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하지 못했다.
과거 성질이 고약한 또라이 선배 하나 때문에 힘들어했을 때.
다른 선배분께서 내게 말씀하신 것이 있다.
날 위로해주려고 하신 그 말이, 당시엔 어찌나 고맙던지.
버티면 괜찮아 질 거라고.
나도 기왕 힘들게 들어온 이 회사, 여기서 최초 여자 국장까지 해 먹고 그만둘 거라고.
그렇게 독하게 마음먹고 또 다짐했었다.
그 결과 10년 이상 버티고 사표를 냈다.
결국 난 강하지 못했다.
사직서를 냈으니까.
직장 생활은 선배의 말처럼 버티니까 괜찮아지더라.
그 지옥 같던 회사생활도 힘든 건 한때뿐. 견디고 견디다 보면 그럭저럭 다닐 만해진다.
그런데 그렇게 참고 또 참으니까.
결국 몸 어딘가가 아프다며 드러누웠다.
이제 나는 밀가루를 먹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렸다.
그 좋아하는 라면만 먹어도 탈이 나 화장실에서 온종일 살아야만 한다.
제기랄.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빨래”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뮤지컬 빨래, 아프고 눈물 나는 사람 가사처럼.
직장 생활 중 힘들어도 달리 기댈 곳이 없어서 참았다. 참다 보니 나도 꿈이 있던 사람이란 사실을 잊었다.
그리고 애당초 이 회사에 입사하며 마음먹었던 내 꿈은, 퇴색되어 바람 속 흩날리는 먼지처럼 사라져 버렸다.
계속 버티다가 운이 좋으면 국장도 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 가는 길이, 내 눈엔 더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건강에 어디 한군데 이상이 있지만 약을 먹고 버티는 선배들처럼.
저 모습이 내 미래가 될 거라고 생각하니 암울해졌다.
직장에서는 내내 웃지도 않고 언제 시간이 가나 버티다가.
집에 와서 쉬는 시간을 포기하고 글을 쓸 때야 초롱초롱해지는 내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내가 살려면 뭐 하나는 포기해야겠구나 싶었다.
그래. 나는 강하지 못해 사표를 냈다.
조금만 무리해도 탈이 나는 이 비루한 몸뚱어리로.
그래도 다른 하고 싶은 일을 찾았잖아.
없어졌던 꿈이 다시 생겼잖아.
어쩌면 그만두고 후회하겠지.
꼬박꼬박 나오던 월급의 따뜻함이 그리워지겠지.
그래도 10년 이상 일을 한 덕에,
아끼면서 살면 2년 이상은 글에만 집중할 수 있잖아.
그것만으로도 어디야.
오늘의 좋은 소식!
작년에 쓴 글이
리디북스 프로모션에 합격했다.
작가 카페에 검색해보니 최하위 프로모션으로, 런칭하면 틀림없이 후회할 거라고 하던데.
그래도 신인 주제에 유연 기회가 생긴 게 어디야.
나는 이렇게 오늘도 한 발자국 나아간 걸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