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University of Sydney 공부하기 좋은, 시드니대학
나는 고등학교 졸업까지 줄곧 US에서 자랐다. Ulsan 울산이다. 어릴 때 부모님이 현대중공업 앞의 전하동에서 쌀집과 떡 방앗간을 하셨다. 현대중공업의 골리앗이 햇빛을 받기 시작할 때면 회색 작업복을 입은 아저씨들이 밟는 키익 키익 고막을 찌르는 자전거 브레이크 소리로 아침을 시작했다. 시끄러웠지만 그리운 풍경이다.
지금은 천상 가이드란 말을 들을 정도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만, 어릴 때만 하더라도 운동신경 없고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이 많은 어린이였다. 그래서 어머니는 나를 유치원 대신에 태권도장을 보내셨나 보다. 다행히 어딜 가서 맞고 다니지는 않았다. 또 초등학교 때는 웅변학원을 보내서 부끄럼 많은 내가 '이 연사! 북한 괴뢰군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합니다." 하며 전교생 앞에서 웅변도 하고 상도 받고 반장도 했다.
어머니의 사교육이 나의 유년기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태권도, 피아노, 주판, 웅변을 나뿐만 아니라 나의 또래는 한 번씩 다했을 것 같다. 학교 쉬는 시간에 주판을 타고 다니다가 골마루 왁스 청소한 추억에 공감한다면 나랑 연배가 비슷한 40대이다. 그 주판을 타다니 그때 참 발이 작고 가벼웠나 보다.
전하 국민학교(1984-1990)를 거쳐 현대중학교(1990-1993)로 진학하니 종종 전체 중학생들이 동시에 치는 모의고사를 통해 학생들을 등수로 우열을 메겼다. 나처럼 운동신경이 없어서 축구를 해도 공 몇 번 못 차고 내성적 이서 장난칠 친구도 별로 없는 사람은 주입식 입시교육과 너무 잘 맞았다. 유일하게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게 성적이었기 때문에 문제집 반복해서 풀고, 이해 안 되면 암기를 해버리니 줄곧 반에서 1등 했다. 학창 시절은 공부를 잘하거나 운동을 잘하면 나름 견딜만하다.
나 때는 아직 시험을 쳐서 고등학교를 골라갔는데 가장 성적이 높은 학교가 학성고등학교(1994-1997)이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오니 나뿐만 아니라 한 반의 50명 대부분이 중학교 때 반에서 1, 2등 하던 애들이었다. 처음 받아본 성적표가 30등 정도이다. 전교 석차가 아니라 반 석차이다. 이제는 성적도 안되고 운동도 안되니 존재감이 희미해지며 나의 정체성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고민을 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학창 시절은 내가 보낸 거의 모든 시간과 공간은 학교이다. 그래서 내가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어른은 학교 선생님이였고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고 느껴서 성균관대학교 사범대학교(1997-2002)에 진학하였다. 대학 진학부터는 진로를 결정하는데 부모님보다는 내 의견이 절대적으로 반영이 되었다. 그래서 군 제대하고 대학을 중퇴하고 해외여행을 하고 호주의 기술전문학교 (Gold Coast Institute of TFAE, 2003-2005)로 호텔, 리조트를 공부하러 왔다. 일하면서 온라인으로 관광학 학사(Southern Cross University, 2008-2009)를 취득하였다. 여기까지가 내가 받아온 교육이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위하여 짧게 혹은 아주 길게 호주로 온다. 그래서 호주의 교육에 대해서 설명을 하려 한다. 일단 한국이 6-3-3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이라면 호주는 6-4-2인데 Year 1, Year2, Year 12라고 부르고 Year 6까지는 초등(Primary)이고 Year 7부터는 중고등 High School 또는 College라고 부른다.
일단 초등학교 6년 동안 학교에서는 숙제와 시험이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특히 호주는 다문화국가여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도 많기 때문에 전담교사뿐만 아니라 보조교사까지 수업을 같이 하기도 하고 방과 후 영어를 따로 시키기도 한다. 혹시 장애가 있거나 언어가 힘들거나 하면 교장의 재량 하에 최대한 아이에게 맞춰준다. 또 아이들의 큰 가방 속에는 책이 아니라 도시락이 들어있다. 음식과 문화도 다들 제각각이어서 단체 급식없이 도시락을 다 챙겨 다닌다. 그래서 집에 삼식이가 여러명이라면 엄마가 할 일이 많기는 하다.
개개인의 특성을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으로 이해하고 학교와 부모가 함께 학생을 더욱 주의 깊게 관찰하고 존중해 주는 것 같다. 방과 후 사교육으로는 수영은 필수로 시키고 아이의 재능 발견 차원에서 피아노, 바이올린, 태권도, 축구 등을 한 번씩 시키는 정도이다. 그러다가 Year 6에는 자녀가 공부에 재능이 있다 하면 영어나 수학을 별도 과외도 시키고 셀렉티브 (Selective School)을 준비한다.
Year 7에 갈 수 있는 셀렉티브(Selective)는 우리의 외고나 과학고만큼은 안되지만 어느 정도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명문 대학 진학을 목표로 가는 말 그대로 선발된 학교이다. 성적이 되어도 치열한 경쟁을 하는 부담감이 있다면 일반학교나 종교에 따라서 사립 기독교, 카톨릭, 무슬림 학교로 진학하기도 한다.
의무교육이 한국의 고1인 Year 10까지이다. 이제는 Year 11을 기술전문학교(TAFE) 가서 요리, 미용, 정비, 건축 기술을 익혀 사회에 진출할 수도 있다. 아니면 Year 12까지 공부를 더해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할 수도 있다. 실제로 대학 진학률은 30%가 안 되는데 대학을 가지 않아도 경제적으로든 사회에서 차별을 받는 일이 없다. 호주는 워낙 노동자들의 임금이 높고 특히 20, 30대에는 블루칼라가 돈을 더 많이 번다. 경력이 쌓인 40대에는 각자 하기 나름인 것 같다.
