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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詩

by 숲song 꽃song


최근 본 영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한 말이 생각납니다. '조선이라는 나라는 수백 년 간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 온 나라지만 저 나라 백성들이 제일 골칫거리야.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단 말이지'
'조선의 어리석은 왕과 양반은 별로 무섭지 않은데 저잣거리 길거리 민초들이 나를 보는 눈은 섬뜩하고 서늘해.'

그 말들 위에 안중근 의사의 독백이 겹쳐 오래 마음에 머뭅니다.
'어둠은 짙어오고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어올 것이다. 불을 밝혀야 한다.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는 불을 들고 함께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 ~~ 그렇게 해서 기어이 앞에 나가고, 뒤에 나가고, 급히 나가고, 더디 나가고, 미리 준비하고 뒷일을 준비하면 모든 일을 이룰 것이다'

민초를 두려워하지 않는 어리석은 왕과 그 졸개들 때문에 웃을 일 없는 나날입니다. 잠시 한번 웃고 힘내보시자고 오래전, 딸아이(초3)가 끄적거린 詩 한편 띄웁니다.



딸아이가 일기장에 시 한 편을 써 놓고 정말 예술적인 시라고 자화자찬하며 읽어 준 詩


너무 어른 흉내 낸 것 같다고,

생활에서 우러난 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해주었는데도 제 딴에는 근사해 보였는지 기분 좋아하던 詩


다음날 읽기 시간,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읽어 주시며 OO 이는 꼬마 시인이라고 칭찬해 주셨다는


그 시를 듣고, 친구하나가 엄청 감동받았다며 답례로

100원을 주었다는 詩


다음날엔 시 한 편을 써가지고 와서 딸에게 봐달라고 부탁까지 했다는 詩


딸아이가 기침을 하자, 그다음 날엔 배즙을 선물했다는 詩



『 가을이여! 』
팔랑팔랑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여!
그대는 내 마음을 알아주리라
푸른 하늘 맑게 물든 가을이여!
그대는 지난날의 서러움과 고통을 알아주리라
오! 가을이여
나의 괴로움을 씻어 주오.


무언가 끄적이고 싶어 흉내 낸 모습이 우스워, 빙긋이 웃음이 나는 詩


대단한 詩!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사진출처 : 픽사베이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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