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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Nov 22. 2023

퇴사 직후 눈 뜨자마자 한 일

나만의 일을 만들기 위한 생존 노트

퇴사 1주 차의 회고를 나눕니다. 이 한 편의 글을 통해 퇴사를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퇴사한 분들과 연결되어 각자가 퇴사 후 일상을 운용하는 방법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회사 밖 정체성 찾기


퇴사를 하자마자 다음날 한 일은 바로 명함 만들기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명함을 만들었다. 그날 오후 한 네트워킹 이벤트에 초대를 받았는데, 회사 속 직함을 벗어던지고 나왔기에 회사 밖에서 오롯이 나로서 사람들을 만날 때 소개할 수단이 필요했다. 퇴사를 하는 날 전 직장의 명함은 모두 파쇄기에 넣고 왔다. 큰 명함 케이스 두 통을 가득 채웠던 명함에는 내 이름 석자와 회사 이메일, 그리고 나의 직무가 정직한 고딕체로 적혀 있었다. 파쇄기에 명함이 갈리면서 회사원으로서의 내 정체성은 모두 휘발되었다.

디자인을 할 줄 아는 것도, 디자인을 의뢰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킨코스에서 제공하는 템플릿으로 2시간 만에 제작했다. 가로 9cm, 세로 5cm밖에 안 되는 작은 직사각형 속에 들어가는 내용은 고작 내 이름, 직업, 이메일과 전화번호뿐이었다. 그런데, '직업 칸'을 채우는 데 어찌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새하얀 직사각형 백지 위에서 깜빡 거리는 마우스 커서만 보며 한 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회사를 벗어나니 나에게 어떤 타이틀을 주는 사람도 없었고, 회사에서 주어지는 직함이 아닌 오롯이 내 이름을 건 명함을 만들다 보니, 나를 어떤 사람으로 표현해야 할지 많이 고민이 되었다. 한참을 골똘히 고민하다가 Freelance Writer & Content Creator (프리랜서 작가 & 콘텐츠 크리에이터)라고 나의 직업을 우선 정의하기로 했다.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일이 좋아하는 일은 맞지만, 내가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것도 아니고, 팔로워가 몇 천 명에서 몇 만 명에 이르는 인플루언서도 아니기에 괜히 '작가'와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단어 앞에 한없이 작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적극적으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밖 생존을 위해 자기 홍보는 필수인 데다, 스스로 내가 창조한 직업에 맞는 프로페셔널한 프로가 되고 싶은 마음이었다. 회사에 있을 때는 비겁하게 명함 뒤에 숨었는데, 내 커리어를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위기감과 절실함이 나의 작은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처럼 내가 나를 정의하는 단어가 나를 만든다.


퇴사 1주 차 여전히 나는 어떤 일을 잘하고, 좋아하는 사람인지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명함 위 내 이름 석자와 함께 적은 '프리랜서 작가 &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내가 삶에서 지향하는 가치를 오롯이 담아내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충분하다. 퇴사 밖 1.0 나 버전이랄까? 퇴사하고 나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완벽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데이터로 사람의 마음을 읽는 '마인드 커넥터'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송길영' 부사장은 핵개인의 시대, 직업이 우리 수명보다 짧은 미래에는 내가 하는 일을 '한 단어'로 우선 정의 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최후의 한 단어를 정하기 위해서는 본진으로 어떤 걸 깊게 팔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인간의 시간과 에너지는 제한적이기에, 여러 개에 신경을 쏟는 순간 자연스레 우리의 에너지는 흩어지고 각 분야에 대한 깊이는 얕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좋아하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당위성이 아닌 내가 진정으로 즐기는 일을 찾는 것. 마음에서 우러나온 일이 아닌, 성취를 위한 동기(방법)를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할 때 좋아하지? 방향을 생각하고 나아가야 한다.

(*인터뷰 유튜브 링크 바로가기)


EO 채널, 송길영 인터뷰 캡쳐


낯선 환경에 나를 던지기


개인적으로 이 한 단어를 찾기 위해 한 두 번째 일은 바로, 다양한 비즈니스 환경 - 특히 내가 관심 있는 산업 네트워크에 나를 노출시키는 것이다. 출근을 할 필요가 없어지니, 자칫하면 내 생활 반경이 집 - 카페 정도로 제한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일부러 관심있는 이벤트를 찾아 다녔다. 평소에는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고, 특정 비즈니스에 어떤 어젠다가 중요하고, 어떤 이해 관계자들이 있으며 지금의 트렌드는 무엇인지 큰 뷰를 가질 수 있다.


우연히 친구의 초대를 받아 이벤트에 다녀오기도 했고, 평소 내가 관심 있는 주제를 바탕으로 한 행사장에 직접 등록해 가기도 했다. 또한 우연히 의뢰를 받아 난생처음 영어로 보고서 형식의 기사를 쓰기도 했고, 중학교로 문화 수업을 다녀도 왔다. 퇴사 후 첫 주말은 풀타임으로 꼭꼭 채워 하루 종일 일을 했다. 하나의 프로젝트마다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너무 많이 생기니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많이 들고 내 에너지가 달리기도 했지만, 새로운 자극과 인연이 내가 모르는 세계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거나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되돌아보게 해 주는 거울이 되기도 했다.


특히, 생각지도 못한 인연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덕분에 송길영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내 본진을 좁혀 다듬어 나갈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느슨하게 이어진 인연의 끈은 나를 소개하고 증명할 수 있는 첫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직업 세계를 넘어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우리는 직업을 넘어 결국 한 개인이니까.


퇴사 첫 주의 막이 내렸다. 대학생 때 전공 교수님은 일상에 변주를 주는 것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셨는데, 평소에 오른손으로 쓰던 글씨를 왼손으로 쓰는 정도라도 꼭 실천하라셨다. 이 자극이 뇌에 새로운 뉴런을 만들어주고, 이 정도의 변화로도 아이디어가 솟구치고 삶은 더 흥미로워질 수 있다고. 단조로움에 변주를 주는 일은 첫 퇴사의 목적이었다. 퇴사 2주 차는 나의 본진을 찾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야만 한다.


1. 자기만의 일을 찾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여러분의 생존 노트를 댓글로 나눠주세요!

2. 저만의 길을 닦아 나가게 된 이야기, 한국에서 내 주관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북토크를 합니다;)


<국경 없는 북토크에 초대합니다>

저와 남편, 그리고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스페셜게스트와 함께 '나답게 사는 법'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지겹도록 들은 '나답게 사는 것'을 주제로 삼고 외국인 남편과 게스트를 초대한 이유는 두 가지인데요.


1. 한국을 잘 알고 있는 외국인 게스트를 통해, 우리에게 당연한 것을 낯설게 볼 수 있는 시간을 통해 삶의 다양한 선택지를 논의합니다.


2.  다양한 선택지를 바탕으로,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해답을 찾아보는 시간을 만듭니다.

신청 방법은 바로  이 링크에서 확인 부탁드립니다. 누구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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