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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나비 May 16. 2024

17. 샤크컨설팅(1)

알바_자멸로 이끄는

- 그러니까 여기 이 대본대로 연.. 기를 하란

말씀이신 거죠?


남자가 보고 있던 서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 꼭 완벽히 그대로는 안 하셔도 됩니다.

텍스트에 너무 집착하시게 되면

오히려 실수가 나오기 쉽고

실수가 나오기 시작하면..

진정성이 떨어질 테니까요.


- 그럼 어떻게..


- 이 내용을 가이드로 삼으시고

큰 줄기만 맞춰 나가시면 됩니다.

자잘한 말들이나 행동들까지

다 그대로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걸 정확하게 다 외우실 수도 없구요.

이건 그러니까..

한번 들어가서 해보시면

제 말 무슨 말인지 이해되실 겁니다.


인사팀장의 제안이 있은 다음 날,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인사팀장과 남자가

좀 있으면 시작될 컨설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방금 전 남자가 테이블에 내려놓은

십여 장가량의 서류 제일 첫 장에

작은 글씨로 몇 개의 글자가 인쇄되어 있다.


[p-5028-용궁-27]


남자는 인사팀장의 말에 작게 한숨을 쉬며

테이블 위의 서류를 다시 집어 들었다.


한 장, 한 장

서류를 넘기는 남자의 표정이 심상찮다.

마지막 장까지 다 넘겨 본 남자가

역시나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인사팀장을 바라보았다.


막 남자의 입이 열리려던 순간

인사팀장이 남자를 향해 오른손을 들어

손바닥을 보인다.


-  제가 먼저 말씀드리지요.

뭘 말씀하실지 충분히 짐작이 됩니다.

그리고 왜 이런 일을 하는지

궁금하시리란 것도 잘 알고 있고요.

저희 컨설팅의 방식이..

다른 곳과 비교하면 조금 특이한 건 맞습니다.


조금 특이하다고?

아니 이게 지금 조금 특이하다는 말로

설명이 되는 얘긴가?

하아... 아무래도 잘 못 온 것 같은데..


아직 인사팀장의 말이 다 끝나지 않았기에

남자는 터져 나오는 불만을 속으로 집어삼키며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런 남자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인사팀장은 자연스레 말을 이어갔다.


- 저희 컨설팅은..

말하자면 일종의 상황극 형식으로 진행되는

개인과외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편하실 것 같습니다.


- 개인과외.. 라니요?

이건 마치 배우 역할을 하라는...


속으로만 불만을 삼키고 있던 남자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 불만이 말이 되어

결국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 맞습니다.

배우역할이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불만과 의아함이 반씩 섞인 남자의 말을 끊고

인사팀장이 다시 본인의 말을 이어간다.


남자는 자신을 바라보는 인사팀장의 표정에서

무언가 기괴한 느낌을 받았다.

인사팀장은 자신을 향해

친절하게 웃고 있었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그때 아주 잠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남자는 자신이 왜 그런 기괴함을 느꼈는지

알 수 있었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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