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수아 Jan 02. 2024

새해 추천 시 / 寓話(우화)의 江  / 마종기

● 새해 추천 시


저는 이 시를 읽으면 왜 눈물이 나는 걸까요? 시인들은 참 아름다운 분들입니다. 고마운 분들입니다.


寓話(우화)의 江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이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 우화(寓話) ; 다른 사물에 비겨 의견이나 교훈을 은연중에 나타낸 이야기  (예) 이솝 우화


이전 22화 새해 첫날 추천 시 / 선물 / 나태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