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두였습니다
당신의 첫 출근 날
나는 당신의 떨림을 안고
딱딱한 보도블럭 위를 걸었습니다
처음엔 내가 너무 꽉 끼어서
당신의 발을 아프게 했지요
미안했어요
처음이었으니까요
당신은 내 몸에 묻은 먼지를
매일 밤 고요히 닦아주었지요
반짝거리는 나를 보며
당신의 하루를 위로했겠지요
당신의 발걸음이 무거워질 때면
나도 함께 무거웠습니다
내 발꿈치가 닳아갈수록
당신의 청춘도 조금씩 닳아갔지요
나는 때때로 걱정했습니다
내가 너무 닳아
당신이 버릴까 봐
당신이 나를 잊을까 봐
하지만 당신은 끝내 나를 버리지 않았지요
너덜너덜해진 내 모습을 보며
마치 자신의 세월을 바라보듯
나를 말없이 쓸어내렸습니다
나는 오래 걸었습니다
당신이 걸어온 길
앞으로 걸어갈 길
아직 다 걷지 못한 길까지
이제 나는 압니다
내가 당신의 구두였듯
당신 또한 누군가의 구두였음을
서로의 길 위에서
우리는 그렇게 닳아가며
서로의 몸이 되어갔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