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by 가나다라

나는 구두였습니다

당신의 첫 출근 날

나는 당신의 떨림을 안고

딱딱한 보도블럭 위를 걸었습니다


처음엔 내가 너무 꽉 끼어서

당신의 발을 아프게 했지요

미안했어요

처음이었으니까요


당신은 내 몸에 묻은 먼지를

매일 밤 고요히 닦아주었지요

반짝거리는 나를 보며

당신의 하루를 위로했겠지요


당신의 발걸음이 무거워질 때면

나도 함께 무거웠습니다

내 발꿈치가 닳아갈수록

당신의 청춘도 조금씩 닳아갔지요


나는 때때로 걱정했습니다

내가 너무 닳아

당신이 버릴까 봐

당신이 나를 잊을까 봐


하지만 당신은 끝내 나를 버리지 않았지요

너덜너덜해진 내 모습을 보며

마치 자신의 세월을 바라보듯

나를 말없이 쓸어내렸습니다


나는 오래 걸었습니다

당신이 걸어온 길

앞으로 걸어갈 길

아직 다 걷지 못한 길까지


이제 나는 압니다

내가 당신의 구두였듯

당신 또한 누군가의 구두였음을


서로의 길 위에서

우리는 그렇게 닳아가며

서로의 몸이 되어갔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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