대학 입학할 때도 Fee-Help라고 해서 1% 정도의 저금리로 국가에서 학자금을 융자해주고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면 일 년에 한 번 세금 정산 (TAX RETURN)할 때, 연봉에 따라 조금씩 학자금을 갚기 시작하니 학비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 그래서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한다는 말은 호주에서는 거짓말이다. 오히려 풀타임 학생들에게는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생활비 지원도 있다.
호주 대학의 교육 수준도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특히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캔버라), 시드니대학교(시드니), UNSW(시드니), UQ(브리즈번), 멜버른대학교(멜버른), 모나쉬대학교(멜버른), 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퍼스)의 7 대학이 세계 100대 대학에 포함될 정도이다. 또 전 세계에게 오는 다양한 유학생들 덕분에 국제감각과 인맥을 형성하는데도 아주 좋다.
내가 유학을 미국, 스위스, 영국이 아닌 호주로 결정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영어를 배우고 안전하다고 판단이 되었다. 둘째 주 20시간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으니 학비는 부모님이 지원해주시고 생활비는 스스로 해결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셋째 졸업 후 호주에서 일하고 영주권을 따기가 쉬웠다. 지금은 물론 내가 졸업할 때랑 비교해 학비도 많이 올랐고 영주권을 취득하기가 아주 까다로워져서 예전만큼 유학이 가성비가 좋은지는 의문이다.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 잘 되어있고 꼭 외국에서 유학 대신 여행으로도 대처 가능한 부분이 많다. 여하튼 라테는 그랬다.
시드니에 있는 학교들을 탐방을 하려면 센트럴 역(Central Station)에서 내려보자. 일단 시드니 공과대학(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은 구글 맵을 보면서 Ultimo road와 Quay St 교차로를 찾아도 되고 구겨진 종이 가방처럼 생긴 건물, DR CHAU CHAK, 을 찾으면 된다. 이 예술적인 건물은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프랑스 파리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LA 월드 디즈니 콘서트홀, 청담동 루이뷔통 메종 을 건축한 프랭크 게리 (Frank Gehry)가 호주에 만든 첫 작품이다. Chau Chak 은 이 건물에 $150M (1,200억)을 기부한 중국 출신의 호주 부동산 재벌인데, 그의 아들, 금수저님께서 이 UTS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Ultimo road와 Harris street가 만나는 곳에 TAFE라고 보일 텐데, TAFE 은 한국의 폴리텍대학의 모델이 된 기술전문학교이다. 아카데믹한 부분보다는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위주로 짧은 몇 개월 과정의 자격증(Certificate)이나 2년 과정 전문 학사 (Diploma)를 교육하는 곳이다.
TAFE을 지나서 Broadway 쪽으로 나오면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최첨단적이고 현대적인 UTS IT, Engineering 학부 건물이 나온다. 이 건물 역시 시드니 뮤지엄(Museum of Sydney)과 필립 타워(Governor Phillip Tower)를 건축한 유명한 멜버른 출신의 Denton Corker Marshall의 작품이다. UTS대학은 젊고 취업이 잘 되는 학교로 캠퍼스만 보더라도 학생들에게 투자를 많이 하는 학교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Broadway를 더 올라가면 브로드웨이 쇼핑센터도 오른쪽으로 보일 것이고 Victoria park를 끼고 왼쪽 city rd 가면 시드니 대학교 캠퍼스가 나온다. 1850년에 세우진 호주 최초의 대학, 역사와 명성에 걸맞게 전 세계 다양한 인종의 유학생이 공부하고 있고 세계 랭킹 12위의 대학이다. 특히 법대는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정치인들을 많이 배출하였고 경제학 쪽은 중국 유학생들이 아주 선호하는 학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주입식, 입시교육에 아주 잘 적응되어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또 학창 시절 영영사전 보며 공부한 영문법, 단어들을 특히 독해, 작문할 때의 큰 도움이 된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한자리에 앉아 수학의 정석 풀며 밥 먹으며 졸음을 참던 경험 덕분에 글을 쓰는 지금도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인내력이 생긴 것 같다. 또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된다는 생존력까지 배우게 되었다.
그래도 입시교육은 정말로 소수만을 위한 구시대적인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 그런데 요즘 한국에서는 입시도 여전히 부담이 되지만 아침부터 밤늦게 영어, 수학에 예체능까지 사교육을 경쟁적으로 받는다. 또 대학 들어가면 취업 입시, 공무원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기성복 같은 인재를 만들어낸다면 호주는 본연의 기질을 맞춤복을 만드는 느낌이다. 굳이 교과서로 아님 학원에서 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필요할 때 배워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 공부할 자료와 정보는 차고 넘친다.
또 이제는 학교에서만 공부하고 끝나는 시대도 아니고 직장을 다니면서도 아니 평생을 계속 공부해야 되는 시대이다. 그래서 나는 어릴 때는 바다에서 수영하고 서핑하면서 고래의 노랫소리도 듣고 시시 때때 변하는 자연을 보며 용감하고 창의적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 몸과 마음이 올바르게만 성장해있으면 공부는 언제 해도 늦지 않은 게 호주인 것 같다. 교육은 이렇게 경쟁하지 않고 자신의 속도와 방향에 맞게 성장해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래서 호주에 와서 다시 한번 나의 교육과 자녀의 교육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것 같다. 명심할 것이 애 교육뿐만아니라 나도 평생 공부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