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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나비 May 17. 2024

18. 샤크컨설팅(2)

알바_자멸로 이끄는

눈이었다.

인사팀장의 입은 자신을 향해 웃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았다.  


불현듯 등 뒤가 서늘하다.

잠시 고개를 숙인 남자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어떡하지..

지금 와서 못하겠다고 하면..

아니야, 내가 배우도 아니고..

그래,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컨설팅이라고..


남자가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막 고개를 들려는 순간,

테이블 위 서류 옆으로

흰 봉투가 놓이는 모습이

남자의 눈에 들어온다.


인사팀장의 오른손이

봉투를 남자의 앞으로 조금 더 밀더니

이내 봉투에서 점점 멀어진다.


남자는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봉투에서 멀어진 오른손으로

막 머리를 쓸어 올리고 있는

인사팀장이다.


- 어제 말씀드린 대체 컨설턴트 지급 금액입니다.

원래 일회성 시용의 형태라

제가 어제는 전속 컨설턴트 지급 금액의

절반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오늘 아침 대표님께서

전속 컨설턴트 지급 금액 그대로 지급해 드리라고

직접 말씀 주셔서 그렇게 책정했습니다.

한번 확인해 보시지요.


- 아...


인사팀장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흘깃 봉투를 곁눈질 한 남자가

손을 흰 봉투 위로 뻗는다.

봉투 위에 놓인 손끝으로

벌써 두툼한 감촉이 느껴진다.

남자의 결심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어제 분명 전속 컨설턴트 비용 절반이

200만 원이라고 했었지..

그럼 이게 400만 원..


남자의 머릿속이 다시 복잡해진다.

한 달에 두 번만 한다고 해도

일반 직장인 월급을 가뿐히 넘는 금액이다.

만약 주에 한 번이라든지, 그 이상이 된다면...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던 인사팀장이

테이블 위 서류를 집어 든다.

그리고 집어 든 서류를 남자를 향해 내밀었다.


- 일단 한 번 해보시죠.

한번 해보시고 아니다 싶으시면

전속 컨설턴트 계약을 안 하시면 됩니다.

시작 전에 몇 가지 드릴 말씀도 있고

저희 컨설팅이 처음이시라  

오늘 컨설팅 예정 시각보다 두 시간 일찍 오시라

말씀드렸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이제 가이드 스터디 시간도 빠듯합니다.


남자는 봉투에서 손을 떼고

자신을 향해 서류를 내밀고 있는

인사팀장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남자와 다시 눈이 마주친 인사팀장이

살짝 미소를 짓는다.


이번엔 입과 함께 그의 눈도 웃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남자가 입을 열었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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