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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Jun 29. 2024

말우물

나의 두 번째 마을 이야기

새롭게 이사한 마을은 '말우물'이었다.

마을 앞에 큰 우물이 있어서 물이 말로 쏟아져 나온다고
붙여진 이름이었다.


말우물은 충청도 천안 북서쪽의 작은 농촌 마을이었다.

마을 앞쪽에는 넓게 펼쳐지는 거대한 논과 밭이 있었고,

뒤쪽에는 마을을 감싸는 조그마한 뒷산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뒷산은 등과 같다고 하여 진등으로 불렀다.

뒤에는 마을을 든든하게 지켜봐 주는 노태산이 있었다.

141m 높이의 노태산 정상에 오르면
우리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고, 멀리 천안시내가 보였다.

노태산 앞의 뒷고개를 지나면
천안의 또 다른 오지 영성동과 차암동으로 이어졌다.

다만 아쉬운 것은 물이 흐르는 개울이나 하천이 없었고

마을 앞의 큰 우물도 관리가 되지 않으면서
1980년대 중반에 물이 말라버렸다는 것이다.


어찌 되었건 말우물은 우리 가족 삶의 터전이었다.

뭔가에 쫓겨서 급하게 이사를 온 후,

아버지는 마을에 있는 양계장에서 다시 일을 하셨고,

어머니는 집에 머물면서 어린 나와 동생을 돌봐주셨다.

작은 단칸방에서 오손도손 오붓하게 보냈던 그 시간.

어머니가 항상 우리 곁에서 챙겨주셨기에

내 기억으로는 행복하고 특별했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을까?

우리 가족은 또 한 번의 이사를 하게 된다.

증조할머니와 할아버지, 할머니를
다시 아버지가 모시게 된 것이었다.

왜 6형제 중 셋째인 아버지가 모시게 된 것인지는

아직도 궁금하지만,

아버지께서는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또다시 식구가 늘어나면서

말우물의 또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방이 3개인 전형적인 농촌 주택.

집 뒤에는 500년 된 팽나무가 있고,

멀리 논밭이 한눈에 들어오는 그런 오래된 집에서

4대가 함께 살게 된 것이었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인지, 어머니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다시 근처 봉제 공장에 취업을 하여 일찍 집을 나섰다.

아버지도 양계장을 그만두고 공장 근로자 일을 시작하셨고,

할머니는 동네 주민의 밭일을 도우며 일당을 받으셨다.

증조할머니도 계셨지만 몸이 편찮으셔서 항상 누워계셨다.


마을 전체가 농사일이 바빴기에

자연스럽게 어린아이들은 동네 앞마당에 모여들었다.

그곳에서 또래의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며

말우물에서의 시골 생활이 시작되었다.

산과 들이 우리의 놀이터였고

논두렁 옆으로 이어지는 수로가 우리의 물놀이장이었다.

작은 공터가 있으면 모래 위에서 선을 긋고

땅따먹기 하고 사방치기를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다시 말우물에서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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