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울화병이 나을 것 같은 예감

by 채수아

내가 다니는 한의원 원장님은 30대의 젊은 분이시다. 이분이 새로 오시기 전의 원장님은 10여 년 이상을 우리 가족 주치의로 계셨을 정도로 각별했다. 예전 원장님은 내 삶의 거의 모든 것을 아셨고, 시어머님이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이실 때는 내 아픈 마음까지 달래주셨고, 떠나시는 어머님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안내해 주셨다. 내 시집살이의 고통도 이해하셨고, 어머님의 가여운 삶도 이해하셨으며, 두 사람이 서로 애틋하게 사랑하는 모습도 응원해 주셨다. 내 인생에 잊을 수 없는 특별한 분이셨기에, 그분이 한의원을 떠나신 후에는 어머님을 떠나보낸 후처럼 매우 슬프고 막막했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새로 오신 분도 그런 분이셨다. 내 할 말을 다 들어주셨고, 아픈 삶과 아픈 마음을 안쓰럽게 바라봐 주시며, 늘 희망을 말씀하셨다.


"점점 좋아지고 계세요. 먹구름이 많이 거치고 있어요. 한 달 뒤엔 더 건강해지실 거고, 두 달 뒤엔 더더 건강해지실 거예요. 전 자신 있습니다."


몸이 다운되어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긴 슬럼프에 자주 빠졌던 내게, 원장님은 구름과 태양을 예를 들면서 용기를 주셨다. 원장님은 나를 좋은 사람, 귀한 사람이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고, 스스로를 많이 사랑해 주라고 하셨다.


가라앉았던 내 맥 상태가 조금씩 살아났고, 가끔 찾아와 나를 괴롭히는 울화병 증세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내 머릿속을 스쳐가는 게 있었다. 내 고통과 울화를 가장 잘 알고 계시는 원장님을 내 남편이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자기애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을 분이라 여겨지니, 남편은 만남을 거부했다. 난 담담히 말했다. 현재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게 울화병이고, 그걸 가장 잘 알고 계시는 분이시니, 내 치료에 큰 도움이 될 텐데, 그걸 싫다고 하니 매우 섭섭하고 서글프다고. 잠시 침묵하던 남편은 알았다고 했고, 우리 두 사람은 함께 한의원을 찾아갔다. 내가 먼저 들어가 남편이 왔다고 말씀드리는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나는 짧게 상담을 했고, 뒤이어 남편이 들어가 20분 정도 상담을 하고 나왔다. 남편을 기다리는 동안, 울컥 눈물이 쏟아지려는 걸 참고 또 참았다.


원장실을 나온 남편에게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난 묻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람의 눈빛에서, 우리 차로 걸어가면서 우산을 들고 내 어깨를 꼭 감싸는 손길에서 난 느낄 수 있었다. 내 울화병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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