고,

잊을만하면 코로나가 등장하고,

많은 먼지와 끊임없이 날리는 꽃가루로 인한 알러지성 비염으로 꽤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

감기에 더해 독감을 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두가 동시에 좋은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은 그래서 최상의 결과물을 내는 것이 퍽이나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그 와중에 어제와 오늘은 공기가 꽤 괜찮은 날인지라

완전치는 않지만, 더 이상 큰 차도가 보이지 않는 허리치료를 일단 마무리하고

치료를 끝낸 기념 겸 테스트 삼아 정말 오랜만에 가벼운 몸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하루는 북쪽의 한강변을 따라 걷다가 다리를 하나 건너 다시 남쪽의 한강변을 걸었고,

하루는 동네의 골목과 큰길을 걸었습니다.

이틀 동안 모두 마돈나 언니가 함께 해주었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목이나 발목을 까딱까딱하는 대신, 손가락을 현란하게 움직입니다.

마치 피아노를 치듯이.

만약에 횡단보도에서 빨간불에 멈춰서 있다가 초록불에 가볍게 건너는 저를 멍하니 보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제가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손가락의 열정적인 움직임이 괜스레 저를 더 신나게 합니다. 두세 개의 손가락을 동시에 누르기도 하고, 괜스레 손가락을 쫘악 펼쳐 서로 먼 건반을 격렬하게 누르거나, 꽤 빠른 속도로 두 개의 건반을 동시에 반복적으로 칩니다.

그만큼 저의 발도 빨리 움직이거나, 조금은 가벼워지기도 합니다.

저한테만 들리는 음악이지만, 세상이 함께 듣고 있는 것처럼 신이 납니다.

그렇게 계속 걷고 걷고 걷다가… 지도상 봐두었던 출구가 공사 중이라 더 가거나 되돌아가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정말 주저앉기 직전에 한강변을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잘 걷고 계시지요?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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