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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직은 뭐고 능직은 뭐지?

패턴의 이해

by 베짜는 진


지난 글에서 종광이 직물의 패턴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대체 종광이 어떻게 패턴을 결정한다는 것인가? 오늘은 패턴의 이해와 도안 읽는 법, 리핏의 개념을 통해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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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종광 베틀로 짤 수 있는 패턴은 평직이거나 평직을 응용한 패턴 정도이다. 1번 종광에 걸린 실이 위로 올라가거나 2번 종광에 걸린 실이 위로 올라가는 것. 두 가지의 경우의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다양하게 활용하려면 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직물의 가장 기본이 되는 평직은 아래와 같은 모습이다.


평직 도안(왼) 평직 직물(오)



이제, 이 도안을 차근차근 뜯어보자.



① 세로실의 색깔이다. 이 도안대로라면 검은색 실로 정경을 하고 베틀에 걸게 된다.

② 종광에 세로실을 거는 순서이다. 한 가닥씩 번갈아가며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2번 종광, 1번 종광, 2번 종광, 1번 종광... 이렇게 걸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③ 이 패턴의 직물을 짜는 데에 있어 페달을 밟는 경우의 수가 두 가지임을 나타낸다. 1번 아니면 2번 종광의 페달을 밟게 되어있다.

④ 가로실의 색깔이다. 북에 흰색 실을 감아 준비한다.

⑤ 페달을 밟는 순서이다. 1번 종광을 먼저, 그 다음에는 2번 종광의 페달을 밟아 실을 위로 올리도록 되어 있다.

⑥ 그 결과로 짜여진 직물의 패턴을 그림과 같이 미리 예상할 수 있다.



이것이 2종광 베틀로 짤 수 있는 기본 평직 패턴이라면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






평직 응용 - 실의 색깔만 바꿔도 전혀 다른 분위기의 직물이 나온다. (왼) 4종광 베틀 - 능직 (오)



위의 그림처럼, 종광에 실을 끼우는 가닥수에 변화를 주거나 세로실, 가로실의 색깔을 바꾸는 방법으로 응용이 가능하다. 여기에다 종광의 숫자까지 늘어나게 되면 패턴이 얼마나 다양해질 수 있을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종광에 실을 끼우는 방법도 페달을 밟는 방법도 다양해지니 패턴 역시 다양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Google 검색결과



종광의 숫자가 패턴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미지검색을 활용할 수 있다. Google에서 '8 shaft weaving patterns'를 검색해서 나온 결과를 보면, 8종광 베틀로 짤 수 있는 직물은 그 종류가 다양해질뿐 아니라 패턴 자체가 더욱 섬세하게 표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안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개념으로 '리핏repeat'을 들 수 있다. 리핏이란 말 그대로 '반복되는 것'을 뜻한다. 직물의 패턴에는 규칙이 있다. 그 패턴의 규칙을 찾아내어 반복되는 부분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바로 '리핏'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각 패턴의 리핏


종광의 숫자가 늘어나고 패턴이 복잡하고 섬세해질수록 리핏이 길어지고, 리핏이 길어질수록 짜기는 어렵고 틀리기는 쉽다. 그러나 짜기가 어려운 패턴이 대체로 더 예쁘다. 노력없이 이룰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이렇게 베를 짜면서도 느끼게 된다.




정경하는 방법을 배우고 도안 읽는 방법만 익힌다면 베짜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끈기를 가지고 하나의 직물을 완성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 베를 짜는 일 역시 꾸준히 노력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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