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이 있는 조직은 사람을 오래 붙잡는다
배경 : 연구용역 일을 하면서 참 많은 회사를 만났다. 어떤 회사는 입사하자마자 법인카드를 주었고, 어떤 회사는 회의실조차 없었다. 그런데 그런 회사 중 마음속에 오래 남는 회사를 떠올리면, 묘하게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 회사는 밥을 줬다.
밥이라는 건 원래 굉장히 사적인 영역이다. 무엇을 먹을지, 누구와 먹을지, 언제 먹을지 직장인에게 밥은 선택과 고민의 연속이다. 그런데 간혹 회사가 “오늘 뭐 먹을래?”라고 묻기보다 당연하다는 듯 “밥 먹으러 가자”라고 말하는 곳이 있다. 메뉴가 특별해서가 아니다. 국과 밥, 쏘쏘한 반찬 몇 개여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그 말 한마디에 담긴 조직의 태도다.
밥을 챙겨주는 회사는 직원의 기본적인 상태를 회사의 책임 일부라고 받아들이는 조직이다.
배고프지 않게, 불편하지 않게, “살면서 최소한 이 정도는 우리가 챙긴다”라고 말하는 회사는 직원을 ‘노동력’이 아니라 ‘사람’을 본다. 그게 밥 한 끼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취업사이트를 보면 ‘식대제공’이라는 문구가 얼마나 중요하게 적혀 있는지 알 수 있다. 야근식대 제공이라고 써 있는 회사도 있고, “식대 포함”이라고 적힌 회사도 있다. 그런데 경험상, ‘식대 포함’은 절대 가면 안 되는 회사다. 내가 최근까지 다녔던 어떤 회사는 밥을 사주지도 않으면서 직원의 점심시간에 간섭을 하거나, 야근을 시켜놓고 “그건 개인 능력 부족 때문”이라는 이유로 야근식대조차 안 주는 곳이었다.
이런 회사들은 대부분 직원을 부품처럼 생각한다. 기능만 있으면 되고, 감정은 필요 없으며, 회사가 밥그릇까지 챙겨줘야 하느냐며 냉대한다. 그래서 차라리 야근식대를 제공해주는 회사가 훨씬 인간적이다. 야근을 시켰으니 밥을 주겠다는 게 당연한 것 같지만 현실에서 회사가 밥을 사 주는건 절대 당연한게 아니다. 사실 회사에서 사주는 그 어떤 것도 쥐약일 수 있다.
밥을 챙겨주는 회사는 보통 이직률이 낮다. 직장인의 지출에서 교통비와 식비는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중 식비가 가장 크다. 회사가 식비를 책임지면 직원에게는 그만큼의 금전적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가 곧 회사에 대한 호감과 신뢰로 이어진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밥을 주는 회사 = 이직률 낮은 회사"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밥도 잘 사주고, 사우나도 같이 가고, 가끔 선의로 돼지고기도 사 주는데 유독 이직률이 높은 회사. 이런 곳은 십중팔구 ‘빌런’이 있다. 흔히 고인물이라고 불리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신규 직원에게 알게 모르게 폐를 끼치거나 업무를 가로막는 사람들. 밥과 복지가 좋더라도 그 한 명의 존재가 사람을 떠나게 만든다. 결국 밥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인 회사인 셈이다.
밥은 회사의 철학을 숨기지 못한다. 밥을 주는 회사는 직원을 챙기는 마음을 가진 회사고, 밥을 주지 않는 회사는 직원을 자원으로 바라보는 회사다. 그리고 밥을 챙겨주는데도 사람이 떠나는 회사는 밥보다 더 중요한 ‘사람 문제’를 안고 있는 곳이다.
회사에 무엇이 있느냐보다 ‘어떤 사람이 있느냐’가 결국 회사를 결정짓는다. 밥이든, 복지든, 조직문화든 결국 모든 건 사람이 먹고, 사람을 먹여 살리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밥을 주는 회사가 오래 남고, 사람도 오래 남는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