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공부하고 싶으면 마음껏 해.
아, 그래도 할 일은 하고.
많은 기업들이 직원의 역량계발을 위해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신입사원 입문교육을 비롯해 승진자 교육, 리더십 교육 등 생애주기별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전문 강사를 초청해 기획이나 회계, 마케팅, 전산 등을 가르치는 전문화 교육도 진행한다. 물론, 크레듀 등 교육 전문 회사를 통한 상시 온라인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회사가 임직원 교육에 얼마나 정성을 들이느냐는 회사의 기업문화에 따라 다르다. '내가 돈을 내줄 테니 마음껏 배우세요.'라는 입장의 회사가 있는 반면, '교육 비용을 돈으로 줄 테니 가르칠 필요 없는 프로들만 오세요.' 이런 입장인 곳도 있다. 두 입장 모두 일장 일단이 있어서 무엇이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내가 다니던 기업은 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었다. 그룹 차원에서 HRD를 관리하는 교육 법인이 따로 있는 것은 물론, 매년 임직원 성과평가에 교육 이수 시간의 가중치를 높게 두어 공부를 권장하는 분위기였다. 나 같은 경우 회사 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해 거의 5년 동안 월 10만 원 비용의 전화영어를 했으며, 어떤 직원은 중국어를, 어떤 직원은 자격증을 위한 수강료를 지원받아 수업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고 해도, 교육은 어디까지나 업무를 위한 수단이지 목적 그 자체는 아니었다. 회사는 임직원에게 '투자'를 한 것이고 그것은 언젠가 '회수'해야 할 값이다.
또한 기업에서는 개인의 가치 향상이 이직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대놓고 공부하기는 조금 눈치가 보인다. 점심시간에 사무실에서 토플 공부를 하고 있으면 "왜... 대학원 가게?"라며 은근한 질문을 받을 것이다. "아니요. 그냥 영어 공부하려고요."라고 해도 '왜 이래~ 선수들끼리. 원데이 투데이도 아니고.' 이런 눈빛을 받게 될 것이다.
공무원의 세계에서 교육은 조금 다른 차원으로 접근한다. 공무원에게 교육은 필수의 영역을 넘어서 그냥 당연히 하는 업무라고 보면 된다. 공무원의 역량은 곧 국가경쟁력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교육에 인색하지 않다. 오히려 제발 좀 공부해라!라는 잔소리가 많은 지경.
일단, 인사혁신처 인재개발원이나 각 부처에서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나라배움터의 교육 프로그램 등은 일반 회사에서도 접할 수 있는 교육이다.
그런데 공무원은 일반 기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6개월, 1년 단위의 장기 프로그램이 많다. 이론과 실습, 숙련 기간까지 고려한 기간인 것이다. 아무리 좋은 교육이라고 해도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우면 현업에 바로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공무원은 그 시간을 고려해서 기다려주는 교육을 한다.
국비 유학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도 많다. 물론 경쟁률이 치열하기도 하고, 대부분 행시 출신들이 기회를 잡아 가지만, 국비유학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일임에 틀림없다.
또한, 사이버대학이나 야간 대학원 등에 입학하여 공부를 하고자 한다면 학비를 지원받을 수도 있다. 여기에 휴직 제도를 이용해 볼 수도 있는데, 석사나 박사 학위를 위해 학교를 다녀야 한다면 학위 휴직을 할 수 있다. 또한, 유학을 가고자 한다면 유학 휴직도 할 수도 있다. 특히, 유학휴직은 본봉의 50%가 지원되며 경력 기간 또한 50%가 인정된다. 때문에, 선진 문물을 공부해보고 싶다면 계획을 잘 세워 진행해볼 만하다.
무엇보다 교육을 대하는 분위기가 다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직을 염두에 둔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대놓고 공부를 해도 이상하지 않다. 누군가 점심시간에 토플 공부를 한다고 치자. 적어도 공무원 사회에서는 "그만두게?"라는 질문은 받지 않는다. "얼~ 영어 공부하네~"에서 멈추거나 "뭐 준비하나 봐~"하고 끝이다. 진짜로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으면 그렇다고 하면 된다. 감출 필요가 없다.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좋을 리 없다. 하지만 공부가 취미요, 공부가 너무 재밌어요 하는 사람에게 공무원은 추천할만하다. 마음 놓고 공부해라.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아, 물론 할 일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