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계절 속에서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귀한 양식
창가로 스며든 입김
식탁엔 맛있는 생김
손에서 손으로 찢김
밥한술 얹히고 구김
밥알이 간장과 엉김
한입에 그대로 넘김
없었던 입맛이 당김
겨울철 든든한 햇김
내가 결혼하고(아내와 함께하며) 입맛이 바뀐 것 중 대표적인 2가지를 이야기하자면, 그냥 반찬으로 생양파를 먹는 것과 김을 굽지 않고 생김으로 먹는 것이다.
겨울철 이맘때면 장인어른이 자갈치 시장까지 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시며 직접 눈과 손으로 햇김을 사다주신다. 이 햇김은 정말 우리 집 식탁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밥맛이 있든, 밥맛이 없든 그냥 생김 찢어다가 참기름, 간장 듬뿍 얹혀서 먹으면 집나간 며느리를 잡아온 일등공신 가을전어도 저리가라다.
오늘 아침, 햇김을 먹다가 몇 글자 적어본다.
겨울의 한복판, 따스한 햇살이 창가로 스며들어 마치 입김처럼 포근하게 나를 감싼다. 이럴 땐 뭐니 뭐니 해도 식탁 위에 놓인 맛있는 생김이 제격! 굽지 않아도 고소한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며, "어서 나를 먹어라!"라고 외치는 듯하다.
생김을 손에 쥐고, "이거 찢어도 괜찮지?"라는 생각이 스친다. 손에서 손으로 찢김, 밥 한 술을 얹고, 김을 약간 밥을 감싸듯 구김. 그 위에 간장을 살짝 뿌리면, 그 밥알이 간장과 엉김. 이 조화는 마치 최고의 케미를 자랑하는 두 배우처럼, 입안에서 환상의 호흡을 만들어낸다. 한입에 그대로 넘김, 잊고 있었던 입맛이 당김. "이 맛이야! 겨울이 이렇게 맛있다니!"라고 감탄하며, 한 모금의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다.
겨울철 햇김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차가운 계절 속에서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귀한 양식이다.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느껴지는 고소함은, 겨울의 차가움 속에서 나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소중한 선물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