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감정 두번째 이야기
혹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두 번째 우울감, 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는 걸까?
우울증은 그냥 낯선 손님처럼 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분명한 이유와 함께 온다.
나의 경우 우울감이 자기 파괴적인 행동으로 연결되었고
나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는 신체적인 손상 또는 생명에 대한 불안 등
정신적 충격을 수반하는 사고를 겪은 후 심적 외상을 받아 나타나는 질환이다.
주로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사건에서 벗어난 사건들, 이를테면 천재지변,
화재, 전쟁, 신체적 폭행, 고문, 강간, 성폭행, 인질 사건, 소아 학대, 자동차, 비행기, 기차,
선박 등에 의한 사고, 그 밖의 대형사고 등을 겪은 뒤에 발생한다.
늪에 빠지는 기분이 이런 걸까?
길을 가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문득 또 문득.. 이따금 그 기억에 사로잡혔었다.
그리고 열한 살 그때로 빨려 들어간다.
그 기억은 학창 시절부터 쭉 나를 괴롭혔다.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 누구도 나의 상처를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혼자 울고 아팠다.
그러다 20대부턴 좀 우울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
하고픈 방송작가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은 어두운 내 인생에 빛이 찾아오는 작은 창이었다.
그런데 그 창이 닫히는 일이 생긴다.
인생은 늘 UP AND DOWN이었다.
아이가 두 돌 무렵 일을 많이 줄여야 했고
난 이상한 사람으로 변했다.
아이와 둘이 남게 되는 그 시간이면 난 낯선 사람이 되었다.
아이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고 짜증을 냈고 아이가 고집을 부리면
모든 걸 포기하고 창문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다.
아이가 실수로라도 나를 때리거나 꼬집으면 되값고 싶단 생각을 했다.
아이가 나를 붙드는 만큼 공격한 만큼 나도 똑같이 집착하고 공격했다.
그날도 여느 날처럼 아이는 나에게 떼를 부리고 있었고
난 이렇게 소리치며 창문을 활짝 열었다.
“네가 계속 이렇게 엄마 말을 안 들으면 난 여기서 뛰어내릴 거야.. 죽을 거라고!!!”
겁먹은 아이는,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아이는 계속 울었다.
우는 아이의 표정을 읽은 순간,
망치로 머리를 세 개 두드려 맞은 듯 ‘아차’ 싶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
‘난 아마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갖고 있을지 모른다.’
나와 내 아이를 살리기 위해선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내 안의 상처 들여다보기’
그때까지만 해도 11살 때 있었던 성추행에 대해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다.
어두운 그 방안을 들여다보면 내가 너무 상처 받을 것 같아 무서웠다.
삽 십 년 넘게 마음속 싶은 곳에 던져놓았던 상처를 들추는 일이었다.
용기가 필요했다.
어느 날 대 낮, 아이를 재운 후 거실에 ‘휴~’ 긴 호흡으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머릿속으로 아주 구체적으로 그려나갔다.
그때의 방 구조, 밤의 색채, 그의 끈적한 살 느낌, 땀에 젖은 축축한 손
정말 하나하나 열거하듯이 사건의 단서를 찾아내듯 그렸다.
눈물이 흐르고 몸이 떨렸다. 하염없이
열한살 꼬마는 너무 애처롭고 가엾다.
그리곤 결론을 냈다.
그래 아주 비관적이지 않다.
나와 내 아기의 운명을 결정지을만한 큰일이 아니다.
내가 이겨낼 수 있는 사건일 수 있다. 그래 너무 겁먹지 말자..
난 피해자고 그 일을 용서하고 이해할 순 없지만 객관 해 보자.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더 이상 나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피해사실을 알리기 시작했다.
처벌을 바라고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나와 내 가족을 살리기 위한 일이었다.
이 경험을 한 후 자살충동은 현저히 줄었다.
내 상처를 ‘객관화’ 한 후, ‘희망’,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
나의 이런 방법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
나의 경우 이런 과정을 통해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우울감을 희석시킬 수 있는 힌트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