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테스트를 자주 하거나 온전히 믿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 결과중에서 가장 공감이 되었던 것은 내가 '미래지항적이며 불안 성향이 높다는 것'이었다. 주변에서는 '미래지향적'인 것과 '불안 성향이 높다'는 것이 공존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반응이었지만, 나는 그것이 가리키는 내용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한 가지 일을 하기 위해서 그 일과 관련된 정보를 최대한 수집한 후에 최선이라고 판단되는 결정을 내리는 내 성격상,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는 불안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푸쉬킨이 말한 '마음은 미래에 있고 현재는 늘 슬픈' 사람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그게 바로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런 내게 '베짜기'는 어쩌면 천직일지도 모른다. 베를 짜기 위해서는 정확한 계산과 계획이 선행되어야하고, 그 계획에 맞춰 진행하기만 하면 그대로 결과물이 나온다. 심지어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불규칙한 패턴을 짜는 일'조차도 계획에 의해 이루어진다.
예상치 못한 일로 일정이 틀어지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생활 속에서 온전히 내 마음처럼 되는 유일한 일. 내게는 그것이 바로 베짜는 일이었다. 실이 한 가닥씩 쌓여 일정한 패턴을 반복해서 만들어내는 일은 마음을 미래에 둔 채로 슬픈 현재를 사는 내게 늘 안정감을 가져다 주었다.
이렇게 '계획적인 작업'이 가능한 이유는 베짜기가 간단한 계산을 통해 계획되기 때문이다.
만약 폭 50cm 직물을 1cm 폭에 실이 5가닥 들어가는 밀도로 짜겠다고 결정한다면 세로실은 50*5=250가닥이 필요하다. 여기에 패턴에 따라 좌우 폭이 줄어드는 것을 계산하여 여분의 가닥수를 추가할 수 있다.
또한 직물의 길이가 1m 라면 앞뒤로 잘려나가는 실과 직물의 길이를 넉넉하게 계산하여 150cm로 정경을 한다면 세로실 준비는 끝이다.
베를 짤 때에는 실이 걸린 잉아가 위아래로 오르내리게 되고, 몇 번 잉아를 언제 올리고 언제 내리는 지를 기억하여 그대로 진행하기만 하면 정확한 패턴을 반복적으로 얻을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예상되는 변수까지도 스스로 통제 가능하다는 것이 나에게 베짜기의 가장 큰 매력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 낯설다면 낯설고 익숙하다면 익숙한 베틀.
대학에서 처음 베틀을 접하고, 졸업 후 몇 년이 지난 지금 베짜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되면서 마주한 고민들, 베틀과 베짜기에 관한 이야기들을 이 공간을 통해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