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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스포인트 Jul 21. 2022

직장에선 버티는 놈이 강한 거랬는데.

나는 강하지 못했다.

과거 성질이 고약한 또라이 선배 하나 때문에 힘들어했을 때.

다른 선배분께서 내게 말씀하신 것이 있다.


“00아. 버티는 놈이 이기는 거야. 그게 강한 놈이야. 나 예전에 엄청나게 괴롭히고 못살게 굴던 놈들? 지금 다 나갔어. 결국 직장은 버티면 너 괴롭히는 놈들 싹 다 나가게 되어 있어.”


날 위로해주려고 하신 그 말이, 당시엔 어찌나 고맙던지.


버티면 괜찮아 질 거라고.

나도 기왕 힘들게 들어온 이 회사, 여기서 최초 여자 국장까지 해 먹고 그만둘 거라고.


그렇게 독하게 마음먹고 또 다짐했었다.

그 결과 10년 이상 버티고 사표를 냈다.


결국 난 강하지 못했다.

사직서를 냈으니까.


직장 생활은 선배의 말처럼 버티니까 괜찮아지더라.

그 지옥 같던 회사생활도 힘든 건 한때뿐. 견디고 견디다 보면 그럭저럭 다닐 만해진다.


그런데 그렇게 참고 또 참으니까.

결국 몸 어딘가가 아프다며 드러누웠다.

이제 나는 밀가루를 먹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렸다.

그 좋아하는 라면만 먹어도 탈이 나 화장실에서 온종일 살아야만 한다.

제기랄.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빨래”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 참아요, 참다 보면 사람들은 잊어요.

우리도 사람이란 사실을

우리도 때리면 아프고 슬프면 눈물 나는 사람인데. ]


뮤지컬 빨래, 아프고 눈물 나는 사람 가사처럼.


직장 생활 중 힘들어도 달리 기댈 곳이 없어서 참았다. 참다 보니 나도 꿈이 있던 사람이란 사실을 잊었다.     

그리고 애당초 이 회사에 입사하며 마음먹었던 내 꿈은, 퇴색되어 바람 속 흩날리는 먼지처럼 사라져 버렸다.


계속 버티다가 운이 좋으면 국장도 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 가는 길이, 내 눈엔 더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건강에 어디 한군데 이상이 있지만 약을 먹고 버티는 선배들처럼.

저 모습이 내 미래가 될 거라고 생각하니 암울해졌다.


직장에서는 내내 웃지도 않고 언제 시간이 가나 버티다가.

집에 와서 쉬는 시간을 포기하고 글을 쓸 때야 초롱초롱해지는 내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내가 살려면 뭐 하나는 포기해야겠구나 싶었다.


그래. 나는 강하지 못해 사표를 냈다.


그런데 그게 뭐?


조금만 무리해도 탈이 나는 이 비루한 몸뚱어리로.

그래도 다른 하고 싶은 일을 찾았잖아.

없어졌던 꿈이 다시 생겼잖아.

그럼 된 거 아냐?


어쩌면 그만두고 후회하겠지.

꼬박꼬박 나오던 월급의 따뜻함이 그리워지겠지.

그래도 10년 이상 일을 한 덕에,

아끼면서 살면 2년 이상은 글에만 집중할 수 있잖아.

그것만으로도 어디야.



오늘의 좋은 소식!

작년에 쓴 글이

리디북스 프로모션에 합격했다.

작가 카페에 검색해보니 최하위 프로모션으로, 런칭하면 틀림없이 후회할 거라고 하던데.


그래도 신인 주제에 유연 기회가 생긴 게 어디야.

나는 이렇게 오늘도 한 발자국 나아간 걸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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