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_자멸로 이끄는
이진경 대표가 묘한 웃음을 지으며 인사팀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인사팀장은 그런 이 대표의
시선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고,
이 대표의 표정도 점점 무표정하게 바뀌어갔다.
- 상어 이빨에 대해 아세요?
- 상어.. 이빨.. 이요?
- 네, 상어 이빨.
남자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상어 이빨에 대한
기억이나 정보가 혹시라도 저장된 게 있는지
본능적으로 머릿속을 헤집으며 찾아보았다.
상어 이빨이라..
젠장, 상어에 대해서도 공포영화에서 본 게 단데,
상어 이빨을 알리가..
순간순간 변하는 남자의 표정이 재밌었는지
이 대표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살아났다.
- 상어는 평생 이빨이 새로 납니다.
- 네?
이번에도 좀 전처럼 황당한 표정을 짓는 남자지만,
좀 전의 황당함과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평생 이빨이 새로 난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믿으라고?
- 네, 사실입니다. 놀랍죠?
남자는 무척이나 놀라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이 대표를 바라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을 입으로 내뱉은 건 아닌지 혼란스럽다.
-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고 얼굴에 쓰여있어서요.
남자는 그제야 얼굴에서 놀라움을 지우고
테이블 위의 텀블러를 집어 들어 크게 한 모금을
마셨다.
그리고 지금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만,
혹시 두 번째 질문을 하게 된다면
이 커피가 어디 커피인지 물어보는 건 어떨지
생각해 보는 남자다.
- 인간의 치아가 32개인 건 아시죠?
답을 물어보는 질문은 아니겠으나
예의 바른 청자의 태도로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 영구치 이전 유치가 20개니까,
그것까지 다 합하더라도 인간의 치아는
평생 52개밖에 되지 않죠.
상어는 종마다 다르지만 평생 수천 개에서
수 만개까지 이빨이 새로 납니다.
정말 엄청나죠.
사냥을 하다 이빨이 부러지거나 빠지면
안쪽의 이빨들이 그 자리로 이동하고,
빈자리에서는 새로운 이빨이 자랍니다.
마치.. 공장에서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같은
시스템인 거죠.
- 아.. 처음 듣습니다. 정말 신기하네요.
평생 이빨이 새로 난다니..
정말 순수하게 신기해하는 남자와
그런 남자가 재밌는 여자,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또 다른 남자다.
- 이빨이 부러지거나 빠지면 평생 새로운 이빨이
나는 상어처럼, 저희 클라이언트 분들도 이미지가
손상이 되면 저희 컨설팅을 통해 늘 처음처럼
새롭고 호감이 가도록 유지해주고 싶다는 뜻이죠.
어떻게.. 듣고 보니 좀 괜찮은가요?
- 아.. 네.. 뜻을 알고 보니 회사 이름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굉장히.. 의미 있는 이름이네요.
이 대표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남자는 정면의 상어 그림을 다시 쳐다보았다.
설명을 듣고 보아서인지, 거대한 상어의 입속
날카로운 이빨이 유독 눈에 확 들어온다.
몇 번을 보아도 거친 파도 속 거대한 상어의 모습은
섬뜩한 느낌을 준다.
- 피곤하실 텐데, 오늘은 이만 들어가시죠.
인사팀장님, 안내드리세요.
- 네, 대표님.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 대표를 보며
남자와 인사팀장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각또각
대기실로 통하는 문으로 걸어가는 대표를 향해
인사팀장이 정중히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을 본
남자도 덩달아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
빈틈없이 진중한 인사팀장과 어딘지 어색한 남자.
두 남자를 뒤로하고 이진경 대표는 대기실로 통하는
문뒤로 사라졌다.
28층 전용 엘리베이터 앞, 두 남자가 마주 보고 있다.
-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 아닙니다. 덕분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상어 이빨에 대한 신기한 이야기도
들었네요.
사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 회사 이름을 듣고는
왜 이렇게 이름을 유치하게 지었을까 싶었거든요.
설명을 듣고 보니 정말 딱 맞게, 잘 지은 이름이네요.
- 그런가요? 좋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땡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남자는 인사팀장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고 층수를 알리는 숫자가
하나씩 줄어드는 것을 본 인사팀장이 오른손을 들어
목에 감겨있는 넥타이를 풀어헤쳤다.
이내 뒤를 돌아 사무실로 향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 사실 당신도 이빨이..
마지막 말은 다문 입술에 가로막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복도의 끝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자 더 이상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의 숫자는 1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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