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컬쳐커넥터 김도희 Nov 29. 2023

회사 경력과 사회생활 능력은 비례할까?

회사 밖에서 마주한 정글 세계 생존법

퇴사 N주 차의 회고를 나눕니다. 이 한 편의 글을 통해 퇴사를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퇴사한 분들과 연결되어 각자가 퇴사 후 일상을 운용하는 방법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라떼는 말이야~


'회사 생활을 많이 안 해봐서 사회생활을 잘 모르는가 본데...'

첫 직장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수는 나를 회의실로 불러 앉혀두고, 사회생활을 잘 모른다며 꾸지람다.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내가 사회생활을 잘 못하는지, 어떤 실수를 했는지 가르쳐주기보다 그저 내 이력만으로 나를 깎아내렸다. 서른한 살 신입사원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데다, 전 직장에서는 프리랜서나 인턴 등의 경험뿐인 내 경력이 그녀의 눈에 변변치 않게 보일 수 있겠거니 싶어  그러려니 했다. 사실 마음의 상처는 크지 않았다. 다만 기분이 나빴다.

'회사 생활을 해야만 사회생활을 하는 건 아닌데...'

앞으로 실수하거나 잘 못하는 게 있으면 편히 피드백을 달라고 말씀드리고 회의실을 나왔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피드백이야말로 성장을 하는 밑거름이 되니까.


첫 사수의 꾸지람에 기분이 나빴던 건, 그녀가 오히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직장을 다녀야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닐뿐더러, 비록 회사 경력은 짧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현업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협업하며 사회성을 개발하고 네트워크를 쌓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직장이 나의 직업을 더 이상 보호해주지 않고, 회사 밖에서도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시대에, 우리가 맺는 사회적 관계는 직장에서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요, 국한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곱 사람만 건너면 지구상에서 모든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원한다면 전 세계 곳곳에 내가 관심 있는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세상에, 사회성과 네트워크는 회사 안에서만 배우고 쌓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회사에만 기대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회사 밖 생존력 키우기

오늘로써 딱 퇴사 2주 차다! 퇴사 1주 차에는 명함을 만들었고 관심 가는 다양한 행사에 찾아가 나의 업을 스스로 정의해 보고, 회사 - 집을 반복하던 내 일상에 변주를 주었다. 특별한 목적이 있어 참여한 행사도 있고, 우연히 초대받아 친구 따라 간 적도 있다. 어떤 행사는 괜히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행사도 있었고, 어떤 행사는 우연히 갔다가 정말 신기한 인연을 발견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미국에 계신 친한 교수님의 제자를 두 번이나 각기 다른 행사에서 만난다거나...

일때문에 참석했던 행사에서 인연을 만났다

또 어떤 행사에서는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높은 직책의 실무자나 의사 결정자와 만나 나를 소개하고 명함을 교환하기도 했다. 이 명함을 한 번 교환한다고 해서 내게 당장 일이 주어지거나 엄청난 혜택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직접 눈도장을 한 번 찍고, 링크드인 1촌을 신청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이런 느슨한 연대가 있으면 추후 나나 상대가 필요한 일이 생기거나, 상대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조금이라도 더 쉽게 인사를 건네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퇴사 2주 차, 아직 번듯한 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회사 밖에서 살아남기란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신 그 누구도 나를 챙겨주는 사람이 없기에 스스로 나를 잘 보살피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녀야 한다. 행사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고, 비즈니스 세계에서든 삶에서든 우리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존재다. 그리고 누구나 회사에 소속이 되어 있든, 소속이 안 되어 있든 각자가 전문적으로 하는 일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회사의 누구누구라고 나를 소개하며 명함을 내밀겠지만, 적을 둔 곳이 없다 해도 주눅 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사실 조오금 주눅이 들긴 하지만..ㅎ)


출처: https://youtu.be/P_dfFU8ePYA?si=q_EzsKF-zZAPd2JI

어떤 어떤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찾거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니까. 직장이 나를 규정하는 시대가 아니라, 내가 해나가는 일이 나를 규정하는 시대다. 데이터로 미래를 읽는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은, 미래엔 누구나 자기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것이 그가 예보하는 핵 개인의 시대다. 때문에 '회사 생활을 많이 안 해봐서 사회생활은 잘 모르나 본데~'라고 했던 사수의 말은 틀렸다.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무려 10년 전에 쓴 그의 저서 '파는 것이 인간이다'라는 책에서 말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일상의 40% 정도의 시간을 내 생각과, 나의 역량 등 무언가를 팔고 있다고. 그리고 결국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성과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네트워킹이 중요한 이유다. 어떤 목적에서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은 회사 밖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가장 최적의 환경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직업이나 속한 회사도 없이 나를 소개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는 나를 적극적으로 팔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다 보면, 시장에서 원하는 게 무엇이고 내가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조금은 보인다. 나도 그것을 찾는 과정에 있지만.


회사에 다니지 않는다고, 주눅 들지 말자. 대신 여러 기회를 살펴보고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적극적으로 탐방하자.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위축되지 않고 내 세계를 넓혀가는 일만이 우리가 지속가능하게 생존할 수 있는 길이라 나는 믿는다..!




이전 03화 퇴사 직후 눈 뜨자마자 한 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