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짧고 짧게 내린 부산 첫눈[ㅊㄴ]

비록 금방 녹겠지만, 그래도 눈은 눈!

by 마음이 동하다

지역적인 특성상 이곳 부산엔 눈 구경하기가 힘들다. 쌓인 눈은 아예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흩날리는 눈이라도 올 겨울 한번 구경하지 못했다. 12월에서 1월이 넘어가고 2월이 되도록 눈 구경하기 힘들었는데 오늘 드디어 눈 소식을 들었다. SNS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지역에 쌓인 눈을 인증하며 올리는데 그저 부러움 따름이었다.

그런데 사무실 직원이 “밖에 눈 온다”며 외쳤고, 장난인 듯 아닌 듯 속는 셈 치고 밖으로 나가니 정말 제법 굵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굵기의 기준은 지역마다 체감정도가 다르겠지만, 이곳에서는 꽤나 굵어보였다. 글감에 ‘첫눈’만큼 희소성이 있는 단어가 있을까 싶어서 재빠르게 폰에 담았다.(나중에 보니 그 눈발이 담기지 못해 아쉬웠지만)


결국, 20분 뒤 그치고 햇볕이 쨍쨍한 겨울날이 이어졌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부산에 내린 첫눈.




첫눈 (1).jpg


[ㅊㄴ]

전국 눈 소식 각종 채널

부산은 어림없지 체념

기대는 접던 찰나

눈 온단 소식에 들뜬 촌놈

사진위해 폰부터 찾는

가장 걱정 많은 차내
금세 녹아내리는 촛농

그래도 기분 좋은 첫눈


전국의 눈 소식이 SNS 채널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부산은 여전히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날이었다. ‘아, 올해도 부산에는 눈 구경하기 힘들겠구나!’라는 체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며 기대를 접는 찰나, 갑자기 흥미진진한 소식이 들려왔다. “밖에 눈이 온다!”라는 외침에 부산 촌놈의 가슴은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밖으로 달려 나가야겠다는 결심이 서서, 그는 급히 스마트폰부터 찾는 나를 발견했다. 눈이 내리는 순간을 담기 위해서는 사진이 필수니까! 하지만 그 순간, 머릿속에는 도로 위의 차들이 떠올랐다. “아 퇴근할 때 눈 쌓이면 큰일인데!”라는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 운전자들은 차내에서 긴장한 표정으로 눈길을 조심스럽게 달릴 것이고, 그 모습이 마치 겨울의 한 장면처럼 떠오른다.


눈이 쌓이기도 전에 금세 녹아내리고, 그저 촛농처럼 사라질 것이란 사실이 슬프긴 하지만, 그래도 그 순간이 얼마나 특별한지! 부산의 하늘에서 내리는 첫눈은 마치 꿈처럼 반짝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비록 금방 녹겠지만, 그래도 눈은 눈!”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첫눈 (2).jpg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1화겨울날의 [흐림]과 따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