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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진곤 Aug 27. 2024

일은 해결됐지만 회사 동료가 싫어졌다면


3년 전, 정리 학원의 운영을 맡을 때였습니다. 대표님은 업계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였고 유튜브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저희 집을요. 채널의 지속적인 콘텐츠 제작과 회사 복지 차원에서 유료 서비스인 정리수납을 무료로 제공해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정리 전 제가 살던 자취방입니다. 저에게 로망이 하나 있었습니다. 자연스러운 집.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집이 아니라 진짜 풀, 나무, 하늘의 '자연'스러운 집을 만드는 것이었죠. 그래서 꾸몄던 자취방의 가구들과 패브릭입니다.




16만 원에 배송비 2만 원이 추가로 들어간 조화나무와 파란 하늘의 커튼, 푸른 바다를 떠올리기 위한 침구류까지 배치하여 마치 광활한 자연 속에 있는 듯한... 그렇게 살고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난잡한 1인 자취생의 방이었죠. 그런 집을 무료로 정리해 주시기 위해서 대표님과 직원들이 오셔서 정리를 해주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원인은 바로 나무였는데요. 저희 정리 학원에는 철칙이 하나 있는데 '고객이 원하는 물건은 버리지 않는다'였습니다. 그것이 정말 구린 쓰레기일지라도 말이죠. 분명 정리할 때는 설득해서 버렸는데 막상 그 물건을 찾는 고객들이 많았습니다. 그럼 업체를 탓하기도 하고 속상해하시기도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 고객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몇십 년을 함께 한 물건인데 정이 가는 건 당연하죠. 우리는 그 추억과 감정을 모르기에 고객이 고민하는 물건을 최대한 버리지 않고 스스로 버리는 물건만 정리하고 처분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나무는 소중했습니다. 첫 자취를 시작하면 다른 가전과 가구는 전부 중고로 사거나 나눔 받은 물건들이었고, 나무만이 유일하게 18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구입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표님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조화나무는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무엇보다 먼지도 하나하나 닦아주기 않으면 제 건강에 안 좋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렇게 아쉽지만 버리는 것에 동의할 때쯤 사건이 발생합니다.



A: "고객이 버리기 싫어하는데 버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B: "그래도 대표님이 버리시겠다는데 버리는 게 맞지"

A: "나무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B: "아무리 살려도 영상에 예쁘게 담길 수가 없어"



현장에 참여했던 직원들의 의견이 둘로 나눠졌습니다. '운영 철학을 지켜야 한다'와 '버리는 게 더 낫다'의 의견이었습니다. 두 의견을 점점 더 갈등으로 번졌습니다. 사실 일반적인 고객 집이었다면 당연히 버리지 않았거나 설득을 할 상황이지만 저의 경우에는 조금 특수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제가 원해서 무료로 진행해 주는 복지 차원이며 유튜브 촬영이라는 목적도 있었기 때문이죠. 이처럼 우리는 회사에서 의견 차이로 자주 부딪히게 됩니다. 유지하고 지키려는 자와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려는 자.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이야기하지만 회사에서 공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죠. 앞서 말씀드린 상황에서 대표님께서 이렇게 매듭지었습니다.

"A의 입장처럼 (진곤) 팀장님을 공감하는 마음이 정말 좋네요.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해봅시다. (진곤) 팀장님도 혹시 꼭 나무를 두고 싶은지 한번 생각해봐 줘요. 혹시 버린다고 하면 제가 이번에 나온 커튼 선물로 달아줄게요^^"


B 입장이었던 대표님의 A를 존중하면서도 고객도 설득하는 모습은 분명 상대를 이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나무는 감사한 마음으로 버렸습니다. 그리고 저희 집엔 80만 원짜리 커튼이 달렸죠. (대표님 감사합니다) 만약 이해가 없는 대화가 반복되었다면 저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옳고 그른 것을 떠나서,

어떤 결정이 되느냐와 상관없이,

앞으로 같이 일하고 싶지 않아 질 겁니다.



A는 '쟤는 너무 줏대가 없고 철학이 없어'라고 생각하겠고

B는 '쟤는 너무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어'라고 생각하겠죠.

한 번의 의견 차이로 둘 다 '쟤랑 같이 일하기 싫다'는 결론을 내릴 겁니다. 다음 프로젝트부터는 같이 하기도 싫고, 회사 동료가 싫어지면 심한 경우에는 파가 나뉘고, 퇴사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될 겁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큰 손실이죠.



'Understand(이해)'라는 말은 'Under'에 가서 'Stand'하게 상대를 본다는 말입니다. 상대의 시선으로,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죠.




'아~ 저 사람이 저런 의도로 저렇게 말했구나'

'아~ 팀장님이 그런 생각으로 말한 거겠구나'

라고 생각한다면 대화의 패턴과 조율과정이 달라질 겁니다. 이해를 기반으로 한 소통만 이루어진다면 관계는 물론 업무 효율까지 좋아지는 건 당연한 원리이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20대 마지막 시절을 함께 했던 자취방의 변화를 보여드리며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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