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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모 Oct 18. 2020

하시은 동아리, 하이링구, 하얼빈


 최근 들어 가장 예상치 못한   하나는 동아리를 만든 것이다. 졸업 전까지 하고 싶은  실컷 해보겠다는 일념으로  이름을  ‘하시은 동아리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모두의 동아리라는 이름이  맞다. 주위의 친구들을 모아 매주 모임을 하며 우리는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기 시작했다. 책을  읽지 않던 재호는 읽고 싶은 책을 골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토론을 했다. 졸업을 앞둔 소희는 처음으로 농구 게임의 재미를 알았고 나는 11 지기인 지수를 데리고 대학 친구와 함께 산을 올랐다. 내가 응원 하는 소연이는 항상  응원하는 지원이를 처음 만난  자신이 그린 그림을 선물했다. 영화를 전공하는 용석 오빠는 우리에게 추천하고픈 단편 영화  편을 골랐다. 그리고 나의 언니 다원은 언젠가 함께 30km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오이도를 가고 싶다 했다.


 우리는 따로 회식을 하거나 술자리를 만들려 하진 않았지만 약속한 듯이 모임이 끝나면 밥을 먹으러 갔다. 그리고 꼭 술을 곁들였다. 가장 자주 간 곳은 ‘정성’이라는 이름의 중화 식당이었다. 이곳에 가서 하이링구 덮밥을 먹고 하얼빈 맥주를 마셨다. 가끔은 고량주를 마셨고 또 종종 소주를 마셨다. 처음 하이링구를 알게 된 건 채식을 하는 친구 때문이었다. 고기 요리를 피해 메뉴판을 훑다가 예사롭지 않은 이름의 하이링구를 발견하고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날 우리의 도전은 가히 성공적이었다.


하이링구는 심해에 사는 커다란 오징어나 문어의 빨판이다. 모양이 버섯같이 생겼다 해서 ‘바다의 버섯’이라 불리기도 한다. 매콤하고 얼얼한 맛의 사천요리인 하이링구 볶음에서 주인공을 담당한다. 탱글탱글하고 오독오독한 식감으로 잘 자란 옥수수 알갱이를 씹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고추기름에 피망, 고추, 양파, 당근과 함께  볶아져 나오는데, 아직 아삭함이 살아있는 각종 야채와 함께 씹는 재미가 있다. 청양고추가 잔뜩 들어간 하이링구 덮밥은 눈물 나게 매운맛을 자랑한다. 식사로도 좋지만, 술안주로 제격이다. 정성식당을 자주 간 이유는 요리도 맛있었지만 모든 술이 ‘한 병에 하나 더!’이기 때문이었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 하얼빈 맥주는 은은한 소맥의 맛이 난다. 청량하고 시원한 맛과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잘 어우러진다. 간이 센 중화요리의 뒷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는 향이다. 고민 할 것 없이 하얼빈을 한 병 더 시켜 하이링구와 함께 먹는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결국 사람들과 함께하면 더 즐겁다는 것, 친구들이 있어 실현할 수 있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하시은 동아리는 모두의 동아리가 되었다. 자취를 하게 되면 냉동 하이링구를 한 봉지 사서 마라 소스에 양파와 함께 볶아 낸 다음 고수를 올리고 친구들에게 대접하고 싶다. 값싼 고량주를 홀짝이거나 하얼빈을 한 손에 한 병씩 쥐고 마시며 동아리의 미래를 생각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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