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지아나 Oct 14. 2022

일하는 사람의 ‘번아웃’ (2)

다시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을까

나는 정말 번아웃일까?


이전 글에서 언급한 '매슬라크 번아웃 인벤토리(MBI)' 검사 결과, 나는 세 가지 영역에서 모두 고위험군에 속했다. 완전히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였고, 심한 냉소주의와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윤대현 교수가 말한 번아웃의 대표 현상 네 가지 - 무기력감, 자신감 하락, 이인증, 건망증 - 도 모두 해당했다.


그야말로 진짜 번아웃이었다. 나는 나를 지키는 방법으로 퇴사를 선택했다.




박정열 현대자동차그룹 경영연구원 전임교수는 DBR 327호(2021년08월 Issue 2)에서 본질적 차원에서 번아웃을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번아웃을 선행적으로 막아내고 면역력을 갖출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바로 ‘왜 내가 이 일을 하는가’,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분명한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삶과 일에 대한 의미 체계가 명확하고 확고하다면 피로와 탈진 상황이 있을지언정 이것이 번아웃으로 진전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을까


‘일하는 나’로 첫걸음을 내딛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의 나는 나름대로 삶의 목표와 일에 대한 정의를 가지고 있었다. 좀 어설프긴 했지만.


10년 전 나는 어떤 기준으로 일을 선택했는가?
삶의 목표는 어떠했는가?


10년 후 지금의 나는 어떤가?
삶과 일에 대한 생각이 변함없는가? 아니면 달라졌는가?



질문에 천천히 답해보았다. 10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보람 있는 일도, 상처받는 일도 많았다. 그 과정에서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중요하다고 믿었던 가치관에 혼란이 생기기도 했고 일을 대하는 태도도 변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일하는 나’로 살 때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쯤 왔는지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어쩌면 이미 내가 생각하던 삶의 목표를 지나쳐 왔을 수도,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그동안 내게 중요하던 가치가 무의미해졌을 수도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그럴수록 현실과 이상은 더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삶의 목표와 일의 의미를 제때 업데이트하지 않은 대가는 꽤 가혹했다.




번아웃에 완전히 잠식되고 나서야 어쩔 수 없이 퇴사를 결정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삶의 목표를 재정비했다면, 번아웃에 이르거나 퇴사를 망설이지 않았을 것이다. 일의 의미가 분명했다면, 바꿀 수 없는 환경에 집중하는 대신 다른 조직을 찾아 나서거나 직접 새로운 환경을 구축해볼 수도 있었다.


본질적인 문제는 내게 있었다.


작가 임경선은 에세이집 『태도에 관하여』(한겨레출판사)에서 ‘독립적인 의사 결정이 어색한 것은 여태 그 나이가 되도록 자기 가치관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알지 못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스스로의 욕망에 무지하다 보니’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한 발 뒤로 물러서게 되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자신의 우선순위를 알려면 평소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 훈련’을 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해도 늘 고민과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

이전 03화 일하는 사람의 ‘번아웃’ (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