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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구름 Jun 26. 2024

아빠가 아침으로 삶은 감자와 계란을 먹으라고 했다.

6월 3일 식단&운동&체중 변화

◉ 확실하게 빠지고 오래 유지하는 루틴 다이어트

6월 첫째 주(6월 1~6월 8체중 변화:

67.3kg ---> 66.9kg (0.4kg 감량)     

다이어트 시작부터 체중 변화(5월 2~6월 8):

69.5kg----> 66.9kg (2.6kg 감량)

※ 6월 30일까지 감량 목표: -3.2kg(순항중!)      


    




◩ 6월 3일 월요일      


아침

삶은 계란

삶은 감자

우유+요거트


점심밥과 반찬(콩자반 등)

*콩자반고추장아찌 무침오이부추김치


간식락토핏


저녁(18시 이후): 

안 먹음   



삶은 계란, 삶은 감자, 우유+요거트


콩자반, 고추장아찌 무침, 김, 오이부추김치





   

운동 1.. 도보 30

운동 2.. 스트레칭      






아침 공복 체중.. 67.8kg      





◉ 아빠가 아침으로 삶은 감자와 계란을 먹으라고 했다    

 

삶은 계란과 삶은 감자와 우유+요거트로 모처럼 다이어터스러운 아침을 먹었다. 이것은 완벽에 가까운 루틴 형 인간인 아빠가 수년째 아침으로 드시는 식단이다. 아빠는 몇 년째 아침으로 삶은 감자 두세 개와 삶은 계란 두세 개를 두유에 말아 드시는데(아빠의 양은 내가 먹는 양보다 많다) 내가 친정에 갈 때마다 아침으로 나도 이렇게 먹길 권하신다. 이렇게 먹으니까 몸이 가볍고, 하루가 든든하다고, 이것은 최고의 건강식이라고 극찬을 하시며 하도 권하시길래 나도 가끔 아빠 따라, 권하는 사람의 성의를 봐서 아침으로 삶은 감자와 삶은 계란을 먹는다. 


아빠 말대로 몸이 좋아지는 기분이 들기는 한다. 매일 아침 이렇게 먹으면 기초체력  짱짱하고 다부진 근육을 가진 체육형 인간이 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내 입맛엔 맛은 그다지. 무엇보다 케이와 금비와 효자 아들 중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인기 없는 맛. 케이와 금비와 효자 아들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좋아하면 그래도 좀 자주 먹으려고 시도할 텐데 식구들 중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맛이 없기 때문. 


몸에 좋을 거라는 건 다들 인정하면서도 맛도 없는 걸 건강 생각하면서, 약이라고 생각하면서 먹지는 못하는 한참 애송이 입맛이다 보니 삶은 감자와 삶은 계란을 꾸역꾸역 삼킬 때마다 이걸 수년째 드시는 루틴 형 인간 아빠가 그저 존경스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원래 우리 집은 밥과 반찬으로 이루어진 전통적이면서 보통의 ‘한국인의 아침 밥상’을 먹었다. 시금치나물, 콩나물, 고사리나물, 버섯볶음, 취나물, 고구마 순, 머위 볶음과 같은 제철 나물을 비롯해 멸치볶음, 꼴뚜기 볶음, 진미채볶음, 콩자반, 계란말이, 명란젓, 낙지젓, 오징어젓갈 같은 밑반찬이 매일 매끼 다르게 올라왔다. 그럴 만한 것이 아빠는 같은 반찬을 두 끼 이상 드시지 않는 미식가였던 것이다. 


엄마는 매일 아침마다 아빠를 위해 소고기뭇국, 된장국, 김치찌개, 계란 국, 미역국, 오이냉국, 미역 냉국 등 다른 종류의 국을 끓였다. 바닷가가 고향인 엄마는 바닷가가 고향인 아빠를 위해 매일 아침 조기, 갈치. 볼락, 임연수 같은 생선도 구웠다. 봄동 무침, 배추김치, 열무김치, 깍두기, 오이소박이, 총각무, 동치미, 나박김치와 같이 철마다 다른 김치가 봄 김치, 여름 김치, 가을 김장 김치, 겨울 김치 순으로 밥상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종종 조용히 집중하며 밀전병을 구워 구절판을 만들어 주시던 엄마의 밥상은 나와는 한참 다르게 부지런하고 바지런하고 정성이 가득한 모성이자 성실하게 역할을 수행하는 믿음직한 사람의 밥상이었다. 


언젠가 “밥 차리는 거 안 지겨워?” 하고 아침 먹고 돌아서서 점심 준비하는 엄마에게 물었더니 “뭐가 지겨워? 이게 내 일인데!” 하고 뜻밖에 엄마는 웃는 얼굴로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너무 지겹지, 아주 지겨워 죽겠다, 야.라고 대답할 거라고 짐작했던 나는 엄마가 귀여운 표정을 짓고선 귀여운 말투로 시원시원하고 담백하게 대답하는 것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지겨워 마지못해 하는 지긋지긋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식사 준비하는 것을 일거리라고 생각했던 나의 착각이었던 것이다. 엄마는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알고 있었고 엄마가 하는 일의 가치를 모르고 있던 것은 나였다. 


아빠는 몇 년 전 우연히 티브이에서 삶은 계란과 삶은 감자로 아침을 드시는 장수 노인을 보게 된다. 그날 이후 아빠는 당장 아침 식사를 바꾸셨다. 아빠에게 루틴이란 애쓸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마음을 먹으면 바로 실행할 수 있는 타고난 루틴 형 인간인 아빠는 그날부터 아침은 이거면 충분하니 더는 자신의 아침은 신경 쓰지 말라고 엄마를 아침밥에서 해방시켜버리셨다. 아빠는 자신이 드실 사나흘분의 계란을 직접 삶고 감자도 직접 삶아 냉장고에 넣어 두고 드신다. 


두 해 전쯤 더 이상 운전을 하지 않겠다며 훌쩍 자동차를 처분하신 아빠는 삶에서 소소하게 누렸던 것들을 한 가지씩 놓아주고 있다. 아빠가 자동차를 팔았다고 하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빠의 발이 묶여버린 것 같아 가슴이 철렁한 것도, 아빠가 삶은 감자와 삶은 계란으로 직접 아침을 해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한식 파인 아빠와 엄마를 동시에 떠올리며 안타까워한 것은 나였다. 


아빠가 무언가를 놓아줄 때마다 나는 아빠의 젊은 날이 떠올라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린다. 부모의 노쇠함을 지켜보는 것, 부모의 아까운 청춘이 매일 조금씩 희미해지는 것을 보면 삶은 감자와 삶은 계란을 꾸역꾸역 삼키는 것처럼 목이 멘다. 아빠도 나도 엄마도 우리 모두 길어 봐야 십몇 년 안에 있을 헤어짐을 모른척하며, 어른스럽게 아무렇지 않은 척 이별의 과정을 견디고 있다. 할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무기력함을 받아들이는 것뿐임을 인정하는 것뿐이다.  


삶은 감자와 삶은 계란을 우유에 말아 먹고 있으면 백발이 된 오늘의 연로한 아빠보다 어째서인지 이 세상의 지붕 같았던 까만 머리의 아빠가 자꾸 아른거려 어금니를 깨물며 참아야 하는 눈시울이 붉어진다. 불현듯 어쩌면 이 맛없는 걸 몇 년째 드시는 건 배려였는지도 모르겠다고, 아무 맛도 없는 삶은 감자와 삶은 계란을 떠먹으며 생각했다. 이 맛없는 걸 먹다니, 역시 존경스러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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