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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ie Oct 15. 2020

프리타타




"너무 기대는 하지 마"




브런치에 초대를 해놓고는 네가 한 말이었다.

요리를 즐기던 너와, 요리를 못하던 나. 일 년여 만에 우연히 마주치고 안부를 묻고 맥주가 오간 후 다음날, 네가 초대했던 브런치.



"그래, 늦지 않게 갈게."




음식이 식을까 봐 내가 올 때 즈음해서 요리를 시작한 너는 손이 분주했고 나는 네가 새로 옮긴 집을 구석구석 살펴보다 돌아와 작은 부엌 식탁 앞에 앉아 네가 요리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건 생각보다 근사했다.


여름이기엔 조금 이른 늦은 봄. 살짝 열어놓은 부엌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선선했고 햇빛은 강했지만 네가 요리하는 뒷모습을 밝게 물들이기에는 충분했다. 창문 너머의 흔들리는 초록 나뭇잎들을 배경으로 흥얼거리며 음식을 준비하는 너의 뒷모습은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분명 미소 짓고 있겠지.






"너무 맛있어!"



차린 게 별로 없다고 내 반응을 내심 기다리는 너를 보며 내가 내뱉은 말이었다. 신선한 시금치로 만든 프리타타에 올리브향이 듬뿍 나는 파스타, 예쁘게 담긴 알록달록한 그릇들까지. 너무 잘 어울렸던 그 작은 부엌 식탁 앞에 우리 둘.



그때 우리가 무슨 얘기를 했을까.

그 맛있었던 브런치를 먹으면서 다시 이렇게 마주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을까 너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못했던 우리였어도 그때 헤어지면서 했던 마지막 말도 기억 못 하면서 신기하게도, 난 아직까지 그 맛은 기억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